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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가필요해, 날마다 재미가 쑥쑥 이 배우들 이럴 줄 몰랐어

Shain 2012. 3. 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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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를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시트콤이 있습니다. 2005년 방영되었던 MBC '안녕, 프란체스카'입니다. 극중 선녀 왕모 역을 맡고 있는 심혜진의 캐릭터 자체가 '프란체스카'의 환생이라 할 만큼 똑같고 박희진이나 이두일같은 배우가 함께 출연하고 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선녀가 필요해'의 작가 신광호는 한 인터뷰에서 심혜진의 '왕모' 자체가 고인이 된 신정구 작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라 같을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일종의 '오마쥬' 캐릭터인 왕모와 달리 같은 집에 사는 이두일의 차세동은 '두일'과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약간은 소심하고 서민적이고 프란체스카에게 순정을 다하던 이두일과 달리 차세동은 만나는 여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빠진다고 생각하는 왕자병에 먹을 것을 좋아하고 원수같은 친구 마태희(윤지민)과 으르렁대는 연예기획사 이사입니다. 심혜진과 동반 출연을 하고 있는데도 역시 연기자란 생각이 들 만큼 전혀 다른 사람이더군요. 치킨집 사장 금보화 역의 박희진도 유사해 보이긴 연예인지망생이란 점에서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차세주의 집에서 살게 된 선녀모녀 왕모와 채화.

이 시트콤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누가 뭐래도 차인표의 망가짐입니다. 진지하고 차분한 역할 만 맡아왔던 차인표가 그런식의 캐릭터를 연기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이 대본이 배우 전광렬에게 갔었다는데 지금 보니 차인표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지하실에 갇혀 목이 마르다며 마네킹 다리를 핥아먹는 장면은 기가 막히다 못해 이게 차인표 맞나 싶을 정도로 웃기더군요. 워낙 차인표라는 배우 자체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이미지가 고정되어 더욱 그렇습니다.

거기다 '무사 백동수(2011)'에서 지(地) 역을 맡았던 윤지민이 그렇게 마태희 역을 잘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백동수'에서도 최민수, 전광렬의 상대역은 했지만 드라마 자체의 한계 때문인지 그리 연기력이 뛰어나단 생각을 못 했었는데 시트콤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본래 캐릭터를 잘 잡는 배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조건 망가지기만 해서는 연기가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윤지민은 뻔뻔하고 속물적이지만 엉성하고 경우없는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얼떨결에 선녀들과 살게된 차세주, 차세동 형제.

야무지게 일을 하는 편이지만 같은 직장 동료들에겐 둘도 없는 마녀에 따로 친구가 없어 직장 동료들에게 전화해서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는가 하면 싱글남 차세주와 결혼하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그 동생 차세동에게는 거칠고 싸가지없는 행동으로 일관하는 그녀는 이 시트콤 최고의 '악녀'입니다. 차세주와 엮이고 싶은데 채화가 자꾸 방해하고 차세동이 끼어드는 바람에 속이 타는 마태희의 본명이 '마추자'라는군요.

황우슬혜의 선녀 채화 역은 음식만 먹으면 무아지경이 되는 무대책 캐릭터가 잘 드러났습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에 비해 낯선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법 경력이 오래되었고 연극 무대 출신이라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어려보이는 얼굴이지만 마태희 역의 윤지민 보다 두 살 밖에 어리지 않다는 것도 깜짝 놀랐습니다. 왕모 역의 심혜진과 12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질 않으니 엄마라기 보다 '언니'여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생긴 건 딱 스무살인데 차세동에게 업혀 붕어빵을 먹어치우는 장면은 정말 천연덕스럽더군요.

망가질대로 망가진 차인표 어쩐지 어울려.

심혜진의 시트콤 연기야 두말 할 것 없습니다. 손바닥 자국이 날 정도로 우악스럽게 등짝을 후려치고 되든 안되든 일단 고집피우고 보는 성격에다 딸 보다 세상 물정에 빠삭한 척 지리에 밝은 척 해보지만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왕모. '깜장드레스' 입고 뱀파이어 식구들을 먹여살리던 프란체스카 모습 그대로입니다. 대사 중에 뱀파이어는 2006년에 멸종했다고 하기도 하고 어디서 본 적 없냐는 금보화에게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떼는 모습이 너무 웃겼습니다. 프란체스카 팬으로서는 버리기 싫은 그 캐릭터가 재현된 것이 너무너무 반갑지만 연기자로서는 심심하지 않을까 싶어 아쉽기도 한 역할입니다.

발연기를 편집증적으로 싫어하는 차세주 때문에 연기 오디션을 보고 싶어도 번번이 끌려나오는 차국민(박민우)이나  늘 일등을 차지하는 수재지만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딸 괴짜 차나라(김윤혜)의 캐릭터도 꽤 괜찮습니다. 그런데 극중 설정을 보니 차세주의 아내는 남매를 남기고 병에 걸려 일찍 죽은 것같은데 세주는 채화를 사랑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내 아내를 보지 못했냐고 묻는 세주에게 채화는 하늘에 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대답을 하지요.

'프란체스카'에서도 두일과 프란체스카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듯 채화와 전 아내 사이에도 모종의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의심이 들기도 하더군요. 세주에게는 아내가 첫사랑이라 달리 연애를 해본 여성이 없답니다. 세주는 결혼기념일에는 죽은 아내의 꿈을 꿀 만큼 아내를 사랑했는데 채화와 아내에게 숨겨진 인연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채화가 나타나기 전날 예언처럼 목욕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훔치는 꿈을 꾼 것도 수상하고 말입니다.

첫회에선 나무꾼 차인표가 넘어질 때도 꺅꺅이 음향을 넣는 등 어색한 점이 있었고 그 중간에도 각각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를 정립하기 위해 무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차인표의 캐릭터는 결벽증인지 강박증인지 잘 구분이 안가기도 합니다(언론에서는 결벽증이라지만 결벽증이 먼지를 손으로 직접 만지지는 않을 거 같네요). 초반에 고생해서 역할을 잘 잡아야 앞으로는 보기만 해도 웃기는 장면을 연출하기 쉬워지겠죠. '프란체스카'의 팬이 아니라도 눈을 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날이 쑥쑥 자라나는 재미에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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