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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친딸의 뺨때리는 장면을 예언한 시청자들

Shain 2012. 9. 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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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핏줄이 당기는 건 본능'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피 한방울 안 섞인 남 보다는 조금은 먼 촌수라도 혈연인 사람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감정은 부모들에게 더욱 특별한데 아이 엄마들은 아무리 많은 아이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서 있어도 그 중에 내 아이가 어디 서 있는지 금방 알아본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헤어졌던 자식이라도 부모는 그 아이를 알아보곤 합니다. 한눈에 이 아이가 내 애구나 확신하진 못해도 남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눈길이 가서 눈도장을 찍게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30년전에 잃어버린 아들이 자신의 앞집으로 이사오는 내용이 묘사되었습니다. 워낙 어릴 때 잃어버려 아들의 얼굴도 모르는 엄마는 앞집 남자에게 자꾸 관심이 생기죠. 아이잃은 부모니까 비슷한 또래만 봐도 어쩐지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말 '핏줄의 끌림'이란게 있기는 있나 보나 싶기도 합니다. 반면 많은 문학 작품이나 신화에서 묘사되는 이야기 중에는 부모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해 생기는 비극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어머니와 결혼한 '오디푸스' 이야기입니다.

해주의 친엄마 금희는 의붓딸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해주의 뺨을 때린다.

알베르 까뮈의 희곡 '오해'는 아들과 오빠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이는 한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인숙을 운영하며 살던 모녀는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려 여행자들을 죽이고 그 재물을 취하곤 했습니다. 투숙객에게 극약을 먹여 죽인 뒤 지갑을 털고 시체는 강물로 던져버렸죠. 나중엔 별다른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부유해 보이는 한 청년을 죽였는데 신분증을 보고 그 청년이 어릴 때 가난 때문에 집을 나간 아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모녀가 결국 자살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희곡을 보면 핏줄이라 해도 욕망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무언가 한가지 맹목적으로 집착할 땐 당연히 알아보아야할 핏줄도 외면하게 된다는 이런 '막장' 플롯은 요즘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딸이 죽어버렸다고 알고 있는 엄마는 이 애가 내 딸일 리 없다는 생각에 자식을 외면하지만 때로는 알면서도 모질게 굽니다. '욕망의 불꽃'에 등장한 윤나영(신은경)은 자기 딸을 못 알아본 것은 물론이고 뺨을 때리고 그 딸 백인기(서우)의 섹스 동영상을 언론에 유출시키기도 합니다. 재벌가를 갖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던 그 여주인공이 숨겨진 딸을 죽일 수도 있었던 순간입니다.



알베르 까뮈의 '오해'와 딸을 몰라보는 엄마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엄마는 최근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출생의 비밀이 얽인 드라마라면 친엄마가 친딸을 냉대하게 되어 있고 결국엔 '친딸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엄마가 딸을 몰라본다면 거의 어김없이 그 딸은 자기 친엄마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되어 있습니다. '신들의 만찬'같은 드라마는 아예 엄마가 다른 아이를 친딸로 생각하고 진짜 딸인 고준영(성유리)을 눈엣가시처럼 취급합니다. '욕망의 불꽃'은 자식이 죽었다고 생각해 찾아보지도 않고 '신들의 만찬'은 못 알아보니 정말 무정한 엄마들이라 할 수 있죠.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 친딸에게 무정한 엄마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돈에 미쳐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는 말입니다. 마치 가난 때문에 집을 나간 아들이 그리워 사람을 죽여서라도 돈을 모으고 싶었던 희곡 '오해'의 어머니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합니다. 덕분에 '핏줄이 끌린다'는 본능도 모른체하고 오히려 그런 본능의 끌림을 일으키는 자기 딸에게 모질게 독설을 퍼붓거나 멀리 합니다. 막장 드라마틱한 비극의 요소는 제대로 갖춘 셈입니다.

출생의 비밀 때문에 자기 딸을 죽일 뻔한 엄마 금희

드라마 '메이퀸' 역시 이런 '출생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금희(양미경)는 어린 해주(김유정)가 죽었다고 생각해 장인화(현승민)의 새엄마가 되기로 했고 그 순간부터 많은 시청자들은 언젠가 금희가 인화 때문에 해주의 뺨을 때리게 될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인화와 해주가 학교에서 다퉜을 때 담임선생님에게 맞는 해주를 금희가 구해주길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의붓딸 때문에 친딸이 엄마에게 얻어맞는 일은 피할 수가 없더군요. 다음 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친딸을 멀리하라며 의붓딸에게 주의를 줍니다.

흥미로운 건 친딸을 몰라보는 엄마가 등장하는 류 중에서는 '메이퀸'은 그 어떤 드라마 보다 따귀맞는 장면이 일찍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었다는 고통 때문에 전남편의 원수인줄도 모르고 장도현(이덕화)과 결혼하고 결국엔 의붓딸에 집착해 친딸을 괴롭힌다는 이 구조는 전형적인 모성애 상실 드라마입니다. 하다 못해 해주의 양어머니인 조달순(금보라) 조차 해주가 홍철(안내상)이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라 생각해 폭행하고 밥을 굶기기 일수입니다. 엄마가 둘이나 있어도 여주인공은 고아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매질을 말리길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모성애가 상실된 엄마.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길러준 엄마 모두가 적이니 세상에 여주인공 해주의 편이라곤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들 뿐이란 말도 되고 어떻게 보면 선박을 좋아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인생이 적들과의 전쟁으로 점철되리라는 예상도 쉽게 가능합니다. 총 32부작의 에피소드 중에서 많은 부분이 출생의 비밀과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할애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성공을 거머쥐는 여주인공의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의심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엔 '저렇게 무능한데 크게 성공했다는게 말이 돼'라는 말을 하게 될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퀸'은 분명 매력있는 드라마입니다. 각 인물들 간의 갈등관계, 그중에서도 친딸을 몰라본다는 안타까운 상황이 주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김유정과 박건태, 박지빈, 현승민, 서영주를 비롯한 아역들은 시청자들을 잡아둘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정도면 연기가 아니라 아동학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험악한 상황을 잘 연기하는 김유정의 모습은 이미 아역이 아닌 충분히 제 사람 몫을 하는 한명의 연기자라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누구 말대로 이 드라마 성인파트는 김유정 클 때까지 기다렸다 찍으면 안되겠느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죠.

지금은 아역들의 매력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김유정이 아역 연기를 너무 잘하면 그 뒤를 이어받는 성인 배우들이 고생을 한다고 하던데 '메이퀸'의 초반부는 분명 김유정이라는 연기자 자체의 매력 만으로 충분히 시청자를 잡아둘만 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 뒤를 이어받은 성인 배우들이 초반부에 비해 시청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그건 바톤을 이어받은 성인연기자가 김유정 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맡은 '해주' 역할이 너무 불편해서일거라 봅니다. 친엄마와의 갈등 구조나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약간은 뻔하다 못해 식상한 구조입니다. 그 플롯 만으로 시선을 잡아두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이죠.

배우 양미경이 워낙 순한 이미지의 연기자라 딸을 몰라보는 엄마 역할이라도 해주와 잘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즉 기존의 모성애 상실 엄마들과는 다른 타입이 될 수도 있겠구나 기대했던거죠. 그런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기대가 깨어지고 친딸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보니 조금 아쉽다는 마음도 드네요. 특히 김유정은 개인적으로 워낙 아끼는 연기자다 보니 더욱 뺨맞는 장면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동영상을 일부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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