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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서혜림 공주님 맨발로 뛰세요

Shain 2010. 11. 1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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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이나 직장이나 제일 싫은 타입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죠. 생계곤란을 직접 겪어 본 적 없으니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직거래'를 농민이 직접 해보라 조언하는 정치인들도 있고 대학 등록금이 오르면 장학금을 받으면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수의 누군가는 그 일에 성공하겠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전엔 근본적으로 치유가 안되는 문제들이죠.

드라마에서 정치인의 철학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당연히 하지 않습니다. 현직 정치인들도 가치관의 부재를 느끼게 할만큼 무식한 소리를 자주 내뱉는데 하물며 드라마가 '이상'을 완전하게 그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해보지 않았고 그래서 더 걱정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여성 대통령 후보 서혜림씨는 백기사와 흑기사에게 둘러 싸여 '아무것도 모르지만' 선거전에서 승리한 영 껄끄러운 인물입니다. 그녀의 현실은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직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원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준입니다. 사람들을 통솔하고 포용하고 설득하는 그녀의 장점은 아직까진 도움이 되고 있지 않죠.




서혜림은 종종 정치계의 공주님 같습니다. 미망인 서혜림이 정치판에서 상당한 고생을 하는 분위기처럼 묘사되지만 잘 따져보면 그녀는 언제나 보호받는 존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당의 실세는 아니지만 국가 최고의 권력자인, 부인없는 백성민 대통령은 서혜림을 딸처럼 생각하는 듯 종종 조언을 주며 다독이고 검사 하도야는 서혜림을 위해서라면 나쁜 짓도 서슴치 않습니다.

서혜림을 자신의 야망에 써먹을 인물로 생각하고 있고, 드디어 검은 정체를 드러낸 강태산 역시 서혜림을 위해 뒤에서 몰래 해주는 일이 많습니다. 산호그룹 회장인 장인과 척을 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조배호 모르게 남해도 도지사로 당선되게 합니다. 물론 그녀를 복당시켜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는게 이 야심만만한 젊은 정치인의 목적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왕자님' 컨셉이네요.


비키니는 아니라도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어제 방송된 내용에선 드디어 서혜림도 직접 하는 일이 있긴 있더군요. 여자 도지사의 기를 꺾고 군기 좀 잡아보겠다며 국장들이 폭탄주를 퍼붓는 술자리를 마련합니다. 기선제압을 하기로 맘먹은 서혜림은 숙취해소 약을 먹는 등 단단히 준비를 하고 현장으로 나갑니다. 흑기사도 부르지 않고 그들이 주는 술을 낼름낼름 받아마신 서혜림은 국장들을 술자리에서 무찌르는데 성공하죠.

그뿐 아니라 남해도 간척지 사업 때문에 생긴 부정과 비리를 직접 공성조 지청장을 찾아가 수사 요청하고 재정 자립율 10% 밖에 되지 않는 남해도의 에산 확보를 위해 대통령, 산호그룹 회장 등을 쫓아다니며 남해도에 투자해 달라 발품을 팝니다. 도의원들과 의견충돌이 일어나자 맞서기도 합니다. 공주님의 맨발투혼이 드디어 시작된 거 같은데 아직은 술드시는 일이나 기싸움하시는 일이 제법 하실만 한 모양이군요.


왕자님들끼리 사랑에 빠지시면 안되요



정치인이 모든 험한 일을 직접 해내란 법은 없습니다. 한 정당을 혹은 한 기관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 적재적소에 능력있는 사람을 배치시키고 협상 능력이 좋은 사람을 자기 대신 내보낼 수도 있는게 정치인의 능력이긴 합니다.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정치인이 최고의 인물은 아닙니다. 서혜림과 그런 정치인이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른다'와 '알고 시킨다'의 차이겠죠. 그래서 주부에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인데도 '온실 속의 화초', 공주님인 겁니다.

강태산이라는 가장 큰 라이벌은 정치판의 늙은 너구리 '조배호'를 제거해줄거고 본의 아니게 서혜림이 대통령이 되는 길을 잘 닦아줄 거 같습니다. 강태산이 모든 구시대의 인물들을 다 처치하고 나면 서혜림은 대통령이 될 것이고 서혜림이 물리칠 최후의 적은 강태산이 되겠죠. 이것 역시 나름대로 무혈 입성인데 작가는 서혜림이 '강태산을 제거해야하나'라는 고민거리를 줄여주기 위해 그를 점점 더 악마로 만들어버릴 것 같습니다.


강태산 의원님 전 약해서 안되나요



상대가 숨겨진 비리가 많은 악마라면 서혜림은 강태산의 방식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 고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정치적인 부분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거죠. 정치인에게 어떤 것이 진정 옳은 것이고 어떤 사람을 거둬들여 자기편으로 만들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강태산은 그 고민을 악당이 됨으로서 깔끔하게 해소해준 것이죠. 연인 비스무리한 사이인 하도야와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까이거 눈물의 이별 한번 해주면 누군가 다시 사귀라고 바람을 넣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회 쯤에 우리의 서혜림 공주님은 자기 몰래 나쁜 짓을 저지른 검사 하도야와 헤어질 것인지 생각해볼 거 같지 않습니까?

뒤에서 몰래 자신을 도지사로 만들어준 공신들이지만 일단 공주의 양심과 이미지는 지켜야하니까요. 장세진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하도야의 희생과 고군분투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될 기반, 그리고 악당 강태산을 물리칠 토대를 마련하겠죠. 자, 공주님을 위해 희생할 기사분들은 마련이 되셨으니 이제 기자회견을 열어 예쁜 얼굴로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발표만 하시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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