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영화 이야기

피터 오툴 타계,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원히

Shain 2013. 12. 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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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전체적인 줄거리 보다는 한 장면에 집중하는 편이고 장면 보다는 출연 배우의 이미지에 파고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나 드라마라도 그 배우가 어떤 얼굴로 출연했는지 기억해내면 서서히 그 드라마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떠오르곤 하더군요. 어제 타계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피터 오툴(Peter O'Toole)은 제가 푸른 눈의 로렌스로 기억하는 배우입니다. '피터 오툴'하면 사막의 파란 하늘 처럼 푸르던 눈동자가 생각이 났고 그와 함께 사막을 허우적허우적 걷던 188센티의 큰 키가 떠오르곤 했죠.

영원히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기억될 배우 피터 오툴. 그의 안타까운 타계 소식.

어떻게 보면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는 피터 오툴의 연기 인생에서 매우 짧았던, 초반기의 출연작품이니 그 배우에 대한 인상을 그 한 작품으로 기억한다는 건 실례가 아닐까 싶긴 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대표작 하나 못 남기고 그들의 연기 인생을 마감하는 만큼 '피터 오툴'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정말 특별한 영화였습니다(참고 : 아라비아의 로렌스, 푸른 눈의 피터 오툴). 배우 피터 오툴은 나이가 들어 얼굴이 달라졌는데도 저에게 로렌스는 영원히 피터 오툴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피터 오툴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더라면 좋았을텐데 . 여덟 차례에 걸쳐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단한번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피터 오툴을 위해 2003년 아카데미는 공로상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에 이름이 올라야 마땅한 배우가 언제 타계할지 모르니 나름대로 그를 위해 배려해준 것이겠지만 어쩌면 그 공로상으로 인해 피터 오툴이 남우주연상을 탈 기회는 영원히 사라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1956년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고 최근까지도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이 배우에게는 죽는 그 순간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중요했던 것같습니다. 2012년 한차례 은퇴를 선언하고 건강의 위기를 겪었으나 2014년 개봉 예정작인 '알렉산드리아의 캐서린(Katherine of Alexandria)'에 다시 출연, 건재함을 과시했던 그가 이런 식으로 갑자기 떠날 줄은 생각 못했네요. 이미 81세의 고령이란 걸 까맣게 잊을 만큼 열심히 연기했던 배우라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화를 비롯한 TV 컨텐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영화나 드라마는 이야기나 줄거리를 빼면 별로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어린 저에게 영상 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막의 지평선위로 서서히 나타나던 로렌스, 피터 오툴이나 점차 뜨거운 사막의 일부가 되어 사막처럼 부서져가던 주인공의 모습이 아무런 설명도 없었는데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줄거리 보다는 '이미지'를 남긴 첫번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피터 오툴의 마지막 영화가 된 'Katherine of Alexandria'

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은 시대에 많은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인류가 만든 수많은 컨텐츠 중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죽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널리 기억되고 그 후세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배우가 훌륭했다는 뜻이 아닐까요. 비록 피터 오툴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목록에 없다 해도 저에게는 '영화'의 의미를 알려준 최고의 배우로 기억될 것입니다.

젋은 시절처럼 누구나 알아보는 영화의 주연은 아니라도 가끔씩 BBC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The Tudors(2007)'같은 드라마에 특별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웠는데 이제는 그것 마저 할 수 없게 되었네요. 자신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약중인 딸, 아들과 함께 시상식에 나타나던 모습도 보기 좋았어요.이제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이제 실존 배우가 아닌 영화 속의 인물로 살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에게,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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