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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2012년 발생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가 피해자 가족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게 되었다는 언론 보도입니다. 작년에 피해자 가족이 소송을 한다는 기사를 읽었고 내용만 봐서는 이번이 최종판결같긴 합니다만 피해자 가족의 2차 피해에 비하면 금액도 약소하고 시기상으로도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시 피해자 신상털기에 몰두했던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성범죄사건에 대한 보도준칙'을 마련했다는 점 정도인데 한번 누군가 한번 원칙을 어기면 앞다투어 특종감을 찾아 덤비는 언론의 특징상 그리 믿음직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모두 7,800만원을 배상하고 기사 15건을 삭제하라는 20일의 판결은 그동안의 사례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액수가 아닐까 합니다. 알권리를 핑계로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은 많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고 기억합니다. 그만큼 2012년 당시의 언론 보도가 지독하긴 했습니다. 한 언론사가 팩트를 교묘하게 짜맞춘(떡볶이 사먹으러 몇번 온 가해자를 아는 사람으로 보도) 소설을 핑계로 언론은 '부정한 엄마'를 심판하듯 가해자 고종석 보다 훨씬 더 비난했으니 말입니다( MBC - 이번에도 '이웃 아저씨', "평소 자주 드나들었다")
몇건은 어제 판결로 삭제될 것으로 짐작되지만 언론사에는 지금도 그때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의 집주소와 집안 구조와 피해 아동 몸에 난 상처, 일기장, 심리 검사 내용을 낱낱이 까발린 폭력이 시청자에 불과한 저에게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피해자는 이사를 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해당 언론사 기자가 사과했다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읽은 적이 없으며 병원까지 찾아가 '옷을 좀 들어보라'며 요구한 기자의 신상은 여전히 '개인정보'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만만한 듯 함부로 대했던 언론의 횡포는 끔찍하기만 합니다.
문제는 이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피해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건의 재발 방지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동성폭행 이슈를 마치 소비하는 예능 컨텐츠인 양 취급하는 이런 태도는 아주 잠깐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지만 지속적인 대책 마련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담당자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인터뷰에 출연하면 그만이고 언론은 대책 보다는 신상정보를 특종이라며 까발리는 선에서 할 일을 마칩니다.
또한 시청자들은 이렇게 선정적인 이슈에 분노하는 동안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게 됩니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두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대책 마련이나 재발방지책, 피해자 보호 대책을 알려주기 보다 가해자가 마치 스타라도 된 듯 각종 사소한 신변 정보를 대서특필하고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인 피해자 가족을 죄인인양 이슈화시키는 동안 진짜 중요한 내용은 잊혀지고 맙니다. 멀쩡한 언론 하나가 입바른 소리를 보도하더라도 이미 가십에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린 시청자들은 더 이상 관심줄 여력이 없죠.
이쯤 되면 도움이 안되어도 좋으니 피해는 주지 말라고 간청해야할 지경입니다. 사실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아니라도 언론이 피해자의 2차 가해자가 되는 일은 온라인 포털만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피해자의 간단한 인적 사항은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은 이웃 사람들이 보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기술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구설에 오르고 오히려 가해자 보다 더욱 비난받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행적과 성격이 낱낱이 공개되는 이 현상은 사건을 마치 삼류 소설처럼 보도하는 언론과 말초적인 호기심을 만족하고 싶은 대중의 심리가 결합되어 새로운 범죄를 낳고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사건 피해자가 되면 '언론 소설'의 싸구려 주인공이 되고 대중의 심판을 받아야합니다. 피해자가 아니라도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 역시 비슷한 일을 당하곤 하죠. 예능 프로그램의 왜곡 편집 주인공이 된 일반인들은 '미친놈'이 되고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 '미친놈'을 평가할 권리를 가진 듯 공격합니다. 이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게 비극이라면 비극입니다.
아직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 '나주 성폭행 사건'을 검색하면 '엄마'라는 연관 검색어가 뜹니다. 요즘도 댓글 중에 Fact 운운하며 엄마를 비난하는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행여 피해자의 엄마가 왜곡 보도 내용대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애초에 언론의 보도 대상이나 비난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관검색어에 올라 있는 걸 보면 언론의 책임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곡된 사실을 보도했으면 정정 보도에 2배의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독자와 시청자들 쪽에서 언론을 움직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불거진 오역논란만 봐도 알 수 있듯 아무리 보도준칙이 있어도 '알권리'와 '공익'을 빙자한 언론의 횡포는 막기 힘듭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언론 보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각성이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진실도 모른채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중단하고 싶다면 언론 보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항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진행된 이번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나주 사건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이 해소되어 정말 다행이고 이번 일을 기회로 언론의 보도 행태를 제재할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12년 '나주 성폭행 사건' 언론의 거짓말은 아직도 증거가 남아 있다. 피해자 집에 카메라를 들이댄 기자.
피해자 가족에게 모두 7,800만원을 배상하고 기사 15건을 삭제하라는 20일의 판결은 그동안의 사례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액수가 아닐까 합니다. 알권리를 핑계로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은 많았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고 기억합니다. 그만큼 2012년 당시의 언론 보도가 지독하긴 했습니다. 한 언론사가 팩트를 교묘하게 짜맞춘(떡볶이 사먹으러 몇번 온 가해자를 아는 사람으로 보도) 소설을 핑계로 언론은 '부정한 엄마'를 심판하듯 가해자 고종석 보다 훨씬 더 비난했으니 말입니다( MBC - 이번에도 '이웃 아저씨', "평소 자주 드나들었다")
몇건은 어제 판결로 삭제될 것으로 짐작되지만 언론사에는 지금도 그때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의 집주소와 집안 구조와 피해 아동 몸에 난 상처, 일기장, 심리 검사 내용을 낱낱이 까발린 폭력이 시청자에 불과한 저에게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피해자는 이사를 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해당 언론사 기자가 사과했다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읽은 적이 없으며 병원까지 찾아가 '옷을 좀 들어보라'며 요구한 기자의 신상은 여전히 '개인정보'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만만한 듯 함부로 대했던 언론의 횡포는 끔찍하기만 합니다.
문제는 이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피해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사건의 재발 방지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동성폭행 이슈를 마치 소비하는 예능 컨텐츠인 양 취급하는 이런 태도는 아주 잠깐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지만 지속적인 대책 마련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담당자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인터뷰에 출연하면 그만이고 언론은 대책 보다는 신상정보를 특종이라며 까발리는 선에서 할 일을 마칩니다.
또한 시청자들은 이렇게 선정적인 이슈에 분노하는 동안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게 됩니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두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사람은 드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대책 마련이나 재발방지책, 피해자 보호 대책을 알려주기 보다 가해자가 마치 스타라도 된 듯 각종 사소한 신변 정보를 대서특필하고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인 피해자 가족을 죄인인양 이슈화시키는 동안 진짜 중요한 내용은 잊혀지고 맙니다. 멀쩡한 언론 하나가 입바른 소리를 보도하더라도 이미 가십에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린 시청자들은 더 이상 관심줄 여력이 없죠.
가학적인 내용의 추측성 보도들. 피해아동 아버지는 '매형' 운운한 보도에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도움이 안되어도 좋으니 피해는 주지 말라고 간청해야할 지경입니다. 사실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아니라도 언론이 피해자의 2차 가해자가 되는 일은 온라인 포털만 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피해자의 간단한 인적 사항은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은 이웃 사람들이 보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기술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구설에 오르고 오히려 가해자 보다 더욱 비난받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이유 만으로 행적과 성격이 낱낱이 공개되는 이 현상은 사건을 마치 삼류 소설처럼 보도하는 언론과 말초적인 호기심을 만족하고 싶은 대중의 심리가 결합되어 새로운 범죄를 낳고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사건 피해자가 되면 '언론 소설'의 싸구려 주인공이 되고 대중의 심판을 받아야합니다. 피해자가 아니라도 일반인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 역시 비슷한 일을 당하곤 하죠. 예능 프로그램의 왜곡 편집 주인공이 된 일반인들은 '미친놈'이 되고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 '미친놈'을 평가할 권리를 가진 듯 공격합니다. 이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게 비극이라면 비극입니다.
아직도 연관 검색어에 '엄마'가 뜬다. 왜곡에 앞장선 언론은 정정 보도의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
아직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 '나주 성폭행 사건'을 검색하면 '엄마'라는 연관 검색어가 뜹니다. 요즘도 댓글 중에 Fact 운운하며 엄마를 비난하는 글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행여 피해자의 엄마가 왜곡 보도 내용대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애초에 언론의 보도 대상이나 비난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관검색어에 올라 있는 걸 보면 언론의 책임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곡된 사실을 보도했으면 정정 보도에 2배의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독자와 시청자들 쪽에서 언론을 움직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불거진 오역논란만 봐도 알 수 있듯 아무리 보도준칙이 있어도 '알권리'와 '공익'을 빙자한 언론의 횡포는 막기 힘듭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언론 보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각성이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진실도 모른채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중단하고 싶다면 언론 보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항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진행된 이번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나주 사건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이 해소되어 정말 다행이고 이번 일을 기회로 언론의 보도 행태를 제재할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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