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과 비교해볼 대상이 이젠 몇명이 남았나, 세어보니 주인공인 데몽, 조지 3세와 그의 부인, 오를레앙공, 루이 16세, 또 로베스피에르 이렇게 6명 정도 남은 거 같다. 다른 실존 인물은 지금으로선 기억이 나지 않는데..(샌드위치 백작 같은 사람은 동명이인인지 그냥 등장한 건지 알 수도 없고...) 사실 루이 16세나 로베스피에르 같은 경우엔 조금 황당하게 바뀐 사람들이라.. 애니 속의 인물로 치부하고 생략해야 하는 건 아닐까 궁리도 한다.

의외로 슈발리에의 배경은 실제의 베르사이유 궁, 그리고 영국의 궁을 그대로 묘사한 편인데, 특히 루이 15세의 침실이나 정원, 전원풍의 베르사이유 궁전 등은 현실감 있게 재현되어 있다. 러시아의 궁전 외경도 마찬가지고..또..초반에 이만한 고화질의 애니도 없다고 난리를 치며 보게된 애니메이션이라 3D로 재현된 외경에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었다. 거의 실사 수준으로 재현된 베르사이유 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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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볼 때 감탄한 그 베르사이유 궁의 복도이다 가끔씩 나올 때 마다 눈이 감사했다. 확대해서 보면 더 멋질 듯. 축소한 건데도 이 정도라면 풀 화면으로 보면 대체 어느 정도의 느낌일까.


더군다나, 내용을 보고 간단한 애니의 설명을 읽으니 이건 실제의 역사와 판타지를 섞은 팩션류라지 않은가? 거의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서 나는 볼 것도 없이 올인해버렸다.  현재의 내 컴퓨터 사양과 맞지 않은 고화질 애니를 골랐길래, 그것도 버리고 새로 다운받을 만큼 기대하면서 봤다..

젊디 젊은 루이 15세, 그리고 그의 왕비 마리, 러시아의 여제 엘리자베타와 예카테리나.. 영국의 조지 3세 부부까지.. 성경의 주술을 소재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실제 데몽이 역사적으로 그러했듯이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오가며 그 이야기를  펼쳐 나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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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애니메이션의 소재는 허구에서 부터 시작한다.
꽤 오랜 시간 여성 복장으로 프랑스의 비밀 외교사절 역할을 한 실존인물, 데옹 드 보몽의 가상의 누나인 '리아 드 보몽'의 죽음, 그리고 그 시체의 등장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 죽음의 비밀을 밝히면서 악당인 듯 보이는 여러 인물들과 현실 속의 인물들이 개입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실 속의 여러 인물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조금 의외의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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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왕의 대명사 루이 15세는 겉으로는 여자를 밝히는 것 같으나, 진정으로 프랑스의 앞날을 걱정해서 기사들을 독려하고 이런 저런 힘의 균형을 고려하는 남자이며, 연회 이외엔 관심을 쏟은 것이 없다고 알려진 엘리자베타 여제는 러시아 개혁을 위한 세력을 애인으로 위장한다. 또 개인적인 이유가 여럿 겹쳐 군부를 장악하고 남편 표트르3세를 물리친 예카테리나 대제는 러시아와 엘리자베타 여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약한 마음을 누르고 정권을 장악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힘없는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시집와 인생의 말년을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게, 은폐된 듯이 살았다는 마리 레슈친스카 왕비는 프랑스 기밀국의 일을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은 것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판타지적인 능력의 설정은 예외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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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밌있게 그려진 것이 퐁파두르 부인의 프랑스 사랑인데, 조금 방향이 다른 프랑스 사랑으로 인해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역인 퐁파두르 부인은 프랑스가 너무 걱정이 되서 딸까지 죽였고, 프랑스가 너무 걱정이 되서 루이 15세의 정치를 모두 장악했으며 정부를 휘두른다. 실질적으로 국내 및 외교 관계의 모두를 장악했던 여자로 알려져 있듯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서 .. 애니 속의 퐁파두르는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물론 가장 황당한 건 막스밀리앙 로베스피에르겠지만, 그것 만큼은 지나치게 강력한 스포니, 빼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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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이라기엔.. 그 설정의 시작이 아예 상상으로 시작된 것이라. 전혀 다른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고 밖엔 말할 수가 없을 듯하다. 특히.. 후대의 해석으로는 '의상도착증'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는 데옹 드 보몽이 누나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빙의된 남자로 묘사된 점은 약간은 웃어야할 지, 인상을 써야할 지 모를 부분.. 슈발리에 속의 역사적 인물은 모자란 인간이나 악인이 하나도 없었다. 팩션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가공된 그들에게 모종의 비현실적인 느낌을 느끼는 건 나뿐인가?(애니메이션 속이니까 비현실적인게 당연하다면 할 말 없고..)

아니 그런 것은 사실, 다 용서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장 큰 문제는, 팩션으로서 선택되었든 판타지로서 선택이 되었든 간에.. 탁월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나 매력이 있었다면, 모든게 커버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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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오프닝에 요약된 대로(이 애니의 오프닝은 자세히 보면, 슈발리에의 모든 에피소드를 묘사하고 있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는 메타포) 사실, 왕권이나 프랑스 혁명이냐를 선택하는 기사들의 이야기이다. 그 모티브, 그리고 그림체나 애니의 스타일이 매우 훌륭한데 반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관점이나 진행은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할 수 밖에.. 조건이 다 갖추어진 명작을 하나 놓친 기분이다. 슈발리에에 사기당한 거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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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얼마나 훌륭하게 만들어진 팩션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같은 작가의 '올훼스의 창'이나 '에로이카' 역시 실제의 인물과 가공의 사실을 훌륭하게 섞어서 종합적으로 상당한 매력을 뿜어내는 코믹스..
사실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개인의 관점'은 잘 짜여진 이야기로 구성되어 나가면, 훌륭한 팩션이나 해석이 될 수 있지만, 어중간하게 그려질 때는 왜곡이나 미화로 끝나버리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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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charasforeast BlogIcon 샹그릴라
    2010.11.11 10:58 신고

    음...슈발리에...뭔가 대작 냄새를 풍겨 일단 보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그래도 꾸역꾸역 끝까지 봤는데, 뒤로 갈수록 더 보기 힘들어지더군요. 아주 매력적인 소재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린 듯한... 아주 오래전에 쓰신 글이군요. 저도 슈발리에 본 게 몇 해전이라, 이젠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나요. 그래도 ost는 좋았던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

  2. Favicon of http://baqui-blue.tistory.com BlogIcon 바퀴철학
    2011.05.02 13:24 신고

    슈발리에?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기병이었나요?

  3. 만성피로
    2011.09.19 19:02 신고

    이건 뭐 맹목적인 전체주의 사상에 찌든 인물들 일색이고 혁명정신은 완전히 뒷전이더군요. 왜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 된 것일까요? 이해가 안 되네요.^^; 주인공의 궤변도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고, 도대체 말하고 싶었던 바가 뭐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존인물의 이름을 차용하면서 내용은 완전히 비틀어버리는 일본스러운 전개에 기분이 좀 언짢아지는 그런 만화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