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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만세, 파렴치한 전남편 한정수와 답답한 강재미

Shain 2011. 10. 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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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이혼하면 다시는 만날 일이 없어야 하는걸까. 부부 사이에 이혼절차가 끝나면 최소한의 우호적인 감정도 남겨둬서는 안되는 걸까. 때로는 우리 나라가 유독 이혼한 부부 사이가 다른 나라 문화에 비해 훨씬 살벌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전 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표현이 있듯 자연스럽게 갈등이 봉합되고 말이 통하는 상대 역시 전 배우자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헤어진 이유나 갈등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더 가장 좋은 상담자가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또 헤어진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위해서 최선의 대화를 해야할 의무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만남을 자제한다는 건 이해하는데 꼭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인지는 의문입니다. 헐리우드는 몰라도 우리 나라 연예인들 경우엔 이혼한 부부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죠. 이혼과 재혼을 피할 수 없는게 인간 사회의 현실이고 보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원수 대하듯 아예 관계를 끊는 것 보다 '이론적으로는'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원수같은 전 배우자를 보며 속끓이는 것 보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게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처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나면 안되는 걸까

영어 표현 중에 'amicable divorce'이란 말이 있니다. 법적으로 두 사람이 이혼에 합의해 소송이 필요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채 헤어짐을 말합니다. 부부가 아니라도 두 대상이 결별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일이 있을 때 원만하게 헤어진다는 뜻도 있습니다. 즉 굳이 전배우자에게 아동학대라던지 교육적으로 가까이 하기 힘든 결함이 있기 전에는(그 부분도 자주 소송의 대상이 되더군요)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 친권을 모두 빼앗는 등 서로 안면몰수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남편 강형도(천호진)가 전처 오정희(배종옥)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로 길길이 날뛰는 변주리(변정수)와 크리스탈 박(김수미)의 태도입니다. 두 사람은 잠깐 흔들렸지만 곧 자신들의 감정을 정리했습니다. 물론 강형도가 워낙 전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우겨서 결혼했다는 변주리의 컴플렉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헤어진 부부라도 건강 문제 등으로 만나야할 일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둘은 엄연히 자녀가 있으니까요. 강재미와 한정수는 떼어놓는게 당연하지만 오정희, 강형도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로 만들 일이었을까요.



한정수의 엉뚱한 분풀이와 어리버리 강재미

솔직히 지금 한정수 처지가 몹시 우습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기어코 이혼을 하고 채희수(한여름)와 결혼해 잘 살더니 채희수의 조폭 오빠는 걸핏하면 압력을 가하고 한정수에게는 희수와 동거했다는 남자의 엄마가 찾아옵니다. 그 남자의 엄마는 채희수가 가진 아이가 한정수 아이가 아니라 전 남친 아이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정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얻은 가정인데 어떻게 얻은 행운인데 싶어 채희수를 믿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악에 받친 강재미가 한정수가 불임임을 폭로하자 채희수에 대한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한정수의 불행, 즉 천둥벌거숭이처럼 꼴사납게 어린 아내에 속아 결혼하고 죽집까지 빼앗길 수도 있는 현 상황은 자신이 자처한 것입니다. 남의 아이일 수도 있는 뱃속 아기를 위해 이혼하고 사기치고 조폭들 동원해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그의 악행은 남이 하라 한 것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아무도 한정수에게 그런 짓까지 하라고 종용한 사람은 없습니다. 강재미에게 몹쓸 짓을 해서 강재미를 분노하게 만들고 불임 사실까지 폭로하게 만든 건 한정수 자신입니다.

전남편 한정수에게 또 도둑맞은 강재미

되도록이면 이혼한 부부가 원만한 사이로 헤어지는 게 낫습니다만 드라마 속 한정수는 강재미를 배신한 것 뿐만이 아닙니다.재미가 해외여행을 간 사이 사기이혼을 하고 아버지 강형도의 폭행을 핑계로 죽집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고 강재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유식 죽 등의 특허 아이디어를 베껴가는 등 전 아내에 대해 냉정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재미의 살 길을 짓밟는 뻔번한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상황적으로 재미가 법적 조치를 취하기 힘들 뿐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 싶을 정도의 파렴치한 행동입니다.

더군다나 이 모자란 전남편은 새 아내와의 새 가정을 어떻게든 꾸려가거나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전처인 강재미에게 매달려 다시 받아달라 애원도 합니다. 자신의 악행 때문에 힘들어하던 강재미가 새로운 남자 변동우(이태성)를 만나 안정을 찾았는데 이제는 새롭게 개발한 죽 메뉴 마저 베껴가고도 이혼 사실을 변동우의 집에 알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강재미를 물먹이고 아내 채희수의 조폭 오빠 말대로 새롭게 프랜차이즈한 죽집으로 큰돈을 벌면 한몫잡아 떠날 생각인 것입니다.

두 커플의 미래를 방해하려는 한정수

강재미는 똑똑하고 성실하고 또 매사의 의욕적인 여성입니다. 사랑도 떳떳하게 일도 당차게 해내는 이 여자가 왜 이 한심한 남편 앞에서는 이렇게 바보가 되는 걸까요. 자신의 비밀이 담긴 레시피가 다시 한번 한정수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날치기 당하는 모습이 갑갑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애인 변동우는 특허권 문제 등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었는데 재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습니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남편이라면 알아서 조심하는 법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강형도와 오정희, 그리고 변주리의 골치아픈 삼각관계는 이제 강형도의 이혼으로 마무리되는 듯도 합니다. 아내를 떠나 바람을 피웠던 그의 인생이 몹시 지치고 힘들어 보입니다. 전처와 딸이 잘 사는 모습도 보고 싶고 새롭게 낳은 딸과 아내도 책임지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기력도 없습니다.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의 최후라기엔 너무도 고통스럽고 괴로운 인생입니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본인의 주장대로 '한번의 실수' 때문이라면 엄청난 형벌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내를 떠나 죽어가는 남자, 아내를 떠나 악당이 되버린 남자 두 이혼남의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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