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나가수, 문제는 옥주현이 아니라 가수들의 휴식

Shain 2011. 6. 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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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깊게 파고 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좋아하게 된 음악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편이라 윤도현의 이번주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가수다'(나가수)' 선곡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그마의 '해야'를 멋지게 리메이크 해주는 밴드가 나타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80년대 초반 노래라 음원을 구하기 쉽지 않은 곡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한번쯤 무대에서 불러주는 가수는 있어도(가수 이선희도 '해야'를 공연한 적이 있더군요) 이렇게 음원으로 판매될 기회를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명곡의 향연, 감동의 무대,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다고 할 정도로 '나가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수들에 대한 호불호와 무대에 대한 반응이 그토록 격렬하고 열정적인 것이겠죠. 흡사 축구팬들의 불꽃튀는 응원을 보는 듯 다툼을 보는 듯 때로는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반응, 노래는 몰래몰래 듣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한마디 보태기 무서울 정도입니다.


옥주현의 1위 문제, 또 담당 피디의 아이돌 중심으로 구성한단 발언이 그런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온라인은 그 문제로 뜨겁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자의 '편집 조작 의혹' 해명도 있었지만 그닥 만족한 사람들은 많이 없는 듯합니다. 워낙 해당 가수, 옥주현에 대한 반발이 전부터 심했고 그녀의 1위도 인정하지 못하겠단 분위기 속에서 터진 '조작 의혹'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소 그녀의 솔로 앨범이나 뮤지컬 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제가 다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제가 마그마의 '해야'를 다시 부른 YB의 '해야'를 다른 어떤 곡 보다 1위의 자격이 있는 노래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승환의 '천일동안'을 몹시 좋아했지만 여성 뮤지션의 목소리 보다는 이승환의 원곡을 좋아했고 그 원곡 보다는 YB가 재해석한 폭발적인 호소력이 훨씬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취향 문제로 락이라는 음악 장르, 뮤지션의 연륜, 감정 표현, 목소리, 가창력 등이 골고루 영향을 끼친 결과입니다.

전에도 한번 적은 적이 있지만 저는 이렇게 취향 차이가 선명한 가수, 한명의 예술인이자 개성있는 뮤지션인 그들을, 그들 고유의 영역을 두고 선호도 투표를 한다는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들의 개성에 대한 선호도는 어디까지나 취향문제로 소수면 소수인대로 그 가치가 있으니 순위를 정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YB를 제가 최고로 여긴다 해서 그가 1위가 되어야 한다고 우길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1위와 7위의 차이가 종이 한장 차이라며 아무리 위로해도 공식 기록이 남은 이상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작진은 이런 상황, 시청자 개개인의 호불호와 취향 때문에 격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잡음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깔끔한 진행을 했어야 했습니다. 경쟁요소가 가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 상황 뒤에는 휴우증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누가 봐도 1위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공연도 등장하지만 취향에 따라 뒷탈이 나는 결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옥주현의 1위가 아니라 가수들이 기나긴 '전투(?)'와 '경쟁(?)'으로 너무나 지쳐 있고 목소리와 무대에서 그 고통이 얼마간 묻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들을 '글래디에이터'에 비유한 신해철의 악담은 일정 부분 맞는 말입니다. 좋은 노래를 선곡해 자신 만의 노래로 다듬고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해 노래한다는 것, 그 과정을 일주일에 한번씩 반복한다는 건 콘서트를 한주에 한번씩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 아닐까 싶습니다.

마라톤이란 스포츠가 한달에 한번 밖에 완주할 수 없는(한달에 두 번 이상 완주하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번 달렸으면 한달은 쉬어주어야 하는 운동이듯 가수에게 콘서트 역시 한번의 무대를 위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공연 아닐까 싶습니다. 대형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박정현의 목이 쉬었다고 해서 비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입니다. 진행을 못하고 탈진한 이소라가 특별히 약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노래라는 건 '목소리로 진행되는 연기'로 자신의 감정과 재능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행위입니다. 임재범의 불안한 노래가 좋은 건 그의 노래에 감정과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앞둔 김현식의 거친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파는 것도 이미 고인이 된 유재하의 노래가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그의 인생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한번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실신할 정도로 혼신을 다하고 기력을 다하는 그 가수들, 지금까지 너무 몰아치며 그 공연을 즐겨왔다는게 미안할 정도로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두고 '수고했다'는 격려 대신에 비난이 쏟아진다면 가수들도 시청자들도 '나는 가수다'를 두고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무대의 공정성 시비와 별개로 이는 팬이나 가수 모두가 바란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좋은 노래, 더 좋은 공연을 내놓기 위한 경쟁 객석의 관객들이 그들의 노래에 감동해 눈물을 흘릴 수록 그들의 수고는 더욱 배가되어야 합니다. 이전의 공연이 감동적이었던 만큼 다음 공연은 더욱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임재범의 '여러분'을 그 다음 회에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임재범은 그때 만큼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아야할 지도 모릅니다.


지난 많은 가수들의 노래, 특히 BMK의 노래(오늘자 기사를 보니 임재범 등과 함께 하기로 한 대형 공연이 취소되었다는군요)를 듣고 한번 더 생각했습니다. 이 가수들 충분히 휴식한 다음에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들을 정신적으로 지치게 하는 스포일러 시비나 각종 루머도 큰 문제지만 물리적인 휴식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시간을 늘여주던가 그것도 아니면 전문 편곡자를 비롯한 보조 인력을 투입해주던가 하여튼 쉬게 해줘야한다고 봅니다.

신정수 PD가 '놀러와' 등을 연출한 인물로 오락 프로그램을 잘 편집하던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가수들 만의 색다른 토크쇼를 만들던가 어쩌던가 어떤식으로든 가수들의 휴식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옥주현의 이번 1위 원인 뒤에는 다른 가수둘의 지친 상황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몇주 간의 공연으로 긴장했던 사람들 보다 신입으로 투입된 사람들의 열정과 컨디션이 당연히 훨씬 돋보이지 않을까요? 아이돌 투입이 아니라 신정수PD의 가수들에 대한 배려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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