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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코드, 꼬리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 잡기

Shain 2011. 2.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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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미국 '시카고(Chicago)'란 도시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록시 하트가 불륜남을 살해하고도 사형을 받지 않았던 뮤지컬 '시카고'의 풍경이 생각나시나요? 그것도 아니면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로 유명한 그룹 'Chicago'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시카고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지만 제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탈리아 갱 '알 카포네(Al Capone)'입니다.

시카고를 장악하고 정재계 주요인물들과 연계해 '사업'하던 갱들은 시카고를 자신들의 천국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빅 콜로시모, 쟈니 토리오, 알 카포네 등 쟁쟁한 '보스'들의 지시에 따라 갱들은 총을 들고 거리를 누빕니다. 20세기 초중반, 다수의 무고한 시민과 마피아들이 살해당하는 통에 시카고는 거친 범죄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즐겨하는 게임 '마피아'의 설정처럼 밤새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거죠.


1920-40년대를 묘사해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 '보드워크 엠파이어(Boardwalk Empire)'는 마약이나 성매매, 불법 주류 유통 사업 때문에 끈질기게 대립하는 갱들, 그들의 후원으로 당선되는 정치인들과 갱들의 탈세를 조사하는 재무성 직원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졌고 40년대엔 시카고 경찰이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알 카포네같은 거물들도 세력이 한풀 꺽이게 됩니다.

그때처럼 대놓고 갱들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한다며 설치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시카고엔 '갱'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도 시카고 경찰은 유난히 거칠기로 유명하다는데 의외로 미국 최초의 여성 경찰이 임용된 곳은 바로 이 시카고입니다. 1891년부터 근무한 Marie Owens 경사(Sergeant)는 아동 근로와 복지 등을 담당하며 1923년까지 일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카고 첫 여성경찰청장은 아직 탄생하지 않은 듯 합니다.



The Chicago Code, 시카고 최초의 여성 경찰청장?

갱이 없는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거라 봅니다. 또 부패한 정치인들이 없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미드 '시카고 코드(The Chicago Code)'의 주인공 테레사 콜빈(제니퍼 빌즈)은 시카고 최초의 여성 경찰청장 역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드라마가 시작하자 마자 도시의 부패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 수사대 요청을 하지만 단숨에 거절당합니다. 증거 없이는 도저히 예산을 승인해줄 수 없다는 시의회 기븐스 의원(델로이 린도)의 반대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경찰에게 갱에게 검사관들에게 뇌물 주다 쫄딱 망해버린 걸 보고 자란 테레사 콜빈은 도시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걸 몸소 겪어 알고 있습니다. 테레사는 경찰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경찰로 일하다 8년 만에 경찰청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시카고의 부패를 척결하길 원합니다. 그녀의 파트너였던 제렉 위사키(제이슨 클락)은 전직 경찰청장 집안의 아들로 임무 중 사망한 형과 형이 남긴 조카 역시 경찰입니다.


갱들의 도시라 불리울 정도로 험악한 그 도시에서 부패 척결을 부르짖는 경찰청장이 부드러운 여성이라니! 그녀의 목적은 제대로 달성이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가운데 드라마는 첫회부터 그녀의 능력을 의심하는 경찰들과 부딪히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경찰 일에 이골이 난 노회한 경찰은 왠지 모르게 나태하고 태만하고 젊은 경찰청장의 추궁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하는 일 마다 사사건건 방해하는 정치인도 어둠의 도시를 장악한 갱들의 '보스'도 경찰청장의 미모를 높이 쳐줄리 없습니다. 갱들의 싸움을 조율해보려 감옥까지 찾아가 협상카드를 꺼내보지만 딱히 이 여성 경찰을 엄포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부패 척결은 커녕 목숨이 위험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의문의 차량으로부터 총격을 당하는 테레사 콜빈.

경찰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범죄는 어떤 느낌일까요. 때로는 용의자를 추격해야하고 때로는 격투도 벌여야하는 그들도 인간이기에 항상 정의로울 수는 없습니다. 가끔씩 중얼중얼 흘러나오는 출연자들의 나레이션은 조금은 솔직한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주곤 합니다. 갱들에게 점령당했던 과거 명성에 알맞게 '경찰 명예의 전당'엔 경찰 임무 중 사망한 경찰들의 이름이 빽빽이 올라가 있고 그 이름 중 하나가 자신이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흥미로운 경찰 드라마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수사 드라마, 그중에서도 경찰 드라마가 상당히 많습니다. 2010년만해도 도니 윌버그 주연의 '블루 블러드(Blue Bloods)' 등 새로운 경찰물이 방영되기 시작했으며 TNT로 방송국을 옮긴 '사우스랜드(Southland)' 역시 미드 시즌에 시즌 3를 방영 중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주 잘 아는 'CSI' 시리즈는 대표적인 경찰 수사 드라마 중 하나이고 '로앤오더' 프랜차이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넘쳐나는 경찰드라마들은 각기 다른 진행방식과 배경, 구성 방식으로 각자 독특한 드라마 만의 구색을 맞추기 마련인데 '시카고 코드(The Chicago code)'는 부패 척결의 의지를 가진 콜빈 경찰청장, 험한 말을 싫어하는 제렉 위사키 형사와 그의 파트너, 제렉의 조카 본다 위사키, 본다의 파트너 아이작, 그리고 위장근무 중인 정체불명의 경찰 한명과 존경받지만 부패의 온상인 한 고위층 인사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대개 수사물이 '부패'한 인물의 정체를 미스터리로 두거나 최후의 보스 쯤으로 남겨두는 구조를 취하지만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척결해야할 목표가 뚜렷한거죠. 교묘하게 자신의 꼬리를 밟히지 않는 '타겟'은 종종 경찰청장이 피해갈 수 없는 수상한 함정을 파놓기도 하고 수사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그런 짓을 하는 상대가 '타겟'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또 시청자도 주인공들도 아는 '공공의 적'이 있다고 해서 또 모든 사건의 범인이 그 인물인 것은 아닙니다. 시카고에는 다른 도시들 만큼이나 많은 범죄자들이 있고 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지를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테레사 콜빈이 총에 맞았다고 해서 그 총격을 사주한 사람이 반드시 그 '타겟'일 리는 없다는게 또다른 재미겠죠. 마치 꼬리를 자리고 도망치는 도마뱀처럼 상대는 아주 노련한 거물이니 말입니다. 현재로서는 꽤 괜찮은 시청률로 1시즌은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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