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 마음이 들리니, 듣지 못하는 악마들의 세상

Shain 2011. 4. 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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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의 바보 연기와 등장인물들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욕쟁이 과격 할머니 황순금(윤여정)과 아버지 봉영규(정보석), 그리고 의붓동생 봉우리(황정음)이 15년간 없는 돈 들여가며 찾아헤맨 아들 봉마루(남궁민)는 장준하라는 이름으로 차진철(송승환)과 김신애(강문영) 앞에 나타납니다. 친부모인 그들은 욕심에 눈이 멀었는지 태현숙의 생각대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태현숙의 아들인 차동주(김재원)에게만 반응을 보일 뿐입니다. 우경그룹의 유일한 아들이자 정당한 후계자인 차동주(김재원), 그 아이가 이제 사람들 앞에 등장했습니다.

'개미똥'이라는 희한한 단어를 듣고 차동주를 오빠 봉마루라고 생각한 봉우리. 15년이란 세월이 사람을 그렇게 바꿔놓은 것인지 다정하고 밝고 명랑하고 친근감이 들던 동주는 싸가지없고 건방지고 다소 냉정해 보이는 청년으로 자랐고 늘 사람들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법이 없던 아이 마루는 예전의 동주처럼 싹싹하게 현숙에게 친아들인 듯 가깝게 대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성격이 바뀐 듯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자라난 것입니다.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세 사람과 부인인듯 진철의 옆을 떠나지 않는 신애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 순금, 영규, 우리는 끈끈한 가족애를 자랑하며 세상에서 가장 힘들지만 가장 순수한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모여 따뜻한 밥한끼를 먹고 싶고 집나간 마루가 돌아와 안부를 전해줬으면 싶고 죽은 미숙씨(김여진)가 나타나 옆에 같이 있었으면 싶고. 배달할 때도 오백원짜리 동전 이상을 바라지 않는 봉영규의 마음처럼 그들의 마음은 간절하지만 때묻지 않은 욕심이기도 합니다.

반면 사랑스럽고 다정하던 아이 차동주가 만나는 세상은 친아버지처럼 자신을 돌보던 아버지가 외할아버지의 목숨을 빼앗는 지옥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외할어버지 간에 어떤 비인간적인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동주는 다시 계단 난간에 매달려 떨어지는 척 아버지를 놀래켜 봅니다. 아버지는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한 것 같지만 우경그룹의 재산 때문에 동주를 배신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동주에게 그것보다 큰 불행은 없는 것 같습니다.



차동주가 이어받아야할 할아버지의 유산

최진철과 태현숙은 남편과의 사별로 재결합한 사이입니다. 회장의 비서였던 시절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정략결혼으로 현숙이 차동주의 아버지와 결혼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차동주를 임신한 채 최진철과 재혼할 때 이미 김신애도 자신의 아이 봉마루를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두 사람의 헤어짐도 두 사람의 재결합도 다분히 계산적인 이유에 의해서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이 동주의 외할아버지는 최진철에게 두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조건의 혼전계약서를 쓰게 했습니다.

생부가 다르기 때문에 남들 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관계인데 처음부터 세 가족 사이에 이렇게 의심의 씨앗이 심어진 줄도 모르고 태현숙은 의기소침해 하는 남편 진철에게 자신과 동주의 주식을 모두 넘겨버렸습니다. 다정한 부부인 양 지금도 함께 살고 있긴 합니다만, 부부는 점점 더 서로에게 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주는 자신에게 보여줬던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반은 의심하고 반은 증오해야하는 희한한 처지에 놓여버렸습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채 봉마루를 한집에 살게 한 현숙


태현숙이 악착같이 차동주를 외국으로 끌고 나가 소리가 들리는 척 독순술을 훈련시킨 이유는 그런 진철을 위협하는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자신의 몫의 주식도 되찾고 우경그룹의 경영권까지 되찾으려 하는 건 남편이 아들에게 물려주리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주가 현숙을 약간은 경계하는 듯 남보듯 멀리서 지켜보게 된 것도 그 과정에서 일어난 반발이라 볼 수 있겠지요.

진철과 현숙 부부가 참여한 창립기념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며 언론 앞에 자신을 성공적으로 노출시킨 차동주는 사람들 앞에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홀로 밖으로 나가 구토 증세를 보입니다. 사고 이후부터 귀가 들리지 않게된 것은 물론 남들은 모르는 두통에 시달려온 동주입니다. 자신의 옆으로 모여들어 차기 대권주자에게 연줄을 대보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술을 일일이 읽는 것도 그들 앞에서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짓는 것도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 선 후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차동주


자신에게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련과 분노, 시끄럽게 웅성대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낯선 마음, 세상의 모든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에 대한 느낌 때문에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도 생경한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경계하게 되고 불신하게 되겠지요. 세상엔 온통 동주를 위협하는 무서운 악마들로 가득찬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차동주가 결국 싸워야할 것은 욕심많은 최진철이나 불륜녀에서 안방마님이 되고 싶은 김신애도 아니고 자신에게 과중한 짐을 지우는 태현숙도 아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안함일 것입니다. 오자미를 던져 자신을 깨워주고 따뜻한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던 봉우리가 험난한 동주의 전쟁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예전의 마루 오빠처럼 싸늘한 남자가 되어버린 동주가 봉우리를 기억해낼 지 모르겠습니다.



우경그룹에 원한이 있는 봉영규 가족

최진철과 태현숙, 차동주에게 얽힌 큰 원한도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큰 갈등구조 중 하나지만 우경그룹에 봉영규와 봉우리가 가진 원한도 만만치 않습니다. 태현숙은 그 상황에서 봉마루를 장박사의 아들이라며 최진철과 함께 살게 했습니다. 흡사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않았지 옛날에 첩의 아들을 거두어두는 본처의 행동같기도 합니다. 신애에게 어머니로서의 권리 따위는 조금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애에게는 아들과 진철을 뺏고 진철에게는 아들과 우경을 뺏으려 하는 현숙은 조금 무섭기까지 합니다.

동주와 봉우리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고 동주를 배신하고 싶지 않은 준하의 마음이 이들의 증오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준하와 현숙 동주는 다정한 가족 같습니다. 그들의 관계 속에 끼어든 강민수(고준희)와 어릴 때부터 우리만 바라본 승철(이규환)의 사랑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귀신이라 불리며 승철과 우리에 집에서 잠든 고준희가 참 코믹하더군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이규한과 '추노' 고준희의 활약이 재미있겠네요.

병원에 온 자신의 가족들과 마주친 봉마루,


봉우리라는 이름도 알지 못하고 떠나버린 봉마루, 어릴 적 차동주처럼 다정한 사람이 된 그는 이제 강민수의 연인입니다. 그런데 이제 작은 미숙씨란 꼬마가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된 봉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습니다. 자신에게 가족은 동주와 현숙 뿐이랬는데 장준하는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 세 사람의 관계도 눈여겨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듭니다. 정신이 깜빡깜빡하는 황순금은 봉영규를 어릴 때 입양했다고 합니다. 봉영규의 친부모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기에 황순금이 남의 아이를 받아들였을까요.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걸로 봐서 유명 화가는 아닌지 그 출생의 비밀과 재능이 드라마에 큰 역할을 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불륜녀인 주제에 동주에게까지 친한척을 하는 신애가 징그럽다 싶은 정도로 얄미운 가운데 남의 입술을 보며 소리를 듣는 김재원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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