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공주의남자

공주의남자, 탐욕스런 수양대군을 괴롭힐 세령의 로맨스

Shain 2011. 7. 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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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에서 가장 불행한 왕 중 하나인 단종의 죽음은 불쌍해서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고 합니다. 단종은 열여섯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고 노산군이 되었어도 목숨은 부지했지만 신하들의 복위운동 이후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일설에 의하면 단종은 사약을 받고 뜨겁게 불을 땐 온돌방에서 울부짖으며 죽어갔다고 합니다. 고통스럽게 절규하며 죽어간 어린 소년의 죽음을 많은 백성들이 애도했습니다. 혹자는 사약을 받고 죽은게 아니라  활시위에 교살을 당했다고도 하죠. 단종의 죽음 이야기도 야사가 참 많습니다.

시신이 썩어가자 단종의 시신을 동강에 버립니다. 시신에 손대는 자는 처벌하겠다는 엄명 때문에 아무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않았는데 엄흥도라는 자가 버려진지 3일째에 거둬주었다고 합니다. 단종이 워낙 젊은 나이에 죽었고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왕족의 최후치고는 너무도 처참하여 백성들은 어린 왕의 죽음을 더욱 불쌍히 여겼습니다. 세조를 도와 계유정난을 일으킨 신숙주의 이름을 따 쉽게 상하고 맛이 변하는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 불렀을 정도니까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아직 혼인하지 않은 것으로 등장하는 경혜공주(홍수현)는 1436년생으로 계유정난이 일어난 1453년 당시 18세 정도의 나이였을 것입니다. 극중 정종(이민우)와 혼인하여 궁을 떠나게 되는 경혜공주 역시 단종폐위에 반대한 남편 때문에 순천 노비가 됩니다. 이후에 세조가 노비와 집, 재산을 내려주고 자녀들을 종친으로 대우했다고는 하지만 야심만만한 숙부 때문에 과부가 되고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한 비운의 공주인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세조의 딸 세희공주와 김종서의 손자가 사랑한 이야기는 '금계필담'이란 책에 전하지만 정사라 보기는 힘든 이야기입니다. 시시콜콜한 왕의 행적을 모두 적는 실록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고 가계도에도 적히지 않은 인물이 세희공주입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세희공주는 반란을 일으킨 아버지의 자존심을 밑바닥까지 긁어놓은 모양입니다. 안그래도 피붙이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살상한 수양대군의 마음 속엔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을텐데 그 부분을 정곡으로 찔렀으니 세조가 대노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일각에서는 일종의 민담인 세희공주 이야기를 백성들이 만들어낸 창작이라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불쌍하게 죽어간 단종과 의리를 지키다 죽어간 사육신들, 무엇 보다 후손이 거의 멸문지화를 당한 김종서를 안쓰럽게 여긴 백성들이 그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맘에 맞게 지어낸 것이라 말이죠. 이런 저런 조건을 다 따져봤을 때 세희공주가 실존했을 가능성도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물론 의숙공주가 둘째딸이란 기록이 있습니다만 이래저래 앞뒤가 안 맞아서). 확실한 건 허구인 이 드라마에서 세령이 유일하게 수양대군(김영철)의 아킬레스건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목숨이 경각에 달린 김승유, 옥사에서 수양대군을 만나다

극중 세령(문채원)은 김승유(박시후) 앞에서 모든 진실을 폭로한 경혜공주에게 약간의 원망을 내비칩니다. 경혜공주는 자신이 진짜 공주란 사실을 밝히면서 승유가 만난 세령이 궁안의 궁녀였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고 싶었다는 세령의 소원을 단칼에 잘랐음은 물론 승유는 그동안 공주인줄 알았고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인 줄 알고 만났던 여자가 사실은 자신을 속인 궁녀였단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미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진 상태였던 만큼 훨씬 더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겠죠.

약간은 잔인한 듯 보이지만 김승유와의 혼사가 단종(노태엽)과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고 아버지 문종(정동환)의 소원이기도 했으니 남편감과 사촌의 사랑은 싹을 잘라두는 것이 딱부러지는 처신이고 이치에 맞습니다. 수양대군의 음모를 막기 위해서도 김승유와 김승유의 아버지인 김종서(이순재)는 경혜공주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세령이 철없이 사랑놀음을 하고 있는 새에도 세상의 시계는 똑깍똑깍 제 갈 길을 가고 있고 세령으로 인해 문종과 김종서의 연합이 깨어진 까닭으로 경혜공주의 운명이 바뀐 것입니다(물론 허구입니다만).

수양대군, 문종, 김종서의 정치적 대립 관계와 김승유

문종은 길례청을 세우고 믿을만한 신하라 여겼던 신숙주(이효정)를 시켜 경혜공주의 혼사를 관장하게 했지만 한명회(이희도) 등의 책사를 옆에 두고 수족과같은 왈자들을 곁에 둔 수양대군을 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궁합의 결과를 거스르고 김승유의 뒤를 미행해 공주와 추문이 있었음을 알아낸 수양대군은 귀신같이 김승유를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궁밖으로 나가 말을 탔던 공주의 정체가 자신의 큰딸인 세령이란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말입니다. 김종서와 문종은 더 이상 수를 쓰지 못하고 김승유가 목숨이나 부지하길 바라게 되버렸습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이 국문장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사랑이야기의 최절정입니다. 공주를 위해 김승유를 떠나보내리라 마음먹었지만 자신 때문에 위기에 처하게 된 승유를 보며 경혜공주에게 애원하는 세령. 세령이 자신의 아내가 될 수 없는, 공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세령이 공주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위험해질까봐 입을 다무는 김승유. 세령은 아직까지 김종서가 아버지 수양대군의 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고 김승유는 세령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수양의 딸임을 모릅니다.


어렵게 어렵게 옥사에서 김승유를 만난 세령은 또 한번 깜짝 놀라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 수양대군이 김승유가 갖힌 그곳에 나타난 것입니다. 아버지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정치권 돌아가는 모양새를 전혀 몰랐던 세령이 아버지의 정체를 서서히 알게될 그 시발점이기도 하고 김승유가 세령이 수양대군의 딸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거칠 것없이 반란을 향해 한걸음씩 달려가던 수양대군이 가장 가까운 핏줄이자 가장 처치하기 힘든 장애물을 인지하게 된 순간입니다.

형님을 배신할 때도 친동생 안평대군(이주석)을 제거할 때도 수양대군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방해가 되는 김종서는 언젠가 죽이면 된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낳은 친딸, 장녀인 세령 만은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 보다 세상 사람들이 형과 조카의 왕위를 빼앗았다고 손가락질할 때 수양의 큰 딸 조차 아버지를 비난했다고 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습니다. 탐욕스럽게 왕권을 향해 달려가던 수양대군, 어제밤 감옥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장애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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