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포털 연예뉴스를 볼 때 마다 느끼는 부끄러움

Shain 2013. 11.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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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일상 같은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어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취미와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TV의 기능 중 하나는 비싼 비용이 드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없고 멀리 나갈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각종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요즘은 이 '오락거리'의 범주에 제가 즐겨 보는 드라마와 예능, 연기자, 아이돌, 스타들에 대한 가십도 포함이 됩니다. 때로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별난 인생도 시청자들이 소비하는 오락거리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요. 현대인들은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면서도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15개의 검색어 중 12개 이상이 연예계 관련. 연예면 관련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언론.

 

그런데 요즘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다 보면   '연예면' 카테고리의 뉴스가 지나치게 비중이 높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 15위 안에 있는 주제 중 10개 이상이 연예인이나 TV 프로그램 관련으로 나날이 굵직한 사건이 터지는 복잡한 시국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연예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 정도면 드라마 관련 포스팅을 하는 TV 블로거로서도 당황스러운 수준입니다. 같은 주제의 연예뉴스가 여러건 올라오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왜 기사거리인가 싶은 내용도 많습니다.

'안녕하세요'나 '짝'같은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은 조작된 내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상황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위해 과장된 연출을 한 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건 출연한 '상식'과 다른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는 점 입니다. 소위 '된장녀' 논란으로 화제가 된 '맥도날드 할머니'같은 케이스가 대표적입니다. 사회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주제를 두고 선정적인 비난에 몰입하는 모습이 가끔씩 불쾌하기도 합니다.

각종 연예인, 드라마에 대한 논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십'을 보도할 때는 '카더라' 식의 흥미 위주의 기사 보다는 사실 여부가 검증된 내용이 중요하고 또 이 문제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할 내용인지 아닌지 고심하는 것도 꼭 필요 합니다. 블로거도 아닌 기자가 '리뷰' 위주의 기사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해 발품을 팔 생각 조차 하지 않는 부분은 기자로서의 이미 기사로서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입니다.

아나운서의 이혼 소송 과정이 우리들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일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TV 프로그램에 잠시 출연한 아나운서가 장모에게 소홀하다는게 왜 메인 뉴스가 되어야하는지 사생활이라면 사생활인 아나운서 김주하의 이혼 소송에서 벌어지는 각종 주장들이 여과없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차라리 '또 하나의 가족'이란 제목의 사회고발성 영화가 '또 하나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타이틀을 변경해야 한다는 뉴스가 훨씬 중요한 내용 아닐까요? 가십성 뉴스가 불필요하다는게 아니라 비중이 안 맞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 이 연예뉴스의 속성이 다른 정치, 사회면 기사에 전이(?)되는 현상 입니다. 관심있게 뉴스를 읽는 분들은 연예뉴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실 확인 여부, 본질과 어긋난 가십, 선정적인 보도, 시선 흐트리기같은 문제가 정치, 사회면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아동 성폭행 관련 기사로 언론은 아동성폭행의 휴우증이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 관련 법과 인식 부족 등을 깊게 파고들었어야 했으나 기자들은 피해자 가족의 집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자 가족은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되었고 가해 당사자 보다 가족에게 시선이 몰리고 책임을 추궁하는 말도 안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음을 생각하면 언론의 이런 무책임함은 가정파괴범의 범행과 동일하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최근 화제가 된 '호랑이 사육사' 사건 보도에서도 뚜렷이 알 수 있는 경향입니다.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었다는 사건의 핵심은 호랑이가 우리를 탈출하여 사육사를 공격한게 아니라 호랑이의 임시 우리와 연결된 사육사 통로가 개방되어 있었으며 곤충을 다루던 사육사가 동물원 수장의 보복성 인사로 적절한 교육도 받지 않은채 맹수의 공간에 업무 배치되었다는 것 입니다. 언론의 초기 보도가 사고 경위를 자세히 적지 않고 러시아 푸틴이 준 백두산 호랑이라던가 호랑이의 사살 여부, 호랑이의 체격이 어느 정도였다는 점에 집중된 것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죠.

정치권 뉴스에 가보면 더욱 심각합니다. 어느 정당의 어떤 정치인이 천주교 신부들의 발언을 두고 이념적인 말을 했다는데 그 말이 정당했는지 따져보기 보다 비슷한 뉴스를 선동적으로 퍼트리기 바쁩니다. 천주교 신부의 발언이 어떤 내용이었고 그 주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따져보기 보다 이미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려놓고 작성된 기사도 제법 많습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이란 큰 주제에 대한 정확한 기사는 사라지고 누가 막말을 했으며 누가 논란의 발언을 했느냐는 식의 가십성 발언이 메인을 채우고 있죠. 마치 연예란 뉴스를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정치 뉴스 마저 정확한 보도 보다 가십성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든 뉴스의 연예뉴스화.

 

TV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편리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듯 연예 뉴스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연예산업 자체의 본질이 옳다고도 틀렸다고도 말하기 힘든, 인간의 그런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연예뉴스가 기사의 대부분을 채우고 가십과 비슷한 성질의 기사가 정치사회면까지 채운다면 옳지 못한 일입니다. 막장 드라마가 나쁜게 아니라 막장드라마 만 만드는 방송국의 잘못이 큰 것처럼 가십성 기사가 나쁘다기 보다 가십으로 포털을 채우는 기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거죠.

인간은 밥만으로 살 수 없고 가끔은 책을 읽고 사회적인 행동을 해야하는 것처럼 가십에 대한 관심과 원초적인 호기심이 '뉴스'를 가득 채운다면 그것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십 만을 퍼트리기 위해 존재하는 뉴스는 뭔가 끔찍하지 않나요? 생각있는 뉴스를 만들고 싶은 언론과 바른 언론을 갈망하는 독자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계속 해서 뉴스가 모두 요즘같다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단절하는게 더 낫다 싶은 지경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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