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굴러온당신, 엄청애 아들 만나자 마자 솟아오르는 시댁 본능?

Shain 2012. 4. 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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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여자는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시집살이'를 직간접적으로 보게 됩니다. 가깝게는 동생이나 가족 중 하나에게  '시댁'이 생기고 멀게는 친구나 직장 동료가 '시댁' 이야길 상담해 옵니다. 때로는 오빠나 남동생이 결혼해 자신이 직접 '시댁식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며느리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말리는 시누이'가 되는 것입니다. 친구나 가족이 말하는 '남의 시댁'은 어쩌면 그리 끔찍하고 비인간적인지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남의 식구를 들이는 입장이 되고 보면 자기 할 도리를 못하는 며느리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 묘한 심리적인 간극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가끔 알송달송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런 입장의 차이를 삐뚤어진 서열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댁이라는 한 조직에 들어온 며느리에게 텃세를 부리고 그 조직에 맞도록 '갈구는' 것이 시집살이의 본질이란 것입니다. 군대에서 상사의 말에 불복종하는 것이 얼차례와 '갈굼'의 이유가 되듯 며느리에게 부당한 대접을 해주는 것도 그와 다름없는 불합리한 속성을 갖고 있단 뜻이죠. 여자들의 서열은 군대 서열 만큼 구체적이지도 않고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니 설마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윗사람의 말이 곧 법'이란 부분은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

30년만에 만나도 솟아오르는 시댁본능. 난감한 차윤희.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엄청애(윤여정)는 30년 만에 아들 방귀남(유준상)을 찾고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그러나 평소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이웃집 새댁 차윤희(김남주)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감'이 좋다는 그녀는 차윤희같은 며느리볼까 무섭다며 사사건건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막연한 느낌으로 저 여자가 내 며느리라는 걸 알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방귀남이 미국으로 간다니 아들 부부가 못가게 하려 잠시 윤희에게 잘 대해주는 듯 했지만 곧 본색을 드러내고 김치담그기부터 시킬 모양입니다. 막내 시누이 말숙(오연서) 만큼 노골적인 건 아니라도 역시 시어머니 본능이네요.

둘째 시누이 이숙(조윤희)도 어떤 면에선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천재용(이희준)과 윤희의 관계를 오해했다곤 해도 대뜸 올케 언니에게 '오빠를 사랑하세요'라고 묻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집살이의 속성 중 하나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확실한, 대가족 중심제도의 '서열문화'지만 또다른 면에선 가족 간의 사생활까지 '관심'이란 명목하에 간섭하는, 나쁘게 말해서 '오지랖'이기도 합니다. 금쪽같은 내 아들이니까 내 말을 따라줬으면 좋겠고 아들을 사랑하니까 좋은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심리. 그래서 시어머니를 '연적'이라 표현하나 봅니다.



스스럼없는 '시댁 본능' 보기 불편하다

네이트판을 비롯한 여러 포털 사이트에는 각종 시집살이 고충을 털어놓는 글들이 자주 올라 옵니다. 때로는 아직도 이런 일을 하는 시댁이 있냐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사연도 있고 때로는 이 며느리가 철이 너무 없어 어른들 하는 말을 못 알아듣네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의 본질은 내가 완벽하고 나만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위로라도 받고 싶다는 심정에서 올리는 글이니 굳이 시시비비는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게 알려져 며느리의 글을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이 읽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가끔은 남녀 간 편가르기 싸움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류 '며느리 사이트'에는 이런 며느리들을 '공격'하는 악플러도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엔 그 사이트가 사라졌지만 과거 'M'이란 시집살이 게시판엔 글쓰는 며느리들을 향해 과장해서 적지 말라, 별것 아닌 걸로 헛소리하지 말라, 네가 어른들에게 잘못한 거다, 이런데서 흉보지 말라, 그런거 하나 못 참냐는 식의 댓글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본인을 남성이라 소개한 이 댓글러는 여성게시판에서 항상 댓글을 달고 있는 특이한 성격이었는데 그 '남성'이 아무리 글쓰지 말라 공박해도 그런 현상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겠죠.

김치담그기 가르쳐주기, 아들과 같이 자기. 아들은 미국에서 자랐는데.

글쎄 과연 요즘 며느리들이 시댁 일이라면 무조건 뱁새눈을 뜨고 보고 자신의 고통을 과장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혹자는 시집살이를 묘사하는 막장 드라마 때문에 며느리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까지 꼬투리잡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윤희가 겪는 아기자기한(?) 시집살이 모습을 보니 아 맞아 저런 비슷한 거 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누이 둘의 행동이나 엄청애의 행동에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그 가족은 30년만에 만난 가족, 즉 남과 다름없는 사이였는데 하루 아침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 부분도 의아합니다.

막내 시누 말숙은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있었던 앞집 여자가 자기 올케라고 하자 기세등등하게 집안일을 시킵니다. 윤희가 아무리 붙임성있게 굴어도 아직까지 그들 가족은 서로에게 손님처럼 데면데면한게 정상입니다. 남이나 다름없던 사이니 불편하면 서로 불편해야 맞는 법인데 설거지하라 차를 내오라 하는 모습은 역시 거북스럽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엄청애가 며느리 명품백 사주라며 넘겨준 돈을 중간에서 몰래 가로채고 가짜 명품을 사다 건내는 건 '올케'가 만만하다는 이야깁니다. 얼굴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막장 시누이는 벌써부터 못된 짓을 골라 하는지 한때 인터넷에 유행하던 '미친 시누이'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윤희에게 차심부름시키고 가짜명품 사다주고 약삭빠른 시누 말숙.

엄청애는 아직까지 노골적이진 않지만 아들 부부가 아침으로 빵을 먹는단 사실을 굳이 지적하고 나섭니다. 한국계 부부에게 입양되었더라도 미국에서 자라온 귀남에겐 빵이 밥보다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맞벌이 부부인 두 사람에게 아침은 최대한 간단하게 먹는 습관이 필수적입니다. 가정주부로 살며 가족의 식사를 차려주고 집안일을 도맡아 해준 엄청애의 삶을 기준으로 평가할 일은 절대 아님에도 엄청애는 '아들에게 빵주는 며느리'를 무심코 못마땅해한 것입니다. 늘 자기집에 얹혀살다 시피하는 방정배(김상호) 부부에게는 별말을 안하는 청애가 30년만에 생긴 며느리에겐 그런 말을 하다니 이 역시 껄끄럽습니다.

엄청애의 가치관으로는 윤희의 모든 것이 불만일 것입니다. 남편 기죽이지 않고 집안 살림만 했으면, 요리 잘하고 밥잘해서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줬으면 아이를 많이 낳았으면 등등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며느리에게 바라는 게 늘어날 타입이 바로 엄청애입니다. 술먹고 했던 말대로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방귀남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유 만으로 그렇게 행동합니다. 30년 만에 만난 남같은 아들이든 30년 동안 자기 손으로 키우지 않은, 또다른 양부모가 있는 아들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시댁 본능' 또는 '시댁 근성'이라는 것일테구요.

'아침엔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데' 엄청애의 시댁 본능.

처음엔 남같은 아들에게 어떻게 저리 행동할 수 있나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국 입양된 한 남자가 한국에서 부모를 찾았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이미 양부모가 있고 미국에서 독립적인 삶을 꾸리고 있던 그 남자는 자신의 혈연을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 중요하지 수십년 모르고 살아온 가족을 부양하고 싶을 만큼 큰 정이 없었던 것같습니다. 반면 아들을 입양보내야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던 친부모 가족은 남처럼 구는 아들이 서운하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의 일은 내 일이고 가족이 부자면 나도 부자라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대뜸 받아들일 사람은 아마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튼 차윤희의 시집살이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시집살이 당하고 살아온 한만희(김영란)가 자신의 올케한테는 똑같은 시어머니가 되는 것을 본 윤희라면 이 난관을 타개할 딱 부러진 방법을 궁리해낼 수 있겠지요. 문제는 테리강에서 방귀남으로 이름이 바뀐 남편입니다. 이름이 바뀌면서 성격까지 바뀌어서 무조건 어머니 편을 드는 남편이 되버린다면? 윤희의 시집살이는 말그대로 답이 없어지는 셈입니다. 싸움닭 PD의 시집살이는 어떻게 다를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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