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아이들의 절박한 메시지 해경은 왜 먼저 봤나?

Shain 2014. 5. 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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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22일째. 모두가 무사하리라 생각했던 4월 16일의 기대는 이렇게 안타깝게 끝나고 그 사이에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지금의 수난구조대책으로는 아이들을 단 한명도 살릴 수 없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유언비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언딘은 선박인양 전문업체였고 해경은 인명구조 명령은 단 한번도 발동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30여명의 승객이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한 지금. 가족의 장례를 마친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는 세월호 특검을 촉구하며 서명운동과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그들의 뜻에 동참하며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故박수현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 영상은 '사회의 소유'라 말한다.




이틀 전에는 JTBC '뉴스9'에 안산 단원고등학교 故 박수현 군의 핸드폰에 남겨진, 마지막 순간에 촬영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며칠전에도 5도 이상 기울어진 세월호의 난간과 8시 52분 촬영된 학생들의 분위기를 촬영하며 최후까지 '기자' 역할을 하던 박수현 군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음악듣기를 좋아해 배터리 관리에 꼼꼼했다는 박수현군은 4월 16일 오전 10시 11분에 찍은 마지막 사진으로 침몰 직전 학생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최초 조난 신고도 현장 상황도 단원고 학생들이 전달했지만 선원들도 해경들도 그 아이들을 구해주진 않았습니다.

깜깜한 물 속에서 가족들과 이별해야했던 아이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애타게 기다리던 국민들을 울립니다. 지난 주에는 여러 학생들이 신분증을 입에 물거나 손에 꼭 쥔 상태로 발견되었고 6일 발견된 시신은 휴대폰과 현금 등을 비닐봉지에 넣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행여 물에 떠내려가서 신원이 밝혀지기 어려울까봐 신분증을 물고 있었을 아이, 바다로 떠내려갔을 때 구조요청을 하려고 핸드폰을 비닐에 넣은 아이, 이제는 마지막임을 예감하고 가족들에게 남길 말을 핸드폰에 녹음한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아이들의 절박한 메시지를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핸드폰은 세월호와 해경의 잘못을 증명할 수 있는 또다른 증거가 되고 있다. 그들의 절박한 메시지.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에게는 휴대폰에 남겨진 그 동영상과 사진들은 사망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남긴 마지막 흔적입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설마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슬픔과 아이가 절박한 순간에 걸었던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후회가 아직도 유가족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런에 오늘 뉴스를 읽으니 해경이 아이들의 휴대전화에 손을 댔다고 하는군요. 유가족들의 권리를 무시한 행위인 동시에 시신들의 핸드폰 동영상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더욱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했던 여론과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해경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만 사건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들의 핸드폰을 유가족 동의없이 먼저 조사한 행위는 '해적'과 같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칩이 없어 다시 항의했더니 '수사상 필요해 분석했다’며 칩을 돌려줬다"는 해경의 말은 유가족이 지적하지 않았으면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그대로 빼돌릴 수도 있었단 이야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경이나 청해진해운, 여론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돌려받은 칩을 전문적으로 조사해 삭제된 내용은 없는지 확인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초기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익사한 시신 치고는 너무 깨끗하다며 배속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살아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프랑스 국영방송 보도 내용). 학생들이 세월호 안에서 생존 메시지를 남긴 것이 확인되면 오랫동안 살아있는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인양을 지시한 해경의 무능을 한번 더 지적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에 해경이 먼저 손을 쓴 것 아니겠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겨례신문 내용대로 학생들의 휴대전화는 '사고 현장의 유실물'로 당연히 유족들에게 그대로 전달해줘야하며 수사상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걸쳐 내용물을 봐야합니다. 절차를 밟지 않으면 해경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죠.

해경은 어떤 내용이 두려워 핸드폰을 먼저 검사했나. 절차없이 핸드폰을 먼저 보는 행위는 불법.




'뉴스9'과 '뉴스타파' 등에 아들의 핸드폰 동영상을 전달한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의 인터뷰대로 박수현군은 사진으로 세월호가 이미 새벽부터 정상이 아니었음을 증거로 남겼고 8시 52분에 이미 배가 상당히 기울어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유가족들이 제공하는 동영상과 사진 등 일련의 증거들을 모으면 세간에서 추측하는대로 이미 세월호의 침몰이 생각 보다 훨씬 일찍부터 시작되었다는 확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가족은 '당국이 과실을 감추기 위한 공작이다. 사고 현장과 구조 상황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해경은 도대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핸드폰의 메모리 조사를 결정했으며 그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지워진 메시지는 없는지 유가족이 아닌 제가 더 궁금할 지경입니다. 지금도 세월호 승객 30여명이 실종 상태고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아픈 몸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딘이든 해경이든 어서 빨리 가족을 돌려달라는 마음에 숨죽이고 있는 그들이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차라리 해경이 배제되고 해군을 비롯한 다른 기관이 수색과 구조의 핵심이었어야하는 건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만도 합니다.

'해적'으로 비난받고 싶지 않다면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유가족에게 그대로 전해주라.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의 종교, 정치, 경제, 언론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된 참사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는 언젠가는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을 뿐이죠. 세월호를 침몰에 이르게 한 청해진해운과 관피아들, 구조 보다 인양에 초점을 맞춘 해경과 언딘이 실종자와 사망자를 구조하는 주체가 되었으니 이제는 실종자의 마지막 메시지까지 사라질까 걱정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사건의 가해자가 사건 수습을 맡은 셈입니다. 해경은 어떻게 '해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것이며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유가족들의 요구대로 특검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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