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에이미 JTBC 출연 반드시 필요했다면 그 이유는?

Shain 2014. 1. 22. 13:14
728x90
반응형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를 미드 '뉴스룸(The Newsroom, 2012)' 윌 맥어보이(제프 다니엘스)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인터뷰, 대담 형식의 뉴스 진행과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뉴스는 '대한민국 뉴스의 희망'으로 주목받을 만큼 파격적이었습니다. JTBC 뉴스는 천편일률적인 공중파 방송 보도에 비해 호평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JTBC뉴스9' 손석희 앵커가 정말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 같은 판타지 속 인물이냐 하는 문제는 판단을 유보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TV를 보지 않고 포털 사이트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 한두번 시청한 정도라 쉽게 평가하긴 어려운 부분입니다.

JTBC 뉴스의 에이미 인터뷰는 꼭 필요했는가? 공직자들이 보여준 코미디 한편.




그러나 다른 네티즌들의 반발처럼 저 역시 에이미가 'JTBC 뉴스9'의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야했는지 의문이 가더군요. 손석희 앵커의 비교대상이었던 윌 맥어보이는 명예로운 언론이 되기 위해 모든 언론이 인터뷰하지 못해 안달인, 클린턴의 르윈스키같은 정치인 가십(극중에선 물론 다른 인물이었습니다)은 뉴스 주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비록 가십과 화제에 안달이 난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주제이고 시청률 싸움에서 실패할지 몰라도 윌 맥어보이는 꼭 필요한 뉴스를 보도하는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죠.

'해결사 검사'로 유명해진 에이미가 '한국의 윌 맥어보이'란 별명을 가진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 대상자라는 말에 역시 시청률이 더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에이미의 가십은 여러 모로 복잡하게 얽혀 단순히 전직 방송인의 가십으로 압축하긴 무리가 있습니다. 프로포폴 투약 문제로 논란이 된 에이미와 성형외과 의사의 성폭행 의혹, 그 과정에서 밝혀진 현직 검사의 스캔들과 공갈 협박 의혹 등 전반적으로 이 문제는 '현직 검사'의 스캔들이란 면에서 공권력의 위신이 거론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성형외과 의사 쪽에서도 전직 경찰청장 가족을 통해 '해결사 경찰'을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어 이 사건을 연예인 가십으로 봐야할지 부정한 검사, 경찰의 사적인 권력 남용으로 봐야할지 황당한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이 뉴스를 '연예뉴스'로 다루며 권력의 부정을 축소하는 느낌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에이미는 이 사건 전체에서 아주 조그만 부분에 해당할 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에이미 사건같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것이죠.

사실 이 사건에서 시청자들이 알아야할 것은 에이미와 검사의 애틋한 관계 따위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든 말든 부적절한 관계는 드라마에서도 충분히 보고 있는, 닳고 닳은 통속극일 뿐입니다. 그 속사정을 알아야할 이유도 없고 구구절절하고 신물납니다. 시청자가 핵심적으로 알아야할 내용은 현직검사가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느냐와 성형외과 의사가 합법적인 의료 행위 이외의 불법적인 일을 어떻게, 얼마나 저질렀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국민들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뉴스입니다.

두 사람의 애틋한 관계는 시청자가 알아야할 내용이 아니다. JTBC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나.


얼핏 '균형있는 보도'를 슬로건으로 내건 'JTBC뉴스9'라면 '해결사 검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비난받고 있는 에이미 측의 입장을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지만 실제 인터뷰를 본 결과 애초에 에이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오히려 검사와 에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애틋한 관계'라고 표현하는, 둘의 부적절한 관계를 변명하는 인터뷰를 보게 되었을 뿐이죠. 시청자들은 두 사람 사이를 동정할 마음이 전혀 없는데 뉴스에서 드라마 한편을 찍더군요.

손석희 앵커와 'JTBC뉴스9' 측이 만약 의도적으로 에이미를 출연시켰다면 그것은 언론인으로서 감히 접근하기 힘든 '해결사 검사'와 '해결사 경찰' 사건을 부각시키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사건 전체에 검사, 경찰의 공권력이 이용되었다는 정황,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데 사건의 초점은 에이미에게만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인이나 시청자가 인터뷰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대상도 전직 연예인 한 사람 뿐이죠. 스캔들 당사자가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사적인 관계를 변명하는 이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입니다.

언론인이나 시청자나 볼 수 있는 것은 에이미 뿐. 이 인터뷰는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손석희 앵커의 날카로운 질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에이미의 인터뷰가 공직자의 부정을 옹호하는 싸구려 변명이 될지 아니면 사적인 연애소설에 동원된 공권력 남용을 비꼬는 회심의 인터뷰가 될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일단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계셔서 에이미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는 손석희 앵커의 말도 믿겠습니다. 이 인터뷰의 결과에 따라 'JTBC뉴스9'과 손석희 앵커가 '가십'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증명될 수 있겠죠.

이 사건이 벌어진 후 제주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미혼의 젊은 남자가 어떤 잘못을 범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너무 욕하지 마시길 바란다'는 옹호론을, 이명재 의정부지검장도 '이용당하는지 모르고 행동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한 전직 방송인의 부적절한 관계도 사랑도 아닙니다. 현직 검사와 경찰이 각종 부정한 일에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했느냐 공갈 협박을 했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에이미의 'JTBC뉴스9' 출연을 계기로 이 문제가 연예뉴스가 아닌 사회면에서 집중 조명되길 기대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