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대교까지 걸었다

Shain 2014. 4. 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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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오늘이 벌써 4월 20일입니다. 그동안 별성과없이 수색작업 만 하다가 닷새 만에 간신히 선체로 진입했고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이제 세월호의 선체는 완전히 가라앉다 못해 옆으로 기울어 버렸고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의 무책임, 침몰 초기 해경의 초기대응 미숙, 언론의 오보로 인한 착오 등 실종자 가족은 대한민국에 믿을 사람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고 CNN을 비롯한 외신의 인터뷰에만 응하기도 했습니다. 어제밤에는 '정부가 에어포켓이라는 곳이라서 뚫지 못한다는 곳은 기름통'이란 내용이 알려지며 실종자 가족이 다시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진도대교까지 걸어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이미지 출처 : 이재양 페이스북)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공중파 3사와 YTN, 종편 방송국들 이외에도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인터넷방송 BJ들과 인터넷 신문기자들도 모여있습니다. JTBC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했던 학부모의 증언대로 생방송으로 볼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와 언론이 전달하는 현장 상황은 그 무게가 많이 다릅니다. 인터넷에서 조작된 유언비어가 그대로 전달되기도 하고 혼란스럽고 지지부진한 정부 대책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의 음성이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참다참다 폭발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어제 새벽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새벽 1시경 실종자 가족들은 대표단을 꾸려 청와대로 가기로 했고(어제 오전부터 청와대로 가자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습니다) 그때 사복경찰이 그 내용을 어딘가로 알렸다고 합니다. 2시 30분을 전후로 실종자 가족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가 동원되고 가족들이 대절한 버스도 청와대로 갈 수 없다고 하자 그때 체육관에 총리가 나타나 실종자 가족을 설득하며 대치했습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총리가 왔을 때부터 걸어서 가겠다며 진도 터미널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경에는 생방송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정체불명의 여성이 갑자기 생존자를 구했다고 소리쳤고 어떤 남성도 내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진위를 확인하며 감압은 어떻게 한거냐며 의문을 표시했지만 처음 소리친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존' 소식이 한차례 해프닝으로 끝나는 동안 총리가 진도에서 3시간 가량 묶여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진도 대교까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힘겹게 걷고 있는 학부모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지쳐보였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피끓는 분노도 분노지만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의 절실함이 느껴집니다. 정부는 사고 이후 초동 대처에 실패했고 10개의 대책본부를 제대로 통합하지 못한 것도 물론이지만 세월호에 탄 승객의 숫자와 피해자 숫자와 실종자 수, 사망자수를  잘못 집계하며 신뢰를 잃었습니다. 무려 여섯번이나 통계를 수정하고 보니 정부 발표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은 당연했습니다. 현장에서 조류를 이겨내며 수색하는 해경과 잠수부들의 고생과는 별개로 실종자 가족이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오전 6시 30분경. 실종자 가족들의 행진은 경찰에 의해 막히고 맙니다. 진도터널을 지나고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던 가족들은 앞을 막아선 경찰들과 대치하며 항의하기도 했고 일부 학부모들은 경찰에게 무릎꿇고 빌기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초조하게 생존자 소식을 기다려온 실종자 가족 중에는 도저히 걸어갈 체력이 되지 않아 구급차에 실려간 사람도 있습니다. 진도대교까지 걸어간 그 사람들 중에 세월호 사고의 죄인은 없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잘못은 피해자의 가족들이란 것 뿐이죠.

오늘 오전 8시경에는 대치중이던 경찰이 실종자 가족들을 산쪽으로 모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고 그 와중에 현장을 트위터로 생중계하던 인터넷 신문 기자의 핸드폰 번호를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 기자가 테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아이들을 죽였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외침은 이렇게 또 단절되고 있었습니다. 언론은 현장 수색이 더디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감되지 않은 목소리를 편집하고 울부짖으며 이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만 자극적으로 방송하고 있죠. 카메라를 파손하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속사정을 짐작할만 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 내내 걸어온 사람들(이미지 출처 : 이재양 페이스북)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이상 사고 현장에서 대책이 미흡하다 지적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항의방문을 결정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현장 담당자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훨씬 권력이 높은 사람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니까요. 가족들의 소식을 파악하지 못한지 벌써 5일째 이성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기엔 그들은 모두 지쳐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부터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학부모들이 정치적으로 선동되어 휘둘리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고 악플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시신 수습 이외엔 진척된 것이 없음에도 가족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4월 16일 이후 경찰은 선장을 잡아 집중 조사하고 있고 청해진해운 측에도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원봉사자가 되어 현장으로 가거나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호 물품을 보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고 일부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열어 그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10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었습니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실종자 가족의 심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그들을 위로할 방법은 상황을 수습하기에 급급한 임시 대책이 아니라 확실한 조치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침몰한 세월호가 대한민국같다는 사람들의 절망에 동감합니다.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언론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절망적일 수가 없습니다.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의 시청률이 경이적으로 상승한 이유도 이해가 갑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 대책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기엔 너무나 면목이 없습니다. 피해자임에도 실종자 가족의 아버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깜깜한 새벽부터 아침해가 뜰때까지 4시간 동안 하염없이 걸어갔을 그들을 보고 있습니다. 믿을 곳없이 무작정 걸어야하는 심정이 느껴집니다. 오늘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진도대교를 막아선 경찰과 대치중이라고 합니다. 가족들을 위해서도 어서 빨리 생존자들의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 이미지 출처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부터 진도대교까지 동행한 이재양씨의 페이스북. 이계덕 기자의 트위터입니다. 학부모님들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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