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구가의 서

구가의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에 얽힌 미스터리

Shain 2013. 5. 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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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구가의 서'를 보다보면 드라마의 원작이라 부르긴 뭐하지만 이야기의 모티브라 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가까운 현대물로는 개과의 반인반수 요괴인 '이누야사'와 몸속에 구미호를 품고 있는 닌자 '나루토' 이야기도 떠오르고 인간이 되고 싶었던 구미호가 반인반수의 딸을 낳고 인간들에게 배신당하는 이야기인 '구미호 여우누이뎐(2010)'도 떠오릅니다. 한때는 신수였다가 사람을 홀리는 요물로 옛부터 구전되던 구미호 전설은 희미해져도 '구미호'와 관련된 컨텐츠는 제법 많이 창작되었지요.

그외에도 '구가의 서'는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신묘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인기 판타지 소설 '왜란종결자(1998)'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순신 장군에 얽힌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아실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천상과 지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들인 구미호, 은동, 백호, 저승사자가 왜란종결자인 이순신을 보좌하고 돕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또 이순신이 임진왜란 이후에도 살아있었다는 주장을 소설로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구가의서'에서 모티브로 삼은 여러 이야기들 즉 이순신장군(유동군)을 돕는 사군자의 존재라던가 그를 강아지처럼 따르는 최강치(이승기)의 모습에서 '왜란종결자'의 이순신도 연상이 되지만 이 부분은 소설과 비슷하다 아니다 따지기 보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사실 임진왜란과 관련된 이상한 예언과 전설들은 이순신 장군 뿐만 아니라 왜란에서 공을 세운 여러 인물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이긴 합니다.

왜군이 침입할 것을 미리 알고 경계했다는 신비로운 인물부터 국난이 있을 것을 예고하며 땀을 흘렸다는 돌부처도 있고 '경기감사 우장직령(京畿監司 雨裝直領)'이라는 노래를 도성 아이들이 떼지어 불렀는데 나중에 선조가 피난가는 길에 경기감사 권징이 우장(우산)과 직령(비옷)을 바치니 이게 왜란을 예고하는 노래였구나 다들 깨달았다는 믿지 못할 말도 있습니다. 사명당이 일본에 가서 펼친 무용담도 있고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을 대비해 방화정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설 '왜란종결자'에서는 '해동감결'이라는 밀교의 가상 비밀 서적을 이용해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막으리란 예언이 적혀있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 속 내용이고 대부분의 이런 전설이나 예언설화들은 이후에 생각해보니 그런 일이 있었더라며 이야기를 덧붙이는 종류가 많으니 그만큼 임진왜란이 조선에게 큰 충격이었음을 반증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비합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적힌 여러 내용중 신기한 것이 많긴 합니다.

그중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가장 미스터리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거북선'입니다. 조선시대는 현대사회처럼 최첨단 첩보전을 펼치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왜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그때도 있었을테니 주의깊게 정보를 살피면 왜국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고 해군을 담당한 이순신 장군 정도면 그런 눈치를 금방 파악했을 것입니다. 허나 어떻게 임진왜란이 발생할 날짜를 정확히 예측하고 거북선을 만들어 시험했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극중에서도 박무술(엄효섭)의 엄청난 재산을 받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난중일기의 기록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의 꿈을 꾸고 설계도를 만들었고 사천해전(1592년 5월 29일)이 발발하기 이틀전에 '일어나라! 왜적이 나타났다'는 꿈을 꾼 뒤 임진왜란이 발발했다고 합니다. 거북선의 설계도를 송구봉이라는 기인이 주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하여튼 기록에는 그렇다는군요. 이외에도 꿈에 신인이 나타나 전술을 알려주었다는 등 신기한 일들이 적혀 있습니다.

'구가의 서'의 이순신은 이런 기록상의 미스터리를 극대화한 인물입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거북선을 만드는 그의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같단 느낌까지 주죠. 반인반수 강치와 천년악귀가 된 구월령(최진혁)까지 알고 있는 지금의 그에게 누군가 일본에서 왜란을 준비중이란 정보를 알려줄 존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첩보를 비롯한 각종 지원을 담당하는 사군자도 사군자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윤서화(윤세아)가 이순신의 아군이 될지 적이 될지 두고볼 일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구국의 영웅인 동시에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으로 가장 적합한 기록을 남긴 인물입니다. '구가의 서'가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전설과 기록을 절묘하게 섞어 설정했다는 점이구요. 기록과 판타지를 어떻게 섞을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나름대로 탁월한 '배경'인 그런 점을 살리지 못하는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내일은 극중 악당인 조관웅(이성재)의 실존모델이 누가 있을까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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