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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의 신작 미드, 밀드레드 피어스

Shain 2011. 1. 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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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한번 적은 적 있지만 만능엔터테이너 미국 방송국도 '사극' 만은 제대로 제작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자신들 만의 역사가 몇백년 되지 않아 묘사할 수 있는 시기에 한계가 있고 유럽의 역사극을 표현하기엔 정서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륙에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는 사극을 만들려고 이미 몇 남지 않은 인디언을 소재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예전에 소개 드린 패트릭 스웨이즈 주연의 '남과 북(North and South, 1985)'은 노예해방문제의 진실을 은폐하긴 했지만 남북전쟁을 묘사한 대작입니다. 미국 역사에서 사극 소재로 삼을 만한 시기가 있다면 남북전쟁 시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인들의 사극에 대한 욕망은 '유럽' 컨텐츠에서 해결하든지 20세기초 근대 사회를 묘사한 작품에서 만족하는 수 밖에 없겠죠.


HBO의 미니 시리즈 밀드레드 피어스(Mildred Pierce) 트레일러

영화 '이중배상'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제임스 케인의 소설 '밀드레드 피어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1945년 영화로 만들어져 주연을 맡았던 배우 조안 크로포드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줍니다. 2차대전 전후의 시대상과 등장인물들의 갈등, 반전이 잘 드러난 이 영화는 BBC가 뽑은 세계 100대 영화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기억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2011년 3월에 방영될 이 미니시리즈는 몇부분 영화와는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올 것입니다. 주연 '밀드레드 피어스' 역을 맡은 인물은 케이트 윈슬렛으로 2년전부터 영화 제작을 위한 행보를 보여왔고 밀드레드 피어스와 대립할 딸 비다 피어스 역은 에반 레이첼 우드가 맡고 있습니다. 밀드레드 피어스와 재혼해 그녀를 힘들게 하는 몬티역은 가이 피어스가 맡게 됩니다.



한 주부의 불행을 그린 영화

고전 느와르로 꼽히는 이 영화는 밀드레드가 살고 있는 LA 바닷가의 집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갑자기 집에선 여러발의 총성이 울리고 밀드레드의 재혼남 몬테(영화에선 몬테)가 죽음을 맞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영화는 왠지 우울한 얼굴로 거리를 배회하는 밀드레드를 보여주죠. 자살하려는 듯 우울하게 바닷가를 서성이던 밀드레드는 자신에게 계속 추근대던 전남편의 친구 월리와 함께 집으로 가 술을 마시고 남편의 죽음이 경찰에 드러납니다.

경찰은 전남편 버트와 밀드레드, 월리 등을 불러 누가 몬테를 죽였는지 심문하고 밀드레드는 경찰서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전남편 버트는 실직한 상태로 월리와 동업을 하다 망했지만 바람까지 피웁니다. 남편과 헤어져 두 딸을 홀로 키우게 된 밀드레드는 웨이트리스를 비롯한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두 딸을 부양하고 월리의 도움으로 큰 레스토랑까지 열게 됩니다.


그녀의 두 딸 중 둘째 딸이 전염병으로 죽자 첫째딸 비다에게 모든 정성을 쏟게된 밀드레드는 딸이 부족함없이 자라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사이 사업이 번창할 때 마다 딸에게 더 좋은 것을 사줄 수 있게 되니 돈에 더욱 집착합니다. 사업하는 도중 만나게 된 바람둥이 몬테와 재혼한 밀드레드는 여류 사업가로 성공하지만 딸과 밀드레드는 행복과는 멀어지고 점점 더 어긋나 버리게 되죠.

이 영화가 보여준 장면장면은 사업가로서 성공한 여성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은 당당하거나 멋진 모습이기 보다 가련하고 불행해 보입니다. 행복을 찾기 위해 남편과 이혼하고 딸들을 위해 전전긍긍했지만 그 결과로 얻은 건 타락해버린 딸 뿐입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여자는 '돈 많이 벌고 이혼해봤자 별거 없다'란 시대적 메시지라고 해석하더군요.

이 영화는 최초로 PPL 협찬을 받은 영화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잭 다니엘스 버번' 위스키가 영화 속 소품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광고 마크가 그대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고 하더군요. 당시엔 현재처럼 대단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거금이 오가는 수준이 아니라 영화 속 소품을 협찬받아 경비를 아끼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하긴 비누 모델이 받았던 모델료는 기껏 비누 한 두곽 정도였던 시절이니까요.



21세기의 밀드레드는 어떻게 변신하나

현대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전은 늘 변신합니다. 원작의 소재였던 살인과 치정, 배신 등을 더욱 더 강화시키고 옴므파탈이던 몬테의 역할을 '가이 피어스'가 맡아 여주인공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트레일러를 보니 간략하게 넘어갔던 장면들을 세세히 묘사한 장면도 다수 촬영한 것 같더군요. 영화와 원작에 있던 첫째딸 비다의 오페라 공연 부분을 연출한 트레일러도 있습니다.

최근 HBO의 '보드워크 엠파이어', '존 아담스', '운디드니에 나를 묻어주오'같은 멋진 시대극들은 미국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청자들까지 매료시킨 대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HBO의 시대극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평을 듣습니다. 시대적으로 불행해질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현대에선 같은 이야기로 재탄생하란 법은 없으니 HBO의 재해석이 기대됩니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주인공과 딸, 둘째 남편인 몬티와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 '살인'의 미스터리는 그닥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듭니다. 전남편과 헤어지고 돈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여기게 된 여주인공, 모든 사랑과 부유함을 누리던 딸이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는 과정, 어머니와 딸 간의 대립 구조를 부각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영화에선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전남편 알버트 피어스의 심리나 끝내 어머니를 망가트리고야 마는 딸 비다의 심리 묘사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바람둥이 몬티 역을 맡을 가이 피어스는 간만에 TV에서 보는 배우라 반갑기까지 하네요. 에반 레이첼 우드 역시 'True Blood' 등에서 잘 알려진 배우로 복잡한 딸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할 지 한번쯤 역량을 지켜봐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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