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비정한 야망의 뒷모습

Shain 2011. 1. 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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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낳자 마자 버려졌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든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을 버린 부모가 아주 가까이에 살며 자신을 죽일 듯이 괴롭히고 있다는 걸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재벌가 며느리로 남편 김영민(조민기)와 아들 김민재(유승호)를 후계자로 만들고 싶어하는 윤나영(신은경)은 기세등등하게 대서양 그룹을 활보하고 다니지만 자신이 괴롭히는 백인기(서우)가 친딸임을 모릅니다.

김태진(이순재)가 애정을 주는 손자 민재의 존재는 여러모로 윤나영의 집착의 대상입니다. 민재의 비밀이 알게 된 나머지 가족들은 윤나영을 비웃으며 대서양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졌음을 지적합니다. 상처가 난 민재의 마음을 보듬으며 어떻게든 '남이 낳은 자식'을 제자리에 놓아보려는 나영은 늘 백인기로 인해 자신의 노력이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후계구도를 두고 자식들을 저울질하며 새 조선소를 짓고 남장군(조성환)에게 그룹을 완전히 탈환하고자 하는 김태진은 이런 가족 간의 비극을 짐짓 알면서 모른체 하고 김영준(조성하)는 아버지 김태진에게 붙어 가족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황변호사(이두섭)에게 경고합니다. 유언장에 적혀 있는 후계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백인기와 윤나영의 갈등이 고조되고 경쟁작 'SBS 시크릿가든'이 종결된 이후 'MBC 욕망의 불꽃'은 자체 시청률을 갱신하고 20.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진실, 첫회에 예고된 내용, 점점 더 백인기의 자살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윤나영은 백인기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윤나영 부부, 엇갈리는 부정과 모정

'과거라는 게 지우개로 지워지는 글씨 같은게 아니다'라는 아리송한 말을 하는 백인기는 윤정숙(김희정)에게 자신의 친엄마가 윤나영이란 걸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협박하는 친엄마에게 질리고 맙니다. 영화배우로 간신히 성공한 자신을 어떻게든 매장시키려 노력한 사람, 미친듯이 사랑하는 민재를 인기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발악하는 그 여자가 친엄마라니 믿을 수 없습니다.

윤정숙은 힘들어하며 자신의 집으로 쉬러 왔던 나영의 얼굴을 보니 차마 백인기가 친딸이란 이야기를 말하지 못합니다. 민재와 인기가 남매 간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인기에게는 말했지만 어릴 때부터 무섭게 진실을 감추고 달려온 동생에게는 내가 몰래 키우던 그 딸이 살아 영화배우가 되었노라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정숙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나영은 간만에 정숙을 챙겨줍니다.

김영민은 여전히 송진호(박찬환)의 말 때문에 민재가 자신의 친아들인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떳떳이 친자 확인을 할 수 없는 건 불안한 자신의 후계 구도 때문입니다. 어떤 일도 소문없이 처리될 수 없는 재벌가에서 친자확인 검사를 한다는 건 망신이기 이전에 자신의 위치를 흔들리게 하는 일입니다. 나날이 속끓이며 아들과 갈등하는 영민은 점점 더 모질어 집니다.


'욕망의 불꽃'을 피운 이후 끊임없이 달려온 두 사람, 한 사람은 야망 따윈 없는 척 샌님처럼 숨죽이고 살았고 다른 한 사람은 친딸의 존재 조차 애써 무시하며 아들 밖에 모르는 평범한 아내인 양 가족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았습니다. 그들의 야망이 이제서야 활활 타오르려 하는데 자식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핏줄 조차 야망 앞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것일까요.

야망 앞에서 냉정해지는 김태진의 자손들인 이상 이런 문제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김태진은 김영식(김승현)의 존재를 20살이 넘도록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미진(손은서) 역시 장성한 이후 입적한 자식입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 간의 전쟁을 방조하고 부추키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소유주로서 후계를 가려내는 태진의 마음은 벼랑에서 새끼를 떨어트리는 사자의 심정과는 다른 듯합니다.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야망

자신의 과거가 담긴 비디오를 윤나영이 고의로 유출시키자 백인기는 생각 보다 담담하게 그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인기에게 중요한 것은 힘들었던 과거가 밝혀지는 거 보다 그토록 알고 싶었던 자신의 출생이 어떻게 얽힌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차를 달려 정숙을 찾아간 인기의 마음은 독하게 나영을 복수하겠다며 추궁하기 보다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흔히 아버지가 자식을 보는 마음과 어머니가 자식을 보는 마음은 다르다고 합니다. 김영민과 송진호가 유전사 검사를 들먹이며 친자식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마음과 박덕성(이세창)이 은근슬쩍 버렸던 여자 나영에게 자식의 존재를 묻는 마음, 김태진이 얼굴 한번 제대로 봐주지 않을 지언정 영식을 자식으로 거두는 마음은 자신의 자손을 확인하고 싶은 본능적인 부성일 지도 모릅니다.


반면 윤나영의 모성은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순간 민재의 마음을 돌아봅니다. 온전히 민재의 마음과 생각이 자신을 바라보길 원합니다. 독하게 민재가 사랑하는 것들을 부수면서도 민재가 마음아파 하는 모습에 힘들어하며 고개를 젓습니다. 평생 동안 남을 짓밟으며 몹쓸 짓을 하던 윤나영은 백인기의 존재는 적극적으로 찾아본 적 없어도 민재에게 목숨을 겁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자라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한번 멀어진 마음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민재는 엄마 나영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건 아버지라고 비난합니다. 야망이 가족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인기는 괴물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어머니에게 혐오를 느끼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그들의 유대감과 가족 사이의 사랑은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사랑'같은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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