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2013년 드라마 결산[3], 시청률 좋은 드라마에 대한 착각

Shain 2014. 1. 1. 11:11
728x90
반응형
우리 나라의 시청률 산출은 대부분 표본집단으로 선정된 가정에 기기를 설치해 집계하는 방식입니다. 연령 지역별로 선정된 소수 표본집단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완벽하게 우리 나라 TV 시청률을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TV 리모콘은 대부분 고연령층이 차지하고 있고 한번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은 끝까지 시청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시청률 반등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청률 집계 방식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과학적이기 때문에 이런 시청률 산출 방식이 무의미하지는 않죠.

TV 시청률에는 몇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과거 TV가 처음 보급되고 칼라 TV가 등장한 70, 80년대에는 TV 드라마와 뉴스가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당연히 국영방송으로 출발한 KBS의 위상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죠. 중요한 국가적 뉴스와 굵직한 스포츠 중계를 보도할 수 있는 방송국은 KBS 밖에 없었습니다. 또 MBC가 난시청 지역에서 잘 잡히지 않는 반면 KBS는 시청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KBS 라디오의 전파는 강력했습니다.

2013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코드는 '가족'이다.




KBS가 농어촌, 노년층을 비롯한 소외 계층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작하는 탓도 있지만 노년층의 KBS 지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탄탄합니다. 전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에 가장 많이 선택하는 KBS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이 부분은 고스란히 시청률에 반영됩니다. 간혹 KBS의 카메라 연출법(세트장에서 최대한 인물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방송국 드라마를 보지만 뉴스는 KBS를 본다는 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젊은층의 TV 시청은 다운로드나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고 프로그램 시간 조작으로 약간의 조작도 가능하지만, 현재의 시청률은 그 부분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을 인해 막대한 자본 투여가 결정되고 프로그램의 생사가 결정되는데도 정작 시청률 자체는 정확하지 못한 셈입니다. 각 방송사의 시청률 장악을 위한 노력은 어떤 의미로 진정한 시청률을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죠.

며칠전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에서 발표한 2013년 드라마 시청률 탑텐을 보면(참고자료 : 2013년 드라마 시청률 순위 링크) 시청률을 위해 막장을 선택한 방송사의 최종성적을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한해 여러 방송사가 막장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참패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만 시청률을 올려주고 칭찬받은 드라마와 잠깐의 화제로 시선을 끌어당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시청자들이 원한 드라마는 '힐링', '가족극'이었기 때문이죠.








누가 뭐래도 가족드라마가 최고였다

2013년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자 시청률 42.8%를 기록한 KBS '내 딸 서영이'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결혼하면서 아버지가 죽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딸 서영이(이보영)와 그런 딸의 결혼생활을 몰래 지켜보는 아버지(천호진)의 이야기로 시청자를 끌어당겼습니다. 초반에는 아무리 행복해지고 싶어도 어떻게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었다고 할 수 있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부녀의 모습과 그 부녀를 어떻게든 위로하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죠.

KBS 가족극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아성입니다. 평소 8시부터 9시까지는 가족들이 식사후 함께 모이는 시간이고 전연령대의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이 인기를 끌기 마련입니다. 평일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과 주말드라마에서 KBS가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한때 '최고다 이순신'의 시청률이 낮았다는 말도 많았지만 '최고다 이순신'도 2013년 전체 시청률에서 5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 '힘내요 미스터김' 대체로 갈등하는 가족이 화해하는 내용이 인기를 끈다.


이외에도 '사랑은 노래를 타고'같은 일일극이나 '힘내요 미스터김' 등이 가족극으로 사랑받았고 최근 막장으로 비난받는 '왕가네 식구들' 역시 KBS 가족극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륜과 각종 눈쌀 찌푸려지는 설정으로 화제가 된 '왕가네 식구들'을 을 제외하면 상위 시청률을 차지한 대부분이 갈등하던 가족이 서로 화해하고 화합하는 내용을 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죠.

공중파 드라마는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가족들이 불쾌하지 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 호평받습니다. 잠깐 화제끌기에 성공했다고 해서 오랫 동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은 최근 인기를 끄는 케이블 채널에서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은 케이블 채널은 되도록 참신하고 화제를 끄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끌고갈 필요가 있지만 공중파는 가족극이 훨씬 유리합니다.




SBS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SBS 드라마는 TNmS가 조사한 시청률 1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비롯한 많은 인기 드라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방송국의 전체 시청률을 따라가지 못한 셈인데 상대적으로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 시청률은 주말극이나 일일극 보다 낮게 나오지만 화제성에 있어서는 훨씬 높은 반응을 보이죠. 그러나 SBS의 인기 드라마 대부분은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SBS 드라마는 전체 시청률은 낮지만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한다.


실제 공중파의 컨텐츠를 유료로 다운로드하는 '콘팅(conting)'같은 사이트를 검색해보면(링크를 누르면 주간 통계치를 검색가능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같은 수목극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고 알려진 '오로라공주'같은 드라마는 다운로드 순위에서는 거의 맨 아래에 위치해 있죠. 각종 웹하드에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웹하드 특성상 케이블 순위가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KBS가 가족극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SBS는 다운로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셈입니다.




MBC 이대로는 더욱 상황이 나빠진다

201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2013년 드라마를 결산했습니다만 각종 통계치를 보면 알게 된 것은 MBC의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월화, 수목드라마 대부분은 경쟁사에 참패했고 주말극이나 일일극에서 연일 화제를 불러모으긴 하지만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청률이 높게 나온 드라마라고 해서 좋은 드라마라고 하기 힘들다는 점이 최고의 맹점입니다.

SBS는 전체 시청률 경쟁에서는 순위가 낮은지 몰라도 히트한 드라마를 통해 2차 수입을 얻어내기 유리한 입장입니다. MBC의 화제 드라마들은 다운로드 순위로 보아 2차 수익은 생각 보다 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의욕적으로 준비한 퓨전사극들은 '기황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망스러운 수준이고(그나마 아직 20%를 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웬만하면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MBC에서 생각하는 시청률 공식이 뭔가 진부하거나 한참 방향이 잘못되었단 증거겠죠.

진부한 MBC의 시청률 전략 이대로는 2014년도 위험하다.


케이블 채널처럼 참신함을 담보로 하든가 SBS처럼 확실한 드라마의 재미를 확보하던가 KBS처럼 공중파 특유의 가족극 색깔을 확보하는 것이 MBC의 생존전략이어야하는데 지금 시청자들 눈에 보이는 유일한 시청률 공식은 '막장'과 '역사왜곡 퓨전사극' 뿐이죠. 2014년에도 '대장금2'를 비롯한 리메이크 사극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지만 성공이라 해도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우려먹기 만으로 시청률을 잡아둘 수 있을까요.

특히 '구암 허준'의 리메이크과 '수백향'의 부진은 9시 뉴스 마저 포기하며 편성한 드라마가 시청률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케이블 방송 조차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요즘, MBC는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