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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유산, 선우선 '내조의 여왕' 그 배우인줄 몰랐어

Shain 2013. 1. 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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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영된 KBS '사랑과 전쟁'은 말 그대로 공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한 시어머니가 두 며느리를 함부로 대하자 며느리 둘 모두가 그 스트레스로 암에 걸리고 맙니다. 결국 큰 며느리는 죽고 작은 며느리도 갑상선암에 걸려 남편에게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죽어가는 큰 며느리 앞에서 아들에게 재혼하라고 하는 등 악랄한 행동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더군요. 시청자들은 '사랑과 전쟁'이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컨셉 때문에 더욱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MBC '백년의 유산' 속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는 '시어머니의 전설'을 모두 모아모아 만든 듯한 캐릭터입니다. 물론 전통과 인간미를 중시하는 채원(유진)의 외가집, '옛날국수'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으로 철저히 돈 밖에 모르는 못된 인간형을 묘사하기 위해서였겠지만 방영자는 그래도 만들어진 캐릭터라 현실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 '사랑과 전쟁' 속 시어머니 보다는 덜 얄밉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어짜피 착한 사람이 웃게 되어 있고 못된 사람은 그에 마땅한 벌을 받을텐데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옛날국수'집 막내딸 엄기옥. 이 배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백년의 유산'이 인기를 끈다면 그것은 그런 입체감있는 캐릭터 때문
일 것입니다. 마마보이의 전형 김철규(최원영)나 품위있는 마담스타일 양춘희(전인화), 전통을 잇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할아버지 엄팽달(신구), 우유부단하고 아내도 부모도 딱 부러지게 편들지 못하는 장남 엄기문(김명수), 속물적이다 싶을 정도로 돈과 성공 밖에 모르는 얌체 큰며느리 도도희(박준금), 이혼한 부인의 돈으로 먹고 살면서도 은근슬쩍 남편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엄기춘(권오중), 빈틈많은 남편 때문에 악착같이 족발을 파는 아내 공강숙(김희정) 등 시선끄는 캐릭터들이 넘칩니다.

그중에서도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막내딸 엄기옥(선우선)은 요즘에 흔해졌다는 나이많은 미혼 여성 역입니다. 집에서는 어서 시집가라 닥달을 하는데 정작 본인은 결혼에 별로 뜻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골드미스'란 단어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냥 나이든 미혼녀로 경제적으로도 능력있다고 할 수 없는 그저그런 여성입니다. 뚱해보이고 꾸미지 않는 외모 탓인지 화가 나면 이말 저말 쏟아내며 발끈하는 성 격탓인지 여러번 선을 보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나이많은 60대 노총각 강진(박영규)과 엮일 분위기죠.

'내조의 여왕'에서는 고급스런 사모님이었던 그녀가 엄기옥과 동일인물.


엄기옥을 처음 보면서 딱 든 생각은 어느 집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나이든 '노처녀'를 잘 캐치했구나 하는 점입니다.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공강숙은 오빠와 매일 전쟁을 벌이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남의 집 불구경하듯 오빠네 결혼생활을 힐끔 쳐다보고 나이든 부모 팽달과 끝순(정혜선)이 '시집가라'며 성화를 해도 이제는 무덤덤합니다. 그렇게 태연자약하니까 결혼을 발등에 떨어진 불로 생각해 본적이 없단 뜻일테고 지금으로 봐서는 딱히 결혼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진하지 않으면 혼자 살기 딱 알맞은게 요즘이죠.

두번째로 흥미를 느낀 것은 이 배우가 분명 낯이 익다는 점입니다. 머리는 아줌마처럼 뽀글뽀글 볶았지만 쌍꺼풀 있는 눈에 하얀 얼굴이 어디선가 본 사람입니다. 분명히 다른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인데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했던 배우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익숙한 배우려니 하고 한참을 보다 이 배우의 이름이 '선우선'이라고 할 때 문득 떠오르는 배우가 있었습니다. MBC '내조의 여왕(2009)'에서 허태준(윤상현)의 아내 역으로 나왔던 은소현이 바로 선우선이었습니다. 타고난 재벌딸처럼 보였던 그녀가 이렇게 촌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하다니 놀랍다면 놀라웠습니다.

어쩐지 엄기옥과 얽힐 것 같은 62세 총각 강진.


공식 프로필 상의 나이가 75년생인 선우선은 데뷰가 꽤 늦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내조의 여왕'의 은소현 역은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재벌가의 딸이자 천지애(김남주)의 남편 온달수(오지호)를 짝사랑하는 그녀는 도회적이고 부유한 여성이란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입고나온 고급스런 의상이나 차가운듯한 분위기는 촌스러움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습니다. 평소 그녀가 모델로 활약한 사진들도 평범함 보다는 중성적이고 개성있는 얼굴을 강조한 사진들이 많다보니 도저히 '엄기옥'과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천연덕스럽게 오백만원 내놓으라는 아버지에게 학부모가 가져왔다며 비싼 전복 던지고 가고 피아노 교습에 방해가 되는 이벤트하는 가수의 마이크 선을 가위로 끊어놓고 피아노 반주 연습하라며 악보를 주는 강진에게 툭툭 쏘아부치는 엄기옥. 수더분하고 외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털털함은 '내조의 여왕' 은소현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조윤희가 남자같은 역할로 연기변신을 했듯 선우선도 이번 역할로 생활력강한 아줌마 연기에 도전해볼 수 있게된 것일까요. 그 사이 두드러진 활동이 없어서 그랬는지 의외다 싶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쩌다 이런 흥미로은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반가운 선우선의 변신.


눈치로 봐서는 '옛날국수'집에 한바탕 평지풍파가 불어닥칠 것 같습니다. 채원은 기억상실 중에도 방영자가 자신을 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이세윤(이정진)의 이야기로 짐작하게 됩니다. 딸을 사랑하는 민효동(정보석)이 채원의 기억상실을 알게 됐으니 어떻게든 곧 시댁을 나올 것 같구요. 큰 아들 부부는 계주가 돈을 들고 도망간다는 내용으로 봐서 쫄딱 망해서 옛날국수집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째는 둘째대로 이혼도 이혼이지만 형편이 어려우니 국수집에 눈독을 들일테고 국수 계승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막내딸 엄기옥은 과연 나이가 두 배 차이나는 강진과 엮이게 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선우선은 독특한 이미지와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 덕에 기억에 남았고 많은 기대를 했던 배우입니다. 다시 TV 안에서 보게 되어 반갑고 채원, 세윤, 주리(윤아정)으로 이어진 삼각관계 사랑이야기에 포인트를 줄 역할이라 기대도 큽니다. 이혼녀의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연애 성공담이라거나 가슴절절한 멜로가 펼쳐진다기 보다 조금쯤은 당황스럽고 생각치 못한 로맨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과연 혼기가 늦은 미혼녀에게 찾아올 사랑은 어떤 색깔일까요. 고급스런 사모님에서 털털한 올드미스로 배우의 변신,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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