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나 혼자 산다, '삼연벙'과 '콩'을 기회로 만든 방송인 홍진호

Shain 2014. 2. 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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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 임요환 하면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 이름을 아는 프로게이머죠. 그들은 어떻게 컴퓨터 게임이 스포츠가 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e-Sports도 가능성있는 분야임을 직접 보여주었고 흥미진진한 경기로 많은 팬들을 즐겁게 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배틀넷에서 '스타' 좀 했다는 사람들은 임요환과 강민, 홍진호의 세컨드 아이디와 게임해봤다며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닮은 플레이를 해보려 저장된 경기 기록을 돌려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란하면 임요환, 저그하면 홍진호의 전략이 최고라며 입씨름하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것도 벌써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반경 200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생활 범위.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게이머 홍진호의 '앞마당 플레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플레이를 보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어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홍진호를 보니 그때의 궁금증이 약간이나마 풀리는 것같더군요. 10여년의 숙소 생활 동안 그 얼마나 많은 게임을 연구하고 고민했을지 PC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한 게이머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PC 앞에서 일을 한다는 건 그냥 보면 쉬운 일같지만 건강을 해치기 쉬운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 그때처럼 여전히 '앞마당'을 잘 벗어나지 않는 그의 생활습관이 직업병처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의 생활권은 좀처럼 200미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2'의 징크스 때문에 늘 2인자가 된다는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홍진호는 집안에서도 2미터 반경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합니다. 커피에 콩으로 만든 두유와 TV와 책, PC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근처 한식 뷔페로 가고 친구들을 만나도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로 나가는 홍진호는 '혼자남' 중에서도 특별히 '앞마당'과 '본진' 플레이에 익숙한 타입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그의 공간이 너무 답답하고 좁아서 안타까운 느낌 마저 들었죠.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게임을 하지 않으면 누가 게임을 할까요. 비록 본인의 말대로 이제는 서른이 넘어 예전 보다 느려지고 남들과 다른 사회생활을 했기에 성공 보다는 실패를 고민해야하는 초보방송인이고 남들 앞에 뚜렷이 '뭐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만 그는 게임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헬스를 하는 틈틈이 방송 출연을 위해 발음 교정을 하고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콩진호'와는 달랐지만 여전히 인생이라는 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어떤 과정으로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테란황제 임요환은 전성기 시절부터 방송 출연이 잦았고 배우 김가연과 부부의 인연을 맺을 정도로 넓게 활동했지만 상대적으로 홍진호는 방송과는 인연이 멀어보였습니다. 프로필을 보니 2013년부터 간간이 방송 출연을 시작했고 '더 지니어스'로 다시 한번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더군요. '더 지니어스' 시즌1에서 우승한 홍진호는 역시 '콩'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기회를 얻습니다. 덧붙여 시즌2의 아쉬운 탈락이 홍진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여전히 게임과 함께 하고 있는 홍진호의 일상. 그에게 방송인 홍진호는 아직 낯설다.


'나 혼자 산다'의 노홍철이 '더 지니어스'에 같이 출연한 홍진호와 다시 '나혼자산다'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거기다 김희철이나 임요환과 남다른 친목을 자랑하는 모습은 '앞마당' 플레이가 홍진호의 전부는 아니란 걸 확실하게 보여주더군요. 다른 게임으로 이적한 임요환과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것같고 지금도 스타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임요환과의 '삼연속 벙커' 즉 '삼연벙' 플레이는 좋은 안주거리였습니다. 임요환이 세번이나 그럴 줄 몰랐다는 홍진호나 세번이나 당할 줄 몰랐다는 임요환이나 어쩌면 그렇게 웃기던지.

당사자는  입맛이 쓴거 같지만 '삼연벙' 덕분에 스타의 인기가 시들해진 지금까지도 방송인 홍진호를 기억해줄 전설의 아이템이 있는 셈이고 아무리 게이머 시절엔 얄미웠던 임요환이지만 홍진호가 방송인으로서 자리잡으려면 김가연, 임요환과 함께 묻어가는 것도 나쁜 전략이 아닙니다. 패배했을 그날 당시에는 무대 뒤에서 욕을 하고 화를 낼 정도로 분노했고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운동장을 혼자 뛰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옵니다만 지금은 '삼연벙'이 팬들을 다시 한번 웃게 해주고 '홍진호'를 한번 더 기억하게 만든 걸 보면 세상일은 참 알 수 없습니다.

그때는 분노했지만 이제는 방송인 홍진호의 밑거름이 된 '삼연벙'. 이인자를 기회로 만든 홍진호.


남들은 이인자를 영원히 잊혀지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일등만 인정하고 일등만 기억해주는 세상이라 한때는 오로지 임요환 만이 스타의 상징인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해서 버벅거리던 홍진호의 발음이 '콩진호'라는 닉네임을 주고 임요환과의 '삼연벙'이 팬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전설이 되고 '더 지니어스' 탈락이 사람들의 관심을 홍진호 편으로 돌려놓은 것처럼 이등을 기회로 만든건 어디까지나 홍진호의 능력입니다. 임요환이 홍진호와의 라이벌 구도를 이용해먹는 것같지만 홍진호도 틈틈이 임요환을 역공격하며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중파의 혼자남으로 등극한 홍진호. 게임방송이 케이블 중심이었던 만큼 케이블 스타였던 홍진호의 활동이 공중파까지 옮겨온 것도 이례적입니다. 본인 말대로 이게 예능 방송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실패가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혼자 사는 남자들의 친숙함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인 만큼 홍진호에게 딱 알맞은, 방송인으로 데뷰할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고정멤버가 될지 게스트일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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