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은오와 아랑 이 커플의 가능성은 아직 현재진행형

Shain 2012. 9. 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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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도 가끔 '퇴마(退魔)'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곤 합니다만 '퇴마'는 그렇게까지 널리 제작되는 판타지는 아닙니다. 특히 '생방송 드라마'라고 불리는 한드의 제작 환경 때문에 CG를 많이 쓰지 않고 짧은 기간에 촬영 가능한 장르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사전제작이 반 이상이라면 모를까 배우의 특수분장에 그래픽에 와이어 액션이 난무하는 '퇴마'를 우리 나라에서 촬영하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NBC 미드 '그림형제(Grimm)'이라던가 CW의 '수퍼내추럴(Supernatural)'같은 드라마는 제작 여건상 힘들다는 뜻입니다.

지난주 방영된 '아랑사또전'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랑(신민아)를 촬영하기 위해 엄청난 중장비를 동원했더군요. 줄이 끊어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위기의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아랑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는지 그 장면 하나를 위해 여배우를 와이어에 매달고 촬영했던 모양입니다. 첫회를 보고 귀신에서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난 아랑과 귀신을 볼줄 아는데다 영혼을 멸하는 멸혼진 부채까지 가진 은오(이준기) 커플에게 각종 이야기거리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위험한 촬영현장을 보고 나니 안되겠다 싶더군요.

아랑과 은오의 깊어지는 인연. 옥황상제의 속셈은 대체 뭐야.

'아랑사또전'은 첫 시작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이야기였습니다. 처녀귀신 아랑에 홀린 사또 은오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는 물론이고 각종 귀신의 사연을 볼 수 있으니 '고스트 위스퍼러(Ghost Whisperer)'같은 영매 이야기로 발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배우 이준기의 액션이 보고싶으면 각종 설화에서 끌어온 귀신이나 요물과의 격투신을 연출할 수도 있었고 황소같은 힘을 가진 돌쇠(권오중)와 각종 퇴마 지식과 저승 정보에 빠삭(?)한 방울(황보라)과 한팀을 이루어 퇴마사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과묵한 저승사자 무영(한정수)은 아군도 적군도 아닌 상태로 도움을 줄 수 있구요.

그러나 지금은 은오엄마의 얼굴을 가진 요물 홍련(강문영)의 정체가 쫓겨난 천상의 선녀로 밝혀진 상황. 될 수 있으면 전통설화에 맞춰 드라마 속 이야기를 해석하고 싶었던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는 '요괴'가 나타난 이 전개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드라마의 가능성을 엉뚱한 쪽으로 발전시킨 것같아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두 남녀의 로맨스를 살리려면 유쾌한 터치로 귀신을 끌고왔더라면 좋을 뻔했고 박진감과 액션을 살리려면 은오와 아랑 커플이 조금 더 능력을 발휘했으면 좋으련만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셈이거든요.



처녀귀신 아랑에게 홀린 두 남자 옥황상제의 작전?

아랑을 지켜보며 옥황상제(유승호)와 염라대왕(박준규)는 자신들만 아는 비밀을 말합니다. 무영의 동생 무연이 400년 동안 지상에서 악귀 노릇을 하는 '홍련'의 진짜 정체라는 것을 말입니다. 무영 역시 악귀들을 보며 어렴풋이 동생의 흔적을 느낀 것같지만 정확히 홍련이 무연이란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악귀의 뒤를 쫓다가 아랑과 은오가 위험에 처하는 바람에 그마저 불가능하게 되었구요. 덧붙여 옥황상제는 아랑이 시간만 허비하는게 아니냐는 염라의 지적에 아랑은 잘 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말하자면 은오, 주왈(연우진)과의 로맨스가 다 옥황상제의 작전대로다 뭐 이런말이죠.

생각해보면 옥황상제의 그 꼼수도 이해가 갑니다. 본래 천상의 존재는 인간의 문제에 일체 간섭을 할 수가 없습니다. 홍련을 잡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그가 인간의 몸을 바꾸며 악행을 거듭해왔고 골묘를 결계로 감추어 천상의 저승사자나 염라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상에서 죄를 지어 쫓겨났을 때는 천상의 존재지만 이미 정체를 잃어 악귀가 되고 인간들 사이에서 기생하고 있으니 사람들을 이용해 물리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랑의 '죽지 않는 몸'은 홍련을 꾀어낼 미끼이고 은오와 주왈의 사랑은 홍련을 대적할 무기인 셈입니다.

점점 더 아랑에게 끌리는 주왈 홍련과의 관계에 어떤 역할을 할까.

더우기 그들의 꼬이고 꼬인 관계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홍련의 지시로 주왈의 약혼자 이서림이 죽고 영문도 모르는 그 혼령이 옥황상제의 수작으로 원귀 아랑이 되었습니다. 풀어주었냐는 무영의 질문에 옥황상제는 '내가 그랬다'라고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모종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한 짓인 것같습니다. 아랑은 원귀가 되어 자기 원한을 풀어달라며 본의 아니게 신임 사또들을 죽였고 덕분에 은오가 얼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밀양 사또가 됩니다. 또 하필 그 은오가 애타게 찾고 있는 은오엄마의 몸을 홍련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아랑이 이서림이던 시절엔 아랑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주왈이 음식이 생기면 허겁지겁 먹고 신분 따위가 무슨 문제냐며 팔팔 뛰는 아랑에게 애정을 느끼는 건 거지로 살았던 자신의 과거 때문입니다. 오죽 배가 고팠으면 밥도 아닌 소여물을 훔쳐먹었을까요. 썩은 배춧잎같은 걸 짚과 함께 삶은 그 여물을 훔쳐먹는 삶은 무자귀로 죽어 늘 배가 고팠던 아랑의 원귀 시절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아랑은 사실 서자도 아닌 얼자인 은오에 대한 동정을 표현한 것이지만 주왈은 어떤 양반가 아가씨도 보여주지 않은 그럼 정의에 매력을 느낀 것같습니다.

선녀가 뭐랑 결합하면 저렇게 독한 악귀가 될까.

저승사자 무영도 신기하게 생각했듯 아직까지 은오의 능력은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옥황상제가 말한 최종병기란 아랑이 아닌 은오가 분명한 듯한데 악귀를 멸하는 멸혼진이 그려진 부채는 돌쇠의 말대로 몇년전 만났다는 정체불명의 돌팔이가 준 것일까요. 그 '돌팔이' 도사는 은오에게 몇가지 무술을 전수한 사람으로 팬들의 추측대로 지상에 잠시 내려왔던 옥황상제가 맞는 것도 같습니다. 거기다 은오는 무병을 앓듯 크게 앓고 나서 어느 순간 귀신이 보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돌팔이가 옥황상제였다면 왜 하필 은오에게 그런 능력을 준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이 드라마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편이라 지금부터라도 잘 꾸미면 한국형 퇴마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또 잘하면 해학적인 한국의 전통설화를 현대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랑의 유쾌한 연애담과은 제주도 '자청비 설화'가 떠오르더군요. 인간의 딸인 말괄량이 자청비가 옥황상제의 아들 문도령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는데 문도령을 얻고자 남장을 하고 같이 학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하인 하나를 죽이기도 합니다. 결국 문도령과 혼인하여 농경의 여신이 됩니다. 홍련의 정체가 '쫓겨난 선녀'라는 이야길 듣자마자 예전에 읽었던 선녀바위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이렇게 넷이서 퇴마사 팀을 꾸려도 좋았을텐데. 역시 아쉽다.

물론 그런 전통 설화 하나하나에 짜맞추긴 '아랑사또전'의 스케일이 너무 커지긴 했습니다. 옥황상제의 꿍꿍이, 홍련의 그간의 사연, 아랑이 죽던날 은오엄마에게 일어난 일, 은오의 진짜 정체와 능력 등 궁금한게 많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미끼를 뿌려놓아 어떤 결론이 나와도 개운할 것같지 않은 느낌이 크긴 합니다만 '쫓겨난 선녀'와 '처녀귀신에 홀린 남자'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게 사실입니다. 일단 제작진이 아랑과 은오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건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참 다행한 일입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전체 20부작인 '아랑사또전'은 벌써 절반을 지났습니다. 이제는 커다란 밑그림을 드러내고 은오와 아랑 덧붙여 돌쇠와 방울 네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무언가를 보여줄 때도 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전통설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퇴마 이야기가 될지 아니면 원귀와 총각 사또의 로맨스로 남을지 그것도 아니면 신화와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이야기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드라마 타입이라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배우 이준기와 신민아, 연우진의 연기가 아직까진 만족스럽기도 하구요. 다음주의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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