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한국언론 김연아 금메달을 정말 되찾고 싶나?

Shain 2014. 2.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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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많은 한국인들과 세계의 피겨팬들은 김연아가 당연히 금메달이라며 반발했지만 우선 김연아 선수 본인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억울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가 경기 이후 보여준 눈물을 '억울함'으로 해석한 언론 기사를 접했고 저 역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했으려니 했는데 본인이 아니라면 존중하는게 맞습니다. 기자의 과장이었거나 오해였던 셈이죠. 그러나 편파판정에 대한 제소를 주장하는 것은 심판의 주관으로 터무니없는 점수를 줘도 이의제기하기 힘든 피겨 스케이팅이 정말 스포츠냐 아니냐와 관련된 것으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은 되찾지 못하더라도 선례는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한 모습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 선수. 그녀의 할 일은 모두 끝났고 대한민국이 할 일은 남았다.




김연아 선수는 소프와 프리 프로그램을 클린하고 아름다운 갈라쇼까지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자신이 진짜 금메달감임을 세계 앞에서 증명했습니다. 많은 세계팬들이 진짜 금메달은 김연아라며 격려했고 덕분에 김연아 선수는 정말 아름답게 은퇴무대를 장식했죠. 누누이 말하지만 김연아는 선수로서 자신이 할 일을 이백프로 이상 해냈습니다. 이제 본인의 인생을 누리며 즐겁게 살면 됩니다. 이제부터 그녀의 금메달 명예를 지키는 것은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보면 언론은 김연아를 이용하고 싶긴 하지만 진심으로 제소를 바라는 것같진 않군요. 서명운동에 동참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피겨스케이팅은 익명의 심판 채점을 존중하는 시스템이라 판정에 대한 제소가 굉장히 힘듭니다. 심판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규정에 어긋나고 무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가 피겨 스케이팅 심판 선정에 올림픽 이전부터 '물밑작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일단 심판이 결정되면 그 심판이 어떻게 점수를 주든 간섭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제소의 초점은 심판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구성했다는 걸 증명하는데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이 선언된 이후. 많은 팬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제소를 요구했고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열의를 보였으며 금메달을 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악의에 찬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렇다 저렇다할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이지희 국제심판 만이 언론에서 의견을 피력하며 국내 팬들의 화나게 했죠. 그런가 하면 언론들은 당연히 금메달인 김연아 선수가 메달을 빼았겼다며 흥분된 기사를 쏟아냅니다. 과연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정말 ISU에 제소하고 금메달을 되찾는데 도움을 줄까요?







자세한 제소 절차 대신 오역을 이슈화시키는 의도는?

한국 언론 더불어 언론에 휩쓸린 네티즌은 두가지 부분에서 초점을 잘못 맞추는 실수를 했습니다. 첫번째는 편파판정에 항의할 수 있는 절차와 자세한 과정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은채 대한빙상경기연맹, 러시아, 선수들을 비난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어떤 스포츠든 심판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편파판정에 항의 및 이의 제기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규정에 맞게 매너에 맞게 정식으로 이루어져야하는 절차지 심증 만으로 억울하다고 항의했다간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맙니다. 한국 언론은 최소한 제소 과정과 절차를 냉정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아직 한국의 재심사 항의는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재심사 청원 벌써 200만명이 넘었다. 우리는 가장 이성적인 의사 표시 방법을 찾아야한다.


한국 언론은 제소 절차를 알리기는 커녕 심판 구성원이 편파적이었다는 한 심판의 제보를 '양심선언'으로 오역해 기사를 퍼트리고 카타리나 비트를 비롯한 ABC 방송의 보도를 한국 네티즌 감정에 유리하게 번역하는 등 감정적으로 치우친 기사를 집중적으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김연아'로 클릭수를 늘이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오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덕분에 '양심선언' 기사가 오역이라는 지적에 욕설로 반발하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오역으로 여론을 선동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김연아 선수의 몫이 되고 맙니다. IOC 위원 이야기도 그렇고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습니다.

두번째는 상대 선수에 대한 조롱과 비난은 어떤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러시아 관중들은 김연아 선수의 점수가 채점되는 동안 '러시아'를 외치며 심판을 압박했고 이외에도 많은 비매너를 보여 비난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편파판정에서 이익을 보았다는 이유로 스포츠 선수에게 온라인 테러를 가하는 행동은 오히려 제소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딱 좋은 행위입니다. 신상 털기는 물론 (확인은 못했지만)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페이스북이 욕설로 도배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한국 언론들이 소트니코바의 갈라쇼를 조롱하며 분위기를 선동한 면이 있습니다.

미국 ABC 뉴스 기사 보도도 대표적인 오역 중 하나. 감정적인 기사가 도움이 될까?


아델리나 선수에게 욕설로 화풀이를 하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제소 절차를 밟을 때는 김연아를 재심사하자는 여론이 못마땅한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증거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김연아 재심사 서명 사이트를 통해( http://www.change.org ) 여론을 피력하고 각종 공신력있는 사이트에서 토론하는 건 좋지만 스포츠 선수를 모욕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김연아의 갈라쇼가 아름답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나방같다고 조롱하는 건 짧게 끝났어야지 여기저기에서 너도나도 대서특필할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심판의 주관이 결정적인 스포츠에서 재심사를 요청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항의 만으로 쉽게 메달 주인이 바뀐다면 제소 사례가 넘치고 넘쳤겠지요. 차라리 피겨 스케이팅의 정당한 판정, 스포츠맨십을 요구하거나 김연아의 편파판정에 항의하는 배너를 전세계적으로 퍼트려 동시 게재하거나 한꺼번에 동참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세계적으로 이슈화시키는게 훨씬 더 긍정적인 행동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제대로 된 정보와 기준을 한국 언론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연아는 이미 러시아를 이겼는데 한국은 아직도 러시아에 지고 있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입니다.

김연아를 진짜 금메달리스트로 기억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야.


일부 미국 언론이 온라인에 올린 각종 분석 기사와 정보의 내용대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찾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 재심사 절차도 복잡합니다. 한국 언론은 그 내용을 오역하거나 선동하기 쉬운 내용만 퍼트릴게 아니라 정말 재심사 판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어냈으면 합니다. 행여나 금메달을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김연아 선수가 전세계인의 2014년 여자피겨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려면 여자 피겨 금메달 국가에 걸맞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일부 네티즌이 분풀이를 한다고 해서 언론 마저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재심사는 영원히 멀어진다는 점 명심했으면 하네요. 덧붙여 언론 보도에 휩쓸리기 전에 원문 기사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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