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크리스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종교가 없는 까닭도 있겠지만 안 그래도 바쁘고 시끄러운 연말을 요란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놀이 문화라는 것이 술 아니면 노래방이 전부다 보니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이들면서 점점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의 낭만 보다는 눈 때문에 미끄러지고 빙판과 흙탕물로 범벅이 된 길이 불편하단 생각이 더 강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뭔가 설레이고 뭔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어떤 가족들은 선물을 주고 받고 어떤 연인들은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그러는 모습 만큼은 싫지 않았다. 나같으면 모이더라도 좀 더 한가한 곳에서 보다 조용한 시간을 보냈겠지만 말이다(그날 대한민국 도시에 한산한 곳이 있을 리 없겠지).


크리스마스가 되면 떠오르는 영화 '가위손' 에드워드와 킴의 사랑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겨울이다.


요즘처럼 겉도는 인간관계가 넘치는 시대에 굳이 그런 날을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낼 필요가 있을까? 이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 1990)'은 그런 생각으로 혼자 보내던 시간(아마도 연말?)에 보았던 영화로 기억된다. 그때 나름대로 겨울이라고 따뜻하게 무장(?)하고 손에는 뜨거운 차 한잔 정도는 들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기괴한 첫시작과는 전혀 달랐던 잔잔한 감동에 반해버렸고 팀 버튼의 장난스러운 겨울 동화는 그렇게 '크리스마스'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한번쯤 겨울 마다 꺼내 보는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는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한 인조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한 늙은 발명가가 너무 늙어서 그를 만드는 바람에 에드워드(조니 뎁)에게 손을 미처 만들어주지 못했고 에드워드는 평생 무언가를 자르는 가위와 함께 하는 운명이 되고 만다. 장애라면 장애고 특별함이라면 특별함인 그의 특징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애완견을 다듬고 머리를 손질해주는 에드워드를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기한 듯 쳐다보고 친절하게 대해줬지만 나중에는 그의 재능을 불신하게 된다. 그 누구도 에드워드의 가위질에 예술가 기질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의 가위가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그의 가위가 위험하고 사람을 해친다며 경계했고 에드워드는 성에서 혼자살 때 보다 더 외로워지고 만다. 그가 남들과 같지 않다며 좋아했던 사람들도 남들과 같지 않은 그의 특징을 싫어하게 된다. 단 한 사람 에드워드를 처음 마을로 데려갔던 펙의 딸인 킴(위노나 라이더)만이 에드워드의 진실을 알아줬고 그 진심을 믿어주었다. 에드워드는 킴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두었고 좋아했고 킴 때문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괴로운 감정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외로운 한 존재와 그 존재가 마음깊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평생 눈이 내리게 한다는 아름다운 동화다. 얼음을 조각하는 에드워드와 떨어지는 얼음조각들에 맞춰 춤을 추는 킴(그 장면의 배경음악이 아마도 Ice dance 였던가)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면이다. 한때는 마치 팀 버튼의 조형물인듯 연기를 해내는 조니 뎁과 그의 연인이었던 위노나 라이더의 이야기가 이 영화와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 시절의 조니 뎁은 참 특별한 매력을 가진 배우였고 위노나 라이더는 청순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위노나 라이더의 여러 가십과 끝내는 헤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동화와 현실이 다르다는 증거가 되버렸지만.


내게 이 영화와 함께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선물 때문일 것이다. 늙은 발명가가 에드워드에게 마련해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손이었다. 예정대로라면 그 손을 에드워드에게 붙여주고 에드워드가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줬겠지만 발명가는 끝내 손을 선물로 주지 못했다. 가위는 에드워드에게도 상처를 주었지만 에드워드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는 것은 그를 상처입게 하는 것과 같았다. 만지려 하면 할수록 연인을 다치게할 수 밖에 없는 에드워드와 그를 사랑해주는 킴의 진심. 그런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겨울 마다 눈이 내리게 하는 기적이 가능할 수도 있는 걸까.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서 모두가 에드워드를 함부로 생각하고 괴롭힐 때 에드워드를 감싸주고 제대로 판단해준 킴의 가족과 경찰의 역할이다. 그들이 있어도 에드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없었다. 이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고 짐처럼 못되고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크리스마스에 되도록 조용히 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어쩌면 다들 에드워드처럼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상처 한두가지 쯤은 있을지 모른다. 에드워드가 킴의 젊은 모습만 기억하도록 찾아가지 않은 킴과 킴이 좋아하던 눈을 겨울 마다 볼 수 있도록 눈을 조각하는 에드워드의 마음처럼 뭐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그리움 한가지쯤은 숨기고 살겠지. 


크리스마스는 저 마다의 가위손을 가진 사람들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 어쩌면 이런 생각들은 티워머의 티라이트가 타들어가는 동안 빠져드는 잡생각에 불과하다. 그렇게 아름답던 위노나 라이더는 지금은 절도 때문에 점점 더 연기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이고 조니 뎁은 이제 중년의 연기자로 '캐러비안의 해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위손'의 이야기는 이미 20여년이 지난 과거의 동화일 뿐이고 크리스마스로 활기찬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내리는 모습에 외로움을 느낀다. 이런 시즌엔 무리에서 겉도는 사람에게 따로 신경쓰지 않는 법이다. 뭐 이렇게 흥겨운 시간에도 누군가는 서글픈 에드워드와 착한 킴이라서 혼자 지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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