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은오엄마와 아랑 그날밤 무슨 일이 있었나

Shain 2012. 9. 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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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에게 홀린 두 남자와 수백년전 쫓겨난 선녀의 악귀가 들러붙은 부인. 드라마 '아랑사또전'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장난스럽던 첫시작과 달리 점점 더 은밀하고 으시시해지더니 이제는 등장인물들의 가슴아픈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허기에 지쳐 소죽을 훔쳐먹던 거지 아이 주왈(연우진)과 원한에 사로잡혀 반쯤 미친 어머니 서씨(강문영) 때문에 속끓이던 김은오(이준기)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처녀귀신 아랑(신민아)를 사랑하게 됩니다.

아랑은 이미 이서림이란 지상의 육신을 잃어버린 존재로 보름달이 세번 뜰 동안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두 남자 중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첫눈에 반했던 최대감(김용건)집 도령 주왈도 귀신인 자신에게 다정하게 굴며 함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은오도 처녀귀신 아랑의 마음을 흔들어놓습니다. 자신의 일기장을 읽으며 어렴풋이 주왈에 대한 옛감정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네가 귀신인줄 알면서도 좋다는 은오에게 끌리는 아랑입니다.

이서림의 풋풋한 사랑을 꿈에도 모르고 있는 주왈. 알면 아까울텐데.

어찌 보면 홍련의 진짜 정체인 무연(임주은) 즉 저승사자 무영(한정수)의 동생이자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린 그 요물의 과거 보다 더 복잡한 건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입니다. 한때는 이부사의 딸 이서림의 순수한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홍련의 꼬임에 빠져 그녀림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주왈은 이제야 홍련의 명 마저 배신할 정도로 아랑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홍련에게 맑은 영혼을 구해다 주는 대가로 풍족한 삶을 보장받았던 주왈이 아랑을 선택하자면 목숨을 걸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주왈은 악귀가 될 수도 희생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왈 보다 사또 은오의 사랑은 한층 더 까다롭습니다.
주왈과 이서림의 인연은 홍련 때문에 이서림이 죽는 그날 끊겼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아랑과 은오의 사랑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습니다.

쫓겨난 선녀 홍련이 은오엄마의 몸을 빼앗았다는 걸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3년전 은오엄마가 최대감을 쫓아 밀양으로 온 후 사라졌을 때 최대감과 주왈이 함께 있었다면 최대감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최대감은 서씨가 자신이 몰살시킨 가문의 딸이란 걸 알게되었을 수도 있으나 은오의 친어머니라는 점은 모르고 있습니다. 은오엄마가 홍련에게 몸을 빼앗긴 그 날은 이서림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날이고 이서림이 쓰러지면서 서씨의 비녀를 뽑아낸 날이기도 합니다. 은오는 그 비녀가 스승 즉 옥황상제(유승호)에게 받은 특별한 것이라 했습니다.

귀신인줄 알면서 아랑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은오. 복잡한 그들의 인연.

옥황상제는 서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어버린 어린 은오를 살려주었습니다. 은오가 귀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특별한 몸을 가지게 된 건 이미 한번 죽은 사람 즉 명부에 올랐던 자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런 은오에게 멸혼진이 그려진 부채와 특별한 문양의 비녀를 주고 귀신과 대적할 수 있는 무술을 훈련시킨 건 홍련의 영혼은 무영이 거두어도 몸은 은오같은 인간의 육신을 가진 자가 상대해야되기 때문이겠죠. 아랑이 홍련을 유혹할 미끼인 것과 마찬가지로 은오는 옥황상제의 진짜 '최종병기'였던 것입니다.


홍련은 자신의 오빠인 무영이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악한 홍련은 은오엄마의 육신을 취하고 있으니 - 어쩌면 악귀의 특성상 은오엄마의 혼까지 빨아들였을지도 - 은오가 감히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 자신만만하게 굴겠죠. 아직까지는 아랑, 홍련, 은오가 삼자대면을 하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있지만 홍련이 두 사람을 만나면 맑은 영혼을 가진 이서림이 죽음에도 불구하고 홍련에게 영혼을 빼앗기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날 것입니다.

'아랑전설'의 원래 이야기와 유사하게 주왈을 만나게 해준다며 아랑을 유혹해 홍련에게 끌고간 것이 혹시 은오엄마 서씨는 아닐까요. 원 전설에서는 아랑의 유모가 종놈과 짜고 아랑을 영남루에 데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이서림을 혹하게 해 끌고간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서씨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아랑이 따라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누군가 아랑을 죽이고 홍련이 서씨의 몸을 취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져 아랑이 도망쳤을 것입니다.

알고 보면 은오와 아랑이 죽은 건 옥황상제가 무연을 쫓아냈기 때문이야.

옥황상제의 말처럼 세상 인연이란 참 모를 일입니다.

은오엄마가 최대감에게 미칠 듯한 원한을 품게 된 건 가족이 모두 몰살당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최대감은 은오 아빠인 김대감의 정적으로 한때 남부러울 것없는 권력을 누렸습니다. 몰락하고도 엄청난 재물을 갖고 밀양의 왕처럼 행세하는 건 수백년동안 살아온 홍련의 조화 덕분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홍련 때문에 죽은 아랑과 홍련 때문에 엄마에게 외면당한 은오는 옥황상제가 쫓아낸 선녀 무연으로 인한 희생자들입니다. 옥황상제에겐 그들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입니다.

은오가 엄마에게 옥황상제의 비녀를 준 것은 모종의 보호 장치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랑이 염라대왕(박준규)과 내기한대로 천상으로 가자면 자신을 죽인 자를 찾아내야합니다. 아랑과 홍련이 만나면 아랑, 홍련, 은오엄마 사이에 있었던 일이 모두 밝혀질 것이고 은오는 그 얽히고 섥힌 상황에서 엄마의 육신을 가진 홍련을 처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할 지도 모르죠. 물론 이미 죽은 자인 은오와 역시 귀신인 아랑이 이 위기만 넘기고 나면 옥황상제 옆에서 저승사자와 선녀 커플로 영원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대체 그날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체불명의 요물 홍련의 존재는 첫등장부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때 선녀'였다는 이 요괴가 너무 무섭다 못해 칙칙한 분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가 세 남녀의 사랑으로 확 반전이 되긴 했지요. 사랑에 빠진 아가씨 역에 걸맞게 이제는 피묻은 낡은 한복이 아닌 곱디고운 한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아랑과 그런 아랑을 홀린듯 바라보는 꽃도령 사또와 최주왈. 그중에서도 민망한줄도 모르고 잠옷(?) 차림으로 서로의 방을 들락거리는 아랑, 은오는 보는 사람들까지 설레이게 만들죠.

자 앞으로 이 꽃남꽃녀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이어질지 아니면 모두가 죽는 - 아니 이미 죽은 사람이 둘인가요 - 비극으로 끝날지는 그날밤의 비밀에 달려 있습니다. 서씨, 아랑, 홍련, 최대감 - 아랑의 얼굴을 모르는 걸로 보아 주왈은 그 자리에 없었나 봅니다 -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점점 더 미스터리가 황당해지는 감은 있습니다만 이런 멜로를 계속 볼 수 있다면 뭐 얼마든지 용서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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