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골든타임

골든타임, 세 의사의 깨알같은 로맨스는 롤러코스터 효과?

Shain 2012. 9.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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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 팬들 중에는 지나친 멜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멜로와 메디컬이 적절히 섞인 소프오페라 타입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긴 많습니다. 제목이 '러브 아나토미'인지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인지 헷갈리는 한 미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시즌 오더를 받아 9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의사들 간의 사랑이야기인지 메디컬 드라마인지 헷갈린다며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의학 드라마'라고 사람 살리고 수술하는 이야기만 등장하란 법은 없으되 로맨스 비중이 너무 크면 의학 드라마가 아니란 거죠.

'골든타임'의 인턴 이민우(이선균)는 사망선고 하나 내리지 못하는 겁쟁이 의사였으나 자신의 롤모델인 최인혁(이성민)과 일하면서 생명 앞에 어떤 자세를 가진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배우게 됩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두고 내 안위를 위해 눈치보는 의사가 될 것이냐 지위와 경력을 내세워 권위를 인정받는 의사가 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돈과 권력 앞에 고개숙이는 정치적인 의사가 될 것이냐. 이민우 앞에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었으나 산모와 아이 모두를 살려야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남들이 다 꺼려하는 최인혁 교수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펠로우는 커녕 레지던트 한명 없는 응급실 5분안에 개복하지 않으면 환자는 죽는다.

최인혁 교수도 처음부터 지금같은 의사였을까요. 그에게도 한때 남들처럼 성공하고 싶고 실력을 자랑하고 싶은 속물스런 욕심이 없었으리라고 장담 못합니다. 김민준(엄효섭)이나 기조실장(김형일)처럼 남들이 알아주는 의사가 되고 성형외과의처럼 돈 잘 버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겠죠. 그러나 5분 안에 아이를 꺼내지 못하면 산모와 아이 모두가 위험한 응급 상황 앞에서 인턴이라고 환자를 외면하고 내가 책임질 환자가 아니라 메스를 들지 않는다면 두 생명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최인혁도 그 상황에서 고개를 돌리지 못해 지금의 최인혁이 되었겠지요.

인턴이 칼을 들지 않게 하면서도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으려면 그 어떤 상황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세중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하고자 강대제(장용)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뜻을 모았지만 흑자 보다 적자가 더 많다는 트라우마 센터를 환영하는 시스템은 흔치 않습니다. 한 의사의 성장기를 묘사하는 '골든타임'의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좋습니다만 이런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만 계속 된다면 분위기가 음울해질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삐져나오는 깨알같은 사랑이야기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드라마도 이런 좋은 느낌을 유지할 수가 없겠죠.



긴박한 중증외상센터의 롤러코스터 효과?

최인혁 교수는 응급실에서 가장 바쁜 사람입니다. 급한 외상 환자를 수술하다 식사를 거르기 일수인데다 3-4일 동안 밤을 새며 수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늘 응급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니 눈은 늘 충혈되어 있고 가끔 말투에도 피곤함이 묻어납니다. 집에는 언제 들어갔는지 기억나지 않고 제대로된 거창한 식사가 아니라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그래도 명색이 교수라면 젊어도 30대 후반이란 이야기인데 그 나이까지 미혼이라는게 십분 이해가 갑니다. 연애할 시간도 없고 본인 말대로 연애를 해도 그 사람 챙겨줄 시간이 없겠습니다.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3년차인 김도형(김기방)도 마찬가지라 어제는 1년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최인혁 만큼이나 응급실 전문가인 그는 상황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하는 인턴들을 교육시키는 책임도 지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에게 빽빽 소리를 지르고 환자의 상태를 보고 외과를 비롯한 여러 과에 연락하는 책임을 맡은 김도형은 늘 덥수룩한 수염에 산적같은 외모처럼 보이지만 자신은 응급의학과의 '비주얼 담당'이라 우기곤 합니다. 알고 보면 귀여운 김도형도 적지 않은 나이같은데 역시 아직까지 짝이 없습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고백한번 못한 최인혁, 신은아.

인턴 이민우도 서른이 넘은 나이라고 합니다. 한방병원에서 2년 동안 근무할 때는 그래도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했는데 그때도 애인을 사귀지 않았나 봅니다. 지금은 최인혁 교수와 김도형 레지던트가 없는 빈자리에서 동료 인턴들에게 메스를 달라고 하는 등 한동안은 응급실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할 생각이니 이 남자 역시 연애할 시간이라곤 조금도 나지 않을 타입입니다. 다른 과의 펠로우들이나 레지던트, 인턴 중에도 솔로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중증외상센터의 솔로들은 더욱 딱해 보입니다. 코디네이터 신은아(송선미)는 오죽하면 소개팅하다 말고 병원으로 뛰어왔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연애할 시간이 없다고 마음을 둔 여성이 없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비록 응급실 주변에서 하루하루 티격태격하다 쌓은 정이라지만 그 노총각(?)들에게도 좋아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최인혁은 약혼자 동규(이동규)와 함께 캐나다로 떠나게 될 신은아 때문에 남몰래 속을 태워도 늘 밤을 새우고 병원에 붙어 사는 자기 처지를 신은아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습니다. 신은아 만이라도 '사람답게 살게 하고' 싶어서 고백 한번 제대로 못하는 최인혁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그런 최인혁이 눈에 밟히는 신은아의 애정을 약혼자가 의식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신은아의 후임 코디네이터 서효은을 좋아하는 김도형.

김도형 역시 신은아의 후임으로 내정된 서효은(가득히)에게 마음이 있습니다. 매사에 열정이 넘치고 최인혁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서효은은 아직까지 일을 배우느냐 김도형에게 눈길을 주지 않지만 김도형의 마음을 곧 알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최인혁 신은아 커플 만큼이나 보기좋은 한팀이 될 수도 있겠죠. 응급실 어리버리 인턴 이민우도 내심 강재인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재인이 이사장의 손녀라는 점이 내심 씁쓸하지만 근무하지 말고 할아버지에게 가보라며 '얼쩡거리면 신경쓰여서 일 못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속깊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응급실에서 꽃피는 사랑. 응급실은 흔히 말하는 '롤러코스터 효과'가 일어나기 가장 쉬운 곳입니다. 사람은 때로 놀이기구 때문에 발생하는 떨림을 이성에 대한 떨림이라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을 호감있는 이성과 함께 겪으면 상대방이 더욱 사랑스러워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민우와 강재인은 같은 시기에 들어온 인턴으로 각종 응급 상황을 겪으며 서로 갈등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최인혁과 신은아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단짝이었죠.

동료애에서 출발한 사랑 지금은 그 정체를 모르고 있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험난한 상황을 헤치며 쌓아가는 동료애. 그런 사랑은 세상 그 어느 사랑 보다 훨씬 깊은 사랑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급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그런 위기 때문에 더욱 서로가 좋아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마음이 훨씬 깊고 잔잔하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최인혁과 신은아는 약혼자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고 강재인과 이민우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둘의 감정이 무엇인지 곧 알고 싶을 것입니다.

세 커플의 로맨스는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핵심포인트이자 숨통을 틔워주는 상쾌한 바람같은 것입니다. 그렇게 동료애로 시작한 사랑이 더욱 단단하고 보기 좋은 애정으로 맺어지지 말란 법도 없구요. 그건 그렇고 중증외상팀에 교수로 합류할 것같은 정형외과 펠로우 박성진(조성기)에게는 짝이 없나요. 전체 등장 캐릭터를 짝지워줄 필요는 없습니다만 시즌2로 가서 중증외상팀 전체가 메인 캐릭터가 된다면 박성진에게도 연인이 있으면 좋겠네요. 저같은 일부 팬들은 이미 '골든타임'의 시즌제를 내심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귀기울여 들어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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