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김연아 재심사 서명, 진짜 국가주의는 이럴 때 필요하다

Shain 2014. 2. 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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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기회날 때 마다 김연아의 평정심을 압박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완벽한 쇼트 프로그램을 수행한 김연아는 예상 보다 훨씬 '짜게' 가산점을 준 심판진을 보며 소치 올림픽이 이미 정치적인 파워게임이 되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 듯 합니다. 생애 두번째의 올림픽 무대이자 마지막 경기인 프리 프로그램을 그렇게 덤덤하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김연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자신감 덕분이었겠죠. 그렇게 당당한 자세로 러시아를 이긴 김연아도 메달이 수여되기 직전에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피겨가 스포츠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시상식 사진. 누굴 위한 올림픽인가?




맞습니다. 김연아는 마지막 연기를 마친 그 순간 이미 자신이 할 일을 다 했습니다. 마지막 공식 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세계팬들에게 자신의 연기가 금메달감이었음을 증명했습니다. 김연아의 은메달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피겨 여제 김연아와 상관없는, 피겨 스케이팅의 문제입니다. 김연아의 은메달은 피겨라는 '스포츠'가 정말 스포츠인지 아니면 푸틴의 권력 유지를 위해 벌어진 정치적 게임인지 판단하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메달을 수여하려면 뭐하러 전세계인들을 불러 모아 굳이 올림픽을 해야하는 걸까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소치 스캔들' - 누가 봐도 훌륭했던 김연아의 연기가 은메달이라니. 세계는 김연아 보다 흥분합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재심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되고(http://www.change.org) 국내에서는 돈을 모아 그녀에게 금메달을 수여하자는 모금운동이 시작됩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를 비난했고 인터넷 여기저기에서는 이렇게 정치적인 판정을 하려면 차라리 동계 올림픽에서 피겨를 퇴출시키라며 분노를 쏟아냅니다. 이에 반해 러시아 언론은 금메달을 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김연아 보다 잘했다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자국 선수 지키기에 나선 것입니다.

김연아에 대한 어떤 공식 반응도 전무한 대한빙상경기연맹. 책임자인 그들은 홈페이지 게시판 조차 폐쇄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김연아의 판정에 분노하는 듯했던 미국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미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횡포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도 있습니다. 분노한 네티즌들과 달리 세계 피겨계의 반응은 약속이나 한듯 조심스러웠습니다. 피겨 메달은 심판들의 가산점과 평가에 백프로 의지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밉보일까 입을 조심하는 듯했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최대한 돌려 '김연아가 더 잘 했지만 심판은 공정하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한편 아직도 NBC를 비롯한 몇몇 사이트에서는 금메달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투표가 진행중이고 일부 언론에서 심판진 중 7명 이상이 親 러시아였다며 심판 판정이 부당했음을 알렸습니다. USA투데이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심판구성이 편파적이었음을 알리는 기사로 논란에 가속을 가합니다(원문 보기 : Official says judges slanted toward Adelina Sotnikova). 심판진 중 다수가 구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던 국가로 친러시아 계열이라는 이 기사는 익명 채점 방식이 심사위원들의 부정을 부추킨다며 공개 채점 방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더불어 김연아가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한다고 끝맺고 있죠.








김연아 선수의 싸움은 끝났다. 피겨는 스포츠인가 정치인가?

김연아의 은메달을 놓고 각 국가들의 정치적 속셈이 빤히 보입니다. 유럽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피겨판에서 도저히 이익볼 것같지 않은 나라는 김연아의 피해를 강조하고 현재의 룰이 유리한 쪽에서는 침묵하거나 최대한 발언을 아끼고 있습니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권 피겨계는 지금의 심판진이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2002년 사건을 의식한듯 별말을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아사다 마오에게 많은 돈을 퍼부었다는 일본 조차 이 논쟁에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ISU의 '심판은 공정했다'는 발표 등 돌아가는 모양새가 점점 볼쌍사나워집니다.

김연아에 대한 편파 판정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납니다. 피겨스케이팅이 이렇게 스포츠가 아닌 정치게임이 되면 아무리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도 더이상 동계올림픽에서 볼 이유가 없습니다. 또 피겨 약소국의 천재를 두고 혹시 모를 손해를 감수할 나라도 없습니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항의할 당사자는 김연아 선수를 보호할 책임을 가진 한국이고 그중에서도 대한체육회고 더 콕집어 말하면 대한빙상경기연맹입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은메달 소식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렇다할 공식 입장은 커녕 눈치만 보고 있는 기세가 역력합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편파 판정을 지적하는 기사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나?


국민들의 압박에도 초반에는 김연아 본인이 원치 않는다는 말로 넘어갔지만 압력을 견디다 못해 최대한 정중히 ISU에 판정 재검토를 요청하겠다고 했으나 ISU는 공식적으로 한국 측에서 항의가 없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존재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국 선수를 지켜주지 못하려면 선수의 상금은 왜 떼어먹고 김연아 관련 인터뷰에 뻔질나게 얼굴을 비치는 건대요? 미안해서 인터뷰를 못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그럴 수 있다'는 발언이나 하고 있는 이지희 국제심판이 국민의 화를 돋굽니다.

전세계의 김연아 팬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을 사랑하는 세계팬들은 한국에서 강경한 반응이 없다면 점점 더 시들해질 것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민국은 눈치싸움을 할게 아니라 자국의 선수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그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할수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최소한의 미안함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김연아가 소속된 자국의 빙상연맹이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고 흐지부지 입을 다물면 전세계 팬들도 멀쭘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재빠른 대처가 아쉬운 마당에 썩을 대한빙상연맹은 뭘 하고 있는 것입니까?

지금은 진짜 국가주의가 필요한 순간.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 주장했던 그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


오늘 들어온 뉴스를 보니 피겨 금메달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경기 직후 채점을 맡았던 러시아 심판과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러시아 피겨연맹회장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 알라 셰브코프체바입니다. 다른 나라가 자국의 선수를 이렇게 안아줄 때 대한민국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대한민국'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던 대한민국이 이렇게 쉽게 입을 닫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은메달을 딴 김연아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아닌가요?  이번 편파 판정은 진짜 국가주의가 필요한 한 나라의 자존심 문제입니다.

최선을 다한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에 집착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김연아 개인의 싸움은 이미 끝났습니다. 그러나 편파판정은 김연아 선수와 상관없이 국가가 대처할 문제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피겨천재가 나오면 뭐합니까? 그 어떤 선수라도 김연아처럼 점수가 깎일 것이 뻔하다면 차라리 안현수처럼 국적 이동을 하는 것이 더 낫겠죠. 피겨는 정말 공정한 스포츠입니까?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김연아 선수에 대한 재심사 요청을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이유입니다. 김연아의 재심사를 청원 후회하기전에, 더 늦기전에 서두르세요(김연아 재심사 서명 사이트 링크. http://www.change.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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