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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516

김혜자 앞에서는 천하의 손석희도 깍쟁이가 된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JTBC '뉴스룸'에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호세 카레라스, 제이슨 므라즈같은 외국 뮤지션들부터 서태지, 한석규, 염정아같은 한국 연예인들까지 -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출연하는 멤버도 의외지만 기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제 출연한 배우 김혜자도 그랬다. 배우 한석규도 '선배님'이라 깍듯하게 부르는 손석희를 김혜자는 '깍쟁이'로 만들었다. 김혜자와 손석희야 말로 '국민'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알맞는 사람들이지만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좋지 않다는 김혜자는 '국민 앵커'를 손아래 막내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가 어제는 장난꾸러기처럼 보..

펀치, 법조계의 권력을 선택한 박정환의 쓸쓸한 뒷모습

박경수 작가의 '황금의 제국(2013)'은 뻔한 멜로나 화려한 연출없이 최고의 긴장감을 끌어낸 드라마였다. 특히 재벌 가족 간의 암투를 묘사한 끝부분에서는 모든 사건이 등장인물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그 흔한 야외촬영도 몇번 없었는데 극단적으로 이그러지는 캐릭터 간의 갈등 만으로 볼거리가 충분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죽고 재벌의 아내였던 여자는 목숨 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고 치매에 걸렸으며 재벌총수의 동생과 장남, 조카는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재벌의 딸로 태어나 남편도 가족도 모두 버린 여주인공은 홀로 남아 재산을 지키게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들에 재벌가의 재산싸움이 엮여 ..

힐러, '힐러'의 이름으로 이어진 해적방송과 심부름꾼

77년 발표되어 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군부정권 아래에서 방황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도망치는 해적방송에서 '나 어떡해'를 방송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나 어떡해' 보다 샌드페블즈 2기 멤버 중 하나가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젊은이가 더 많을 지 모른다. 영화 '박하사탕(1999)'에서 왜 그렇게 설경구가 '나 어떡해'를 불러제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이 시대의 중년층일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지만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역사와 경험없이 재미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응답하라 199..

'비밀의 문'과 '왕의 얼굴' 어쩐지 비슷한 두 드라마를 보며

같은 광해군을 주제로 한 사극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어느 역사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느냐에 따라 보는 재미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사서를 즐겨 읽었다 해도 실존인물 모두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는 건 아니기에 그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더라 다시 책을 뒤져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물론 우리 나라 TV 사극은 대부분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데다 헌종, 순조, 문종 같은 인물은 보기 힘들고 광해군, 정조, 숙종 같은 왕들의 이야기만 집요하게 반복제작된다는 건 굉장히 아쉽습니다만 어쨌든 끊이지 않고 사극이 제작된다는 점에선 만족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방송되는 '사극'은 견디기 힘들게 지루합니다. 요즘 방송되는 사극은 역사적 배경만 달리 했을 뿐 극의 전개 방식이나 스타일이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이죠. 요즘은 왕인 아버..

미스터백, 신하균을 위한 최고의 캐릭터 최고봉, 아인슈타인 닮았네

나이들면 많은 일에 무뎌지고 덤덤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섯살 어린아이처럼 고집이 세지고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에 마음이 초초해질 때도 있고 젊을 때처럼 건강치 않은 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힘든 것은 나이들어도 욕망은 그대로인데 대부분의 노인들은 형편은 어려워 집니다. 때로는 건강 문제로 먹고 마시는 일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만사가 마음대로 안되니 약해진 체력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분노하고 가끔씩 떠오르는 과거의 추억과 후회 때문에 편하게 잠 못 이루기도 합니다. 주변에 믿고 의지할 배우자나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혼자서 그 긴 시간을 견딘다면 더욱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나이들어서 좋은 점은 세상의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전설의 마녀, 뻔한 드라마를 튼튼하게 지탱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힘

요즘은 드라마가 워낙 많이 방송되서 첫회가 방송되면 대부분 전체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배경과 출연자만 다를 뿐 권선징악의 주제와 주인공의 성공이야기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죠. 막장드라마는 여전히 비상식적인 전개와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선 막장 드라마는 순수한 드라마라기 보다는 TV Show의 한 장르로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줄거리는 뻔하니까 한시간 동안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연기만 보자는 이야기죠. 하긴 수준급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워낙 탁월한 까닭에 이야기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연기자들을 보는 맛에 시청하는 드라마가 꽤 많긴 합니다. 이야기는 허술해도 중년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받쳐주고 있으면 그럭저럭 볼만한 TV ..

아이언맨, 갑작스런 태희의 재등장과 분노의 연쇄작용

중학교 때 사회선생님이 '화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 있습니다. 아마 사고친 학생 문제로 교무실에서 교장선생님에게 한소리 듣고 벌개진 얼굴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으니 마음을 다스리려 하신 말씀같은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부인과 크게 싸우고 회사로 와서 회의 석상에 앉은 이사와 전무들에게 무섭게 화를 냅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상태라 이것저것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장은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험한 소리를 들은 이사와 전무들은 부장을 불러 보고서가 이게 뭐냐며 트집을 잡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부장은 각 부서별 과장을 불러 좀 잘 하라며 야단을 치고 과장은 근무처로 돌아와 점심 먹자는 대리들에게 '지금 밥이 넘어가냐'며 닥달합니다. 점심 때부터 기분이 잡친 대리들은 하루 ..

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원작 만화 한국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기

아주 예전에 제 입장에서는 다소 경악스러운 드라마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일러문'을 실사화(일명 특촬물)한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실 수 있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화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보았던 저로서는 굳이 저 만화를 현실 속의 인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둘 수는 없는 건지 애니메이션 만으로 충분히 상상력이 극대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걸 배우들로 꼭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냥 참 놀랍더군요. 우리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기 만화 한편으로 캐릭터 상품부터 영화, 애니는 물론 오디오 시디까지 제작하는 나라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

아이언맨, 유치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복숭아씨 이야기

한정수가 맡은 고비서라는 배역은 드라마 '아이언맨'에서 가장 코믹한 캐릭터인 동시에 가장 안쓰러운 배역입니다. 주홍빈(이동욱)에게 얻어맞다 낙법으로 안전하게(?) 착지하며 씨익 웃을 때나 주홍빈이 휙 집어던져서 마당으로 날라갈 땐 한없이 웃기다가도 얻어맞는 장면에선 정말 아팠겠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주홍빈이 여동생에게 골수를 주었다는 이유 만으로 칼에 배이고 멍이 들면서도 주홍빈 곁을 지키며 목숨을 내놓겠다고 다짐하는 고비서의 의리는 뭉클합니다. 고비서는 단순하지만 손세동(신세경)과 더불어 '아이언맨'에서 가장 정상적인 감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홍빈이 분노해 마구 폭주할 때 세동과 창(정유근)이 다칠 수 있다며 걱정해준 사람도 고비서입니다. 사실 고비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이같은 면이 있죠..

아이언맨, 마음 속에 칼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어제 '아이언맨' 8회가 결방되었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왜 다운로드 사이트에 파일이 안 올라오나 기다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인천 아시안 게임 한국, 북한 축구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채 '아이언맨'을 기다린 것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만화적인 상징으로 보여주는 방식 - 도 마음에 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태희(한은정)의 죽음을 인정한 주홍빈(이동욱)이 손세동(신세경)에게 애정표현을 한 다음 이야기도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들었을 땐 '분노'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점점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더군요. 사실 그랬습니다. 한동안 집안의 슬픈 일로 글쓰기는 커녕 드라마 보는 일 조차 손에 잡히지 않던 제게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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