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부부란 무엇인가

Shain 2010. 11. 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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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막장 소프 오페라일수록 가족의 정과 가정의 끈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리 저리 치여서 상처입은 인간관계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코드이자 끈끈한 인연의 실 가족. 가족이란 말로 해결되는 드라마의 결말을 보면 대부분의 시청자에겐 용서가 됩니다.

제작자로서는 모든 갈등을 봉합하기 편리하고 시청자로서는 '그래, 피가 섞인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조금은 꺼름칙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죠. 'MBC 욕망의 불꽃'에 등장한 혼외자 김영식(김승현)과 김미진(손은서)의 존재가 탐탁치 않지만 김태진(이순재)의 가족은 그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부부 사이라면 어떨까요. 내 배우자가 나 이외의 연인이 있다면, 도저히 배우자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다면, 혹은 배우자가 숨기는 게 많다면?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 등장하는 부부들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이혼은 거의 생각치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지만 맺어지지 못하는 김민재와 백인기.



'이번까지만 용서해준다'며 김태진의 바람을 넘어가주는 강금화(이효춘)는 그런 남편을 얄밉다고 하면서도 거역하지 않습니다. 혼외자를 용납하는 태도 뿐만 아니라 독불장군처럼 자식들 일을 맘대로 결정하는 남편에게 제대로 반대하지 않는거죠. 남편 역시 자신의 속셈을 아내에게 귀띔하는 법이 없습니다.

김태진 회장은 대서양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가족 간의 단결이라며 분가한 자식들까지 아침 마다 불러들여 식사를 합니다. 호적에 올렸으면서 얼굴도 못 알아보는 '밖에서 낳은 자식' 김영식을 식탁에 앉혔지만 밥을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영식의 자리엔 식사 셋팅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강금화는 딱히 못되게 구는 성격은 아니라서 못마땅한 김미진과 김영식을 대놓고 구박한다기 보다 한마디씩 툭툭 핀잔을 주곤 합니다. 아들 부부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법도 없고 없는 집 출신으로 대기업 사모님들 틈에 끼어들지 못해 안달하는 인물입니다. 불도저같은 남편에 반항하기 보다 복종하는 아내 타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영대(김병기), 차순자(이보희) 부부는 짝짜꿍이 잘 맞는 부부입니다. 애초에 김태진이나 계모인 강금화의 애정은 기대도 안했던 큰 아들이라 다른 가족들 입맛에 맞으려 마음에 없는 칭찬도 늘어놓는 김영대와 결혼 전엔 언니라고 부르던 강금화에게 찰싹 붙어 이익을 얻어볼까 하는 차순자는 남들 앞에서 다투는 척도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한 부부입니다.

잘 살아보겠다는 의욕도 재벌가 후계자 되겠단 뜻도 없는 딸둘 아들 둘에 똑똑한 둘째 동생, 총애를 받는 셋째에게 늘 치이는 커플이지만 두 동생이 분란을 일으키는 사이 어부지리를 얻으려 합니다. 나름 속에 숨겨둔 서운함이 많지만, 가족들에게 '너 밖에 없다'는 말과 '서운하다'는 말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는 부부죠.

김영준(조성화)와 남애리(성현아) 커플은 부부라기 보단 사업상 파트너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어떤 며느리들 보다 배경이 좋고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 남애리는 자신들 부부가 큰 형 부부나 막내 부부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반엔 시어머니의 애정을 얻기 위해 살갑게 시집살이를 했었지만 김영준의 회사내 위치가 확고해진 거 같자 바로 시댁을 나와버리죠.




김영준과 남애리의 부조화는 서로의 본심을 잘 모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신중한 성격의 김영준은 아버지 김태진이 녹록치 않은 상대임을 알기에 남애리의 큰아버지 남장군(조경환)의 밀어부치는 방법이 통하지 않으리란 걸 압니다. 남애리는 남편을 대서양 회장에 올리겠다고 하지만 그게 친정을 위한 것인지 남편의 야심을 위한 것인지 도무지 감이 서지 않죠.

오히려 다른 어떤 형제 보다 가족 간의 관계를 '말로 나마' 챙기는 김영준은 신기한 존재입니다. 내몰아도 시원치 않은 동생을 끌어들이고 아버지 결정에 반발하지 않습니다. 반면 아내가 마음 상한 걸 걱정해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합니다. 배다른 동생 미진에게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반응해주는 것도 영준 뿐입니다. 과연 영준이 진정 얻고 싶은 건 가족일까요 대서양일까요.

셋째 김영민(조민기)와 윤나영(신은경) 커플은 각자 과거가 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애정없는 결혼을 했지만 시댁과 남편,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윤나영과 결혼전 사랑하던 애인이 있었지만 이젠 윤나영에게 동조하는 김영민의 관계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서걱거립니다. 아직까지는 다른 커플에 비해 부부라기 힘든 구석도 있죠.




김민재(유승호) 자라는 20년 동안 김영민의 마음은 조금씩 윤나영에게 돌아서지만 백인숙(엄수정)의 죽음 때문에 송진호(박찬환)가 찾아오자 윤나영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윤나영이 계단에서 구르고 유산했단 말을 들었을 때는 더욱 더 의심이 커져만 가죠. 자신은 정관수술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여주인공 윤나영은 김영민과 아들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댁을 챙기려 온몸이 바스러져라 일하고 대서양 그룹의 모든 정보를 한손에 쥐고 있고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기만 하지만 그녀의 최종목적은 김태진의 셋째 아들, 남편을 오너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부부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게 재벌 3세들입니다. 둘째 부부의 사악한 아들 김영재(백종민)은 순하고 착한 김민재를 타락시키려 백인기(서우)를 이용하고 싶어 양쪽을 조금씩 자극합니다. 큰 아들 부부의 자녀들은 각자 의욕없이 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셋째 부부의 착한 아들 김민재는 가슴아픈 사랑과 출생의 비밀 때문에 큰 고난을 겪을 것입니다.

특히 박덕성과 윤나영의 친딸 백인기는 딱하고 서글픈 삶을 살고 있지요. 김민재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고백하는 김민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이상 엮이면 김민재에게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후회합니다. 윤나영의 업보가 점점 더 커져가네요.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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