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마우스, 만약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이번에 종영한 '마우스'는 내가 싫어하는 드라마의 조건을 두 가지나 갖췄다. 우선은 첫회부터 너무 잔인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위 '고어'나 '슬래셔'같은 장르물은 무조건 꺼린다. 아무리 모자이크를 해도 혹은 동물이 훼손된 그 장면이 전혀 보이지 않아도 잔인한 설정 자체가 몹시 싫다(극 중 연기자가 든 칼을 보면 내가 베인 것처럼 소름이 끼친다). 두 번째는 소위 '작가만 알고 있는' 설정이 지나치게 많은 드라마는 좋아하기 힘들다. 복잡한 구성은 그나마 금방 이해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첫회의 의문이 마지막 회에 풀린 장면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외에도 설정이 너무 극단적인 등장인물이 꽤 많아 감정적으로 공감이 안될 때도 있었다. 이것 역시 한참 뒤에 이해되는 캐릭터 탓이 크다. 1회에 보고 느꼈던 ..

빈센조, 진짜 '마피아' 냄새가 났던 마지막회

예전에 보던 드라마 중 '보드워크 엠파이어(Boardwalk Empire)'가 있었다. 그 드라마는 미국 금주령 시기에 유명했던 깡패(갱스터)이자 정치인 에녹 존슨을 모델로 '너키 톰슨'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 캐릭터는 따뜻할 때는 한껏 다정하고 잔인할 때는 한마디로 피도 눈물도 없다. 내가 주목한 것은 다소 빈센조 까사노를 닮은 그 주인공보다 너키 톰슨 주변의 마피아들이다. 드라마엔 당시 실존인물인 갱스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출신 알 카포네, 뉴욕 출신 러키 루치아노, 유태인 출신 아놀드 로스틴 등 그 시기는 갱스터의 전성기였다. 흥미로운 건 제1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돌아온 알 카포네였다. 알 카포네는 담배를 입에 물고 웃고 있는 사진이 유명한데 그 인심 좋아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

대박부동산, 심심풀이로 쫓아본 홍지아의 퇴마의식

예전에 읽은 '퇴마록'이라는 소설은 세상에 나타나는 온갖 악령을 퇴마사들이 물리치는 내용이었다. 그 소설에서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퇴마를 한다. 주로 가톨릭에서 '구마(驅魔)' 혹은 '퇴마(退魔)'라고 부르는 그 행위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종교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최근에 방송중단된 '조선구마사'는 가톨릭 신부가 기도를 통해 생시에 깃든 악령들을 몰아내는 내용이라 한다. '퇴마록'에도 가톨릭 신부였던 박신부가 등장하고 주인공 현암은 승려들에게 내공을 전수받은 인물로 주로 검에 깃든 영혼을 이용해 퇴마를 한다. 사실 퇴마록은 한국형 퇴마 판타지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대박부동산'은 귀신든 부동산을 거래하는 홍지아(장나라)가 오인범(정용화)이라는 사기꾼 영매와 퇴마를 하는 내용..

시지프스, 운명을 바꾸기 위한 한태술의 마지막 선택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시지프스는 액션과 멜로를 내세운 SF였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할 문제가 참 많은 드라마였다.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드라마 속 캐릭터의 시간대 문제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아니 드라마가 모두 끝난 지금도 제대로 설명해준 사람이 없기에 아직도 궁금하다. 대체 주인공들이 과거의 반복을 몇 번 겪었을까. 어떤 시점에선 처음 겪는 일들이고 어떤 시점에선 여러번 일어난 일이기에 꽤 헷갈렸다. 한태술(조승우)의 비행기 사고로 시작된 첫 부분은 분명 시그마(김병철)가 과거로 업로드한 후 처음 일어난 일일 텐데 그 뒤로는 반복된 미래들이 섞여 있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 전체가 주인공이 비행기 사고 이후 겪은 환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정도로 사건이 엉켜 있었고 한태술은 사고 전후 꽤 많은 약을 먹었다..

괴물은 어떻게 태어났나 - 법적인 죄인, 도의적 죄인 두 괴물의 이야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경찰이지만 정로운 경찰의 속시원한 결말을 바란 건 아니었다. 뭐 이렇게 되고 보니 뒷맛이 약간 쓰다. 극 중 한주원(여진구)과 이동식(신하균)의 대립이 이렇게 결론나리란 건 예상 가능한 부분이긴 했다.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에 대한 원망으로 한때 망설이긴 했지만 한주원은 원래 더러운 걸 너무나 싫어하는 결벽증 캐릭터였으니까 아버지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동식은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기 위해 강진묵(이규회)의 살인 강민정(강민아) 살인 현장에 잘린 손가락을 가져다둘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고 아무리 정상참작을 한다고 끔찍한 범죄는 틀림없다. 내가 정말 허탈하게 지켜본 장면은 한기환(최진호)을 지화(김신록)에게 인계한 두 사람이 서로 자수하겠다며 서로를 '죄없는 사람들'이라 지칭한 부..

사이다 캐릭터 빈센조 까사노 이 찜찜함은 마피아 때문이겠죠

넓게 펼쳐진 이탈리아 포도 농장은 CG였다고 하더라.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배우들이 이탈리아에 나갈 수 없었다나 뭐래나. 시국이 그러든지 말든지 무게감 있고 진지한 분위기에 망설임 같은 건 한치도 용납하지 않는 과감함으로 '빈센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포도농장과 보스의 스포츠카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콘실리에리 빈센조는 인천공항에 들어가기전까진 거침없고 딱 부러졌다. 와 이거 정말 끝내주는 걸. 그런데 아니 웬걸 진선규, 이희준을 만난 뒤부터 빈센조(송중기)는 무장해제. 잘 속는 순진한 캐릭터가 되었다. 마피아들 앞에서는 온갖 야무진 모습을 다 보여주더니 한국땅을 밟은 그는 첫날부터 샤워기랑 비둘기한테도 무시당하는 처지다. 리무진 안에서 아무 물마시고 알아서 잠든 것도 모자라 웬 강아지와 함께 분노의 ..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은 다 알 것입니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랍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단다는 표현이 딱 맞죠.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조카가 잠시 안 본 사이 재잘재잘 떠드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라는 존재는 정말 쉴 새 없이 자라죠. 세 살 밖에 안되던 아이가 갑자기 열 살이 되어 나타난다면 당신은 그 '갭'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잃어버린 자기 아이를 평생 동안 찾아다니는 사람입니다. ( 지금부터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유괴되었고 부부는 아이를 찾아 10년 넘게 헤매다닙니다. 그 사이 아이 엄마 강미라(장소연)는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아빠 윤석(박혁권)은 안정된 직장은커녕 아내 때문에 ..

요즘 시청하는 드라마 리스트

블로그에 글을 남긴 지 꽤 오래되었다. 흔적도 그 무엇 남기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많은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젠 PC가 아닌 모바일이 대세고 TV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내겐 글쓰기 습관만큼이나 바꾸기 힘든 것이 드라마 시청이다. 어머니의 힘든 시간을 달래주던 드라마, 내 답답한 일상에 잠시 웃을 여유를 주던 드라마 혹은 지리멸렬한 나의 시간에 빈틈이 되고 여유가 되어준 드라마. 좋은 드라마에 대한 생각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무얼 봐야 할지 헷갈릴 만큼 많은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아무튼 나는 여전히 드라마를 본다. 앞으로 적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써야 할 드라마 이야기다.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점점 더 답답하고 버티기 힘든 일상 드라마..

친근함이 느껴지는 그들 '꼰대' - '그래 그런거야', '디어 마이 프렌즈'

2017년 그러니까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14세 이하 인구 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한국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와 그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에코 세대의 숫자를 생각하면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것은 어쨌든 이미 태어난 사람이 앞으로 태어날 사람 보다 많으니 젊은 것들에게 아기 낳으라 목소리 높일게 아니라 당분간 나이많은 사람들끼리 아웅다웅 살아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시대 분위기를 제대로 읽은, 두편의 TV 드라마가 방송중이다. SBS의 '그래 그런거야'와 tvN의 '디어 마이 프렌즈'다. '그래 그런거야'의 등장인물 나이를 모두 합치면 천살이 넘는다고 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고현정은 연기생활 28년차지만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선 제일 어리다. 아직..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어쩌다 '엄마'는 무서운 사람이 되었나

불법입양되어 자라다 교통사고로 양부모를 잃고 동생 한소윤(문근영)과도 헤어져 혼자 살아온 한소정(장희진). 애틋하다 못해 괴이하기까지 한 그녀의 엄마찾기는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났다. 김혜진이란 이름으로 살다간 한소정의 친엄마는 과연 누구였을까. 나는 아치아라 마을 출신이라는 한소정의 엄마는 윤지숙(신은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혜진(한소정)과 윤지숙은 서창권(정성모)이라는 망나니를 사이에 둔 불편한 관계고 두 사람의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윤지숙은 김혜진이 오랫동안 찾아온 '엄마'와 많은 부분 일치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친엄마를 찾고 싶은 마음에 유령아기 엄마를 만나고 딸을 잃은 한 여인의 의붓딸이 되고 마침내 아치아라까지 찾아왔던 김혜진이 갑작스레 윤지숙에게 증오를 뿜으며 서창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