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나 혼자 산다, 이왕이면 좋아서 하는 운동이 훨씬 즐겁다

Shain 2014. 1. 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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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혼자 자취해보겠다는 후배들에게 될 수 있으면 학교는 집에서 다니라 조언하곤 합니다. 안 그래도 결혼하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 일찍부터 떨어져 살 필요도 없거니와 독립심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학교 생활은 부모님 도움을 받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죠. 간단한 식사부터 세탁, 청소까지 혼자 해결하다 보면 공부에만 몰두해야할 순간이나 아르바이트가 필요할 때 생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후배는 저 애는 혼자 살아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싶은 타입도 있더군요. 자기 관리도 관리지만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서 나이 들어 고생 깨나 하겠다 싶은 후배들 말입니다.

허리와 무릎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에어로빅 발표회를 마친 김광규. 무척 즐거워 보인다.




'나 혼자 산다'에는 혼자 사는데 오래 익숙해진 출연자도 있지만 나이들어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생활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놀라웠습니다. 운동하거나 스케쥴을 소화하고 피부관리받는 모습을 보면 자기 관리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도 아니고 남들 보다 탁월한 집중력도 있는 것같은데 집안에서는 무능력자가 됩니다. 마흔이 다 된 사람이 세탁기를 못 돌리고 집에서 밥을 못해먹는 모습이 전혀 공감가지 않았고 평범한 독신남성처럼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전현무는 혼자 사는데 익숙하다 못해 스타일을 만드는 김민준이나 청일점이라 부끄럼타지 않고 에어로빅을 다니는 김광규와 많은 부분 비교가 됩니다. 공통점은 몇가지 있지만 스타일은 완전히 다른 타입이죠. 혼자 살든 둘이 살든 밥을 먹는 것처럼 혼자 살아도 운동은 합니다. 특히 연예인이라면 다른 직업 보다 자기 관리가 필수입니다. 이왕이면 김민준처럼 멋있는 패션에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는 폼나는 일도 해보고 싶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나요. 전현무는 헬스장에 가고 김광규는 에어로빅을 합니다.








살기 위해 헬스장을 찾았다는 전현무. 비만 판정을 받고 각종 체력 테스트를 거친 후에 여성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에 돌입합니다. 만약에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 김민준이라면 운동하는 모습까지 드라마였겠지만 전현무가 운동하는 모습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운동을 하는 건지 고문을 받는건지 알 수 없는 힘든 표정으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전현무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아파서 눈물을 흘릴 거 같았습니다. 트레이너는 징징대는 전현무를 단호하게 다잡으며 운동을 시킵니다.

운동을 하는건지 고문을 받는건지 너무너무 힘들어 보이는 전현무의 도전.


스트레칭을 하면서 괴로움에 소리를 지르고 '수고하셨다'는 트레이너의 인사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전현무의 모습을 보니 운동 한번 해보겠다고 시작했다가 힘들어서 중단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면서도 저렇게라도 운동을 해야하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가 떠오르더군요. 어쨌든 전현무는 집안일에 서투르고 밥도 못 챙겨먹지만 방송인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은 것같습니다. 아나운서가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한 만큼 마음먹은대로 운동도 자전거타기도 꾸준히 해낼거에요.

예전에 김광규가 재즈댄스를 배웠단 기사를 읽고 의외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일년 가까이 에어로빅을 다녔고 발표회까지 나간다는게 참 대단해 보이더군요. 물론 다른 사람들 보다 월등히 잘 하지도 못하고 나중에는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병원까지 다녀왔던 김광규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전현무의 운동이 일종의 의무였다면 김광규가 선택한 에어로빅은 일종의 취미생활인데도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래도 김광규는 사람들과 안부 인사를 하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게 즐겁고 신나 보였습니다.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제대로 하지 못한 김광규. 그래도 즐거워 보인다.


김광규의 로마 여행이 인상적이면서도 빈틈이 많았던 것처럼 김광규의 에어로빅은 본인이 생각해도 65점을 줄 정도로 완벽하지 않습니다. 동네 아저씨처럼 정퍼와 운동복 차림으로 에어로빅을 하러가는 김광규의 모습은 친근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자신을 위한 운동이고 취미인데 김광규와 전현무에게 한가지 큰 차이가 있다면 잘하지는 못해도 김광규는 뭔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이죠. 사람들과 함께 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 동료 회원들과 박수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산악인 엄홍길과 가벼운 산행을 떠난 데프콘, 김용건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높은 산을 정복한 산전문가 답게 장비를 갖추고 산에 오른 엄홍길과 달리 산책하러 온다고 생각했던 데프곤은 눈길에 스틱 하나도 없습니다. 갑작스런 산행에 지쳐 헥헥거리고 숨이 차서 주변도 제대로 못보는 데프콘이지만 올라가는 길에 엄홍길 대장의 집터와 놀던 곳도 방문하고 쓰러진 오동나무와 함께 추억을 회상해보는 모습이 참 정겨워보이더군요.

세 사람이 내려올 때 막걸리 한잔에 녹두전, 버섯전골을 나눠 먹는 모습은 다이어트에는 안 좋을지 몰라도 건강해보였습니다. 만약 데프콘이 건강을 위해 의무적으로 산을 올라야한다고 생각했다면 힘들기는 두 배로 힘들고 남는 것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인연의 복이 제일 크다'는 엄홍길의 말도 마음에 남더군요. 이런게 해야하는 일이라서 하는 의무와 마음내키는대로 하는 취미의 차이일 것입니다. 물론 매주 이런 산행을 하자고 하면 데프콘은 도망치겠지만 말입니다. 

똑같이 힘들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새내기 혼자남도 언젠가는.


혼자 산지 오래된 김광규가 홈쇼핑 전문가가 되고 데프콘이 음식을 잘 챙겨먹게 되고 김민준이 고양이까지 챙기는 여유를 갖추게 된 것에 비해 전현무는 아직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같습니다. 꼭 해야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누군가와 함께 해야하는지 파악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는 노련한 혼자남들 보다 늦깎이 혼자남인 전현무는 뭘 해도 굉장히 힘들게 하는 것같지만 확실한 건 아직 첫발을 내딛은 것 뿐이란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좀 더 여유롭게 도전할 수 있겠죠.

어쨌든 직업적인 이유로 전현무처럼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목적과 김광규의 에어로빅, 데프콘의 산행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힘들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고통만 남기도 하죠. 데프콘이 갖은 인상을 쓰면서 산에 오른 것처럼 김광규도 처음에는 힘들어하면서 에어로빅을 배우러 갔을 거에요. 전현무 역시 동네 개들의 환영을 받은 힘겨운 자전거타기를 통해 첫시작을 했으니까 앞으로 운동하는 재미를 느끼면 남들처럼 즐겁게 헬스장에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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