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100일째, 100이라는 숫자가 실감나지 않아 한참을 다시 세어보는데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가 오늘이면 100일째가 된다며 팽목항에서 특별방송을 하겠노라 예고하더군요. 여전히 10명의 실종자가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했고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특별법'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사람들을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끔찍한 안내방송은 4월 16일 그날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살리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종자 가족에게 사람들이 불쌍해 쉴새없이 눈물흘리던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에 나선 유가족.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각종 정치적 이슈에 맞춰 발견된 유병언의 시신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어차피 횡령 등 경제사범으로 수배된 유병언이 잡힌다고 해서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백프로 책임을 지울 수도 없었겠지만 최소한 어느 관피아에게 돈을 주고 얼마나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었는지는 조사할 수 있었는데 그 가능성 하나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유병언의 죽음은 더욱 강력한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4월 16일부터 7월 24일까지 - 그동안 정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해경이 바다를 수색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안언론에 의해 폭로되었고 실종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에 수색을 요청하러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진도대교까지 걸어갔습니다. 그 앞을 경찰이 막아섰습니다. 실종자 가족의 상처를 후벼파고 진실을 왜곡한 KBS와 MBC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들은 현장에서 '기레기'라며 비난받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KBS는 발칵 뒤집혔고 길환영 사장은 물러나야 했습니다.


유병언은 사실상 세월호 참사의 일부일 뿐이다.


전국이 세월호 승객들의 무사귀환과 잊지않겠다는 염원을 담은 노란 리본으로 가득찼지만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세월호 침몰의 여론을 '유병언'에게 몰아가려했습니다.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한듯 사과를 했고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해경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도 유병언을 가까이 두고 잡지 못했고 이미 발견한 유병언의 신원 파악도 하지 못한채 무능을 입증했을 뿐입니다. 이제는 검찰과 경찰도 해체해서 그들의 업무를 다른 기관에 이양해야하는 것일까요?


적어도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꼼꼼히 살펴온 분들이라면 생의 의지가 남들 보다 강하던 유병언이 자살했다거나 자연사했다고 믿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그의 죽음도 어느 사이에 세월호 사건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되버렸습니다. 국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미스터리를 모두 알아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그들은 유가족들의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같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가만히 있으라'는 지독한 안내방송에 시달려야하는 것일까요. 언론의 책임이 무엇 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첫번째, 끝끝내 언론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얼마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다이빙벨 보도와 관련해 JTBC 손석희 앵커를 중징계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공중파와 종편 방송중 유일하게 다이빙벨의 필요성을 방송한 언론인입니다. 지금까지유일하게 팽목항과 세월호 유가족 소식을 메인으로 보도해주는 유일한 언론인이기도 합니다. 한때 팽목항에서 100일 가까이 까칠한 모습으로 소식을 전해주는 서복현 기자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아무리 방송통신위원회와 기성언론이 왜곡해도 해경이 생존자 구조를 하려면 다이빙벨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후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6월 7일, 941회)에서 나이지리아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생존자 사례를 알려주며 해경이 생존자를 구하려 작정했다면 어떻게든 다이빙벨을 도입했을 것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한 적은 있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JTBC와 여러 대안언론들이 밝혀낸 진실, 해경이 침몰 첫날부터 생존자 구조를 포기하고 구하는 시늉으로 국민들 속였다는 사실이 그렇게 뒤늦게 보도된 것은 단적으로 언론이 게을렀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MBC를 비롯한 공중파와 조중동 언론에게 분노한 것도 당연합니다.


생존자 구조에 반드시 필요한 다이빙벨과 유일한 언론 손석희.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과 이준석 선장의 무능으로 빚어진 비극이기도 하지만 세월호라는 낡은 배가 그 많은 사람들을 싣고 여객 운항을 할 수 있게 허락해준 관피아들의 비리가 빚어낸 인재이고 생명구조 보다는 책임회피와 비용을 먼저 고민했던 해경, 관제센터, 정부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인이기도 합니다. 유가족이 굳이 '416 특별법'을 요구하며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청한 이유도 해경부터 그 윗선 기관까지 개입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는 확신과 그 어느 기관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으리란 불신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의 초점을 '보상'에 맞춘 정치인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은 이번에도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왜곡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막말로 자식잃은 유가족들이 대학입학 특례를 요청할 이유가 무엇이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갑작스레 잃은 생존자나 친구들이 보상을 받고 기뻐하리란 추측도 '사이코패스'같습니다. 진즉 언론에서 유가족의 공식적인 입장과 정치인들의 제안을 구분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이 내용은 어제 방송된 '세월호 특별법' 해법에 대한 토론에서 박종운 변호사가 JTBC가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KBS가 총파업을 결의하며 국민의 편으로 돌아선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호응한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방송하겠다는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미안하다고 사죄한다고 했던 언론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언론도 정치인도 정부기관도, 4월 16일 그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언론은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낱낱이 밝혀줄 책임이 있었다.





두번째, 수사권과 기소권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정치권의 속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제안한 세월호 특별법, 그리고 유가족이 제시한 세월호 특별법을 비교해보면 많은 부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례, 의사자 관련 루머가 돌았던 이유는 정치인들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이유없이 유가족이 비난받아야 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의 '보상'을 받을 사람들은 생각 보다 많습니다. 넓게는 진도 팽목항에 동원된 자원봉사자, 진도 주민들부터 좁게는 세월호에서 탈출한 생존자와 유가족들까지 꽤 많은 보상 영역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 많은 보상 방법 중에서 정치인들이 '특례'를 선택한 건 가장 돈이 덜 들고 생색이 나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상에 대한 루머 중에는 보험금까지 명시하며 유가족이 많은 돈을 번다고 계산한 글도 있었는데 유가족이 받을 혜택, 보험금과 별개로 지급되는 국가의 보상금은 특별재난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내역으로 원래부터 지급되던 것들이고 전혀 남들이 부러워하거나 '많다'며 비난할 내용이 아닙니다. 왜냐면 누구나 비슷한 일을 겪으면 그 정도의 보상은 받기 때문입니다. '돈 문제'는 법령이나 위원회에서 해결할 부분이기 때문에 어차피 논의할 거리 조차 못되는 셈이죠. 핵심은 처음부터 세월호 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은 처음부터 진상조사를 위한 강력한 특별법.


지금까지 해경을 조사하고 청해진해운을 수사하는 검경과 국정조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누구나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국회까지 걸어온 안산단원고 생존학생들과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보면서도 막말을 쏟아낸 국회의원과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문자까지 퍼트린 심재철 위원장을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뿌리부터 샅샅이 조사할 것이란 믿음은 도저히 생기지 않습니다. 선거때는 싹싹 빌고 선거 끝나면 유가족에게 안면몰수하는 국회의원과 이미 죽은 유병언도 한달 뒤에나 찾아내는 검경에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습니까.


이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운전기사가 돈가방을 폭로해 조사를 받는 상태이고 여가부장관 김희정도 선주협회의 지원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교육부 장관으로 지목된 황우여 국회의원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망한 유병언씨가 한때는 정권 실세와 가까웠다는 점도 사실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이 강력한 진상조사 특별법을 원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길 바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닐까요? 100일이 지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바라지 않는 정치인들의 속내를 지겹게 보았습니다. '국가개조'는 허언 중의 허언이었던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정치인과 검경을 믿고 수사를 맡기겠는가?






세번째,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루머와 공격


어제 SNS에서 안타까운 소식 하나를 읽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때 안산은 노란 리본으로 가득 찼고 그중에서도 현탁이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세탁소 앞을 쪽지와 리본으로 가득 채워 보는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했었죠. 그 현탁이의 누나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탁이네 가족은 자꾸만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거절했음에도 임의로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힘겹게 도보행진을 하고 단식을 하는 유가족들의 진실은 외면하면서 한때 이슈가 되었던 세탁소 메모로 시선을 잡아보겠다는 그들의 시도가 씁쓸했던 기사입니다. 아무리 진심이 담겨 있다 해도 유가족의 허락은 반드시 구했어야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고 가만히 있으라는 압력 때문에 구하는 시늉만 하는 걸 보면서도 이러다가 혹시나 가족들을 구해주지 않을까봐 말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수사권 있는 특별법을 요구하니까 욕하고 루머를 퍼트립니다.


언론은 세월호 유가족이 왜 이렇게 만만한가?


어떤 사건이 벌어지든 간에 언론은 '공평하게' 모든 피해자에게 가혹합니다. 예전부터 가해자의 신상은 철저히 보호되어도 피해자의 신상은 낱낱이 밝혀져 낯선 기자가 피해자 앞에서 취재를 요청합니다. 친구들이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르는 그 순간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를 피해 생존 학생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어야했습니다. 진실에는 관심없는 그들의 모든 행위가 2차 가해라는 사실을 그들이 모르는 것일까요? 똑똑하니까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위암 말기 연예인 가족을 취재하는게 그들이니까요.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해진 엄청난 폭력 - 보상을 바란다는 루머가 유포되고, '유족충'이라는 말이 나오고 길거리에서 유가족을 모욕하고, 그 바보같은 루머를 사람들이 믿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취재하는 언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압력에 많은 언론사가 동조했고, MBC는 아예 오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에 불참했습니다. 언론에게 칼을 휘두르는 권력자는 어렵지만 피해자는 만만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민중의 칼이 되어야할 언론이 이 모양이라서 더욱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첫달에는 너무 가슴이 먹먹해서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고 나중에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유가족의 아픔을 보고 있는 건 같은 사람으로서 차마 할 짓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더욱 더 큰 목소리로 '가만히 있으라'며 압력을 넣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손석희 앵커는 팽목항에 가고 유가족들은 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걷고 또 걷습니다. 부디 나머지 10명이 빨리 돌아오길, 세월호 유가족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7월 24일 오전 9시 현재 현탁이 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해당 기사는 많은 네티즌들의 요청 때문인지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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