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영화 이야기

칼라 퍼플, 보라색의 특별한 의미

Shain 2010. 11. 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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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기사를 이것저것 읽다 보니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한 한무리의 배우들이 보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거의 유일한 출연 영화이자 히트작인 'The Color Purple(1985)'가 개봉한지 25년이 지났다는군요. 오프라 윈프리는 그 영화 이후 쇼프로그램 진행자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1982년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우피 골드버그(Whoopi Goldberg) 주연으로 단숨에 세계를 감동시켜 버립니다. 비록 시드니 폴락 감독의 'Out of Aprica(1985)' 때문에 여우주연상은 타지 못했습니다만 무명의 우피 골드버그를 세계 스타로 바꿔놓았죠.

우리 나라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만 2005년부터는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나서 동명의 뮤지컬이 미국 전체에 순회공연 중이기도 합니다. 다시 뭉쳐서 쇼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최근 우피 골드버그를 자주 보지 못했는데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참 반가우면서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싶네요.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25년 만에 재회한 '칼라 퍼플' 출연진들.


브로드웨이를 출발해 전 미국 순회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칼라 퍼플"



'칼라 퍼플(Color Purple)'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두고 팬들이 많이 설왕설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 위키에도 미국의 지식인같은 질문 사이트에도 한국의 지식인 코너에도 이 제목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죠.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의 두루뭉술한 답변도 있긴 하지만 팬들은 영화나 책을 보고 느낀 각자의 느낌, 각자의 해석을 적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드라마 'The Tudors(2007)'에는 아직 왕비가 되지 않은 앤 블린이 보라색 옷을 입고 궁을 활보해 손가락질 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왕과 왕비 만이 입을 수 있는 색의 옷을 입는 건 불경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보라색(엄밀히는 자주빛에 가까운)은 귀족들의 색깔로 아무나 입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라색을 보며 귀한 것과 존중받는 것을 연상합니다.

칼라 퍼플의 주인공 셀리 해리스 존슨(우피 골드버그)에게는 인생의 보라색이란 그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못됩니다. 남편에게 얻어맞아 부어오른 자국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걸 보면 셀리에게 보라색은 공포 그 자체고 천박하고 무서운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라색의 진정한 '귀함'을 알려주는 건 남편 '미스터'의 연인 '셔그'입니다.




칼라 퍼플 전체 줄거리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천성이 착한 셀리(우피 골드버그)는 14살 때 의붓 아버지의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그 아이들은 낳는대로 의붓아버지가 데려가버려 얼굴도 보지 못 했고 행방을 물어보지도 못 했다. 셀리의 유일한 꿈은 두 살 아래인 여동생 네티와 행복하게 의지하고 사는 것, 그러나 미스터라는 인물이 네티에게 청혼하면서 꿈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미스터는 40대의 홀아비로 셀리의 의붓아버지가 네티 대신 셀리와 결혼하라고 하자 셀리를 부인으로 삼는다. 셀리는 드센 전처의 아이들과 거칠고 폭력적인 남편 미스터에게 적응하며 그럭저럭 살아나가지만 의붓 아버지에게 나쁜 일을 당할 번한 네티는 셀리에게 도망쳐 온다. 미스터 역시 네티를 힘들게 하자 셀리는 네티의 안전을 위해 멀리 떠나보낸다. 서로 편지하기로 약속했지만 네티로부터 편지는 도착하지 않는다. 셀리는 미스터의 첫사랑인 자유분방한 셔그를 알게 되고 그녀를 간호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셔그의 도움으로 셀리는 미스터가 네티로부터 온 편지를 숨겨왔음을 알게 된다. 그에 분노하여 미스터를 떠난 셀리는 바지가게를 차리고 헤어진 네티, 그리고 두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비극이라면 비극일 수 있는 인생을 순종하며 견딘 셀리(우피 골드버그)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던 셀리 네티 자매의 헤어짐



이 영화를 인권영화라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뿌리(Roots, 1977)'와 같은 흑인 잔혹사로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 영화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지만 확실한 건 주인공 셀리가 인생을 살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느끼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190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흑인이자 빈민이고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이 '보라색'을 띠진 않았을 겁니다.

순종적이고 반항하지 않는 셀리의 삶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끔은 답답합니다. 억압받으면 받는대로 배우고 본 그대로 의붓아들 하포에게 '말안듣는 아내를 폭행하라'고 조언하는 셀리는 나쁜 아버지와 남편에게 길들여진 인생을 답습하는 평범한 여성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흑인으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남편과 아버지 역시 그들이 배운 만큼 아내와 딸을 구타했을 겁니다. 셀리는 그들 보다 먼저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평소 스티븐 스필버그 방식의 '지나친 사실주의'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나 '쉰들러 리스트(1993)'에서 등장했던 지독한 장면은 아무리 현실을 극적으로 옮겨놓은 것이라지만 죄책감을 자극하기 보다 비참한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할 수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슬픔을 불러오기 때문이지요.


셀리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자유로운 셔그


셀리의 의붓아들 하포의 아내였던 소피아(오프라 윈프리)



그렇지만 칼라 퍼플에 등장한 셀리가 깨달은대로 햇빛에 비친 흑인의 피부색도 알고 보면 보라색이고 세상의 어떤 물건에도 들어가 있는 색인 보라색은 그 자체로 귀한 것입니다. 누리고 찬양할만한 아름다운 것으로 사람은 여자이든 흑인이든 가난한 자이든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퍼플 칼라(Purple color)'나 '퍼플 잡(Purple Job)'이란 용어가 있다고 하는데 블루, 화이트로 구분되던 직장인들을 좀 더 계층화 시키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두가 진정한 보라색 사람들로 거듭났으면 싶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해운대 화재 미화원들도 셀리와 같은 1900년대의 흑인 여성도 모두가 소중한 '보라색의 사람들'일테니까요. 이번 오프라 윈프리쇼는 꼭 봐야겠네요.


칼라 퍼플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5 / 미국)
출연 대니 글로버,우피 골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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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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