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못생긴 괴물 인형에 담긴 비밀이 뭐길래
종종 궁금한 건데 '구경이'가 하는 게임은 대체 뭘까요. 또 다른 사람은 다 한글인데 혼자서 appleboycat이란 아이디로 활약하는 구경이를 볼 때마다 신기하단 생각이 듭니다. 대체 저 이이디는 어떻게 만들었길래 한글 영어를 섞어 만든 것일까요. 뭐 나름 쉽고 잘 외워지면서 기억하기 편한 아이디 이긴 합니다. 사과, 고양이, 보이라는 이 생경한 단어 조합도 그렇고 참 희한한 아이디죠. 따지고 보면 드라마 전체가 그렇게 흘러갑니다. 뜬금없이 떠올린 아이디어가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소설 속 주인공을 창작해냅니다. K는 그렇게 하나씩 꺼낸 모티브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공범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하죠. 전 세계가 공범이라니 - 인형들이 원래 전부 연결되어 있았다는 말도 오싹하죠.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순서대로, 사건 순으로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라서 어느 부분이 잘리고 어느 부분이 이어진 내용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결국 범죄는 모두 이어진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전체가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건이었던 거죠. 말만 들어도 오싹한 이 K의 엄청난 사건은 잘라놓고 보면 별개의 사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밑그림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죠. 바로 구경이네 물주이자 토깽이 아버지인 허현태(박지빈)입니다. 지금까지 얼굴도 한번 나오고 정체도 밝혀진 적이 없죠.
그런데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 허현태가 아무래도 위험한 사건의 범인 같아요. 무슨 건인지는 몰라도 '두 아들'이 어고 저쩌고 하는 걸로 봐서 이미 두 건의 범행을 한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곧 구경이와 일행들에게 이 사건은 밝혀질 것이고 예고 장면으로 봐서 무언가 나제희(곽선영)가 목격한 것 같네요. 나제희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구경이의 동영상을 촬영했고 '아들들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까지 극진하신 줄 몰랐네요'라고 합니다. 또 '원하는 거 드릴 테니까 여기까지 하시죠'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용숙(김해숙)의 걱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밝혀진 게 있죠. 적어도 용숙은 협박할 건수가 하나 이상 있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용숙 본인은 그 건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K까지 미끼를 문 걸로 봐서 이건 아무래도 굉장히 범위가 큰 범죄였다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K가 고담(김수로) 우연히 미끼를 물어서 그의 혐의를 밝혔다기보다 미리 준비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K가 고담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리란 건 알았어도 대체 어떻게 그게 고담이란 걸 알았을까요. 더군다나 얌전해 보이는 두 아들은 이들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요.
김부장, 살인 처음 해보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김부장(정석용)이 살인을 처음 해본 아닌 것 같다는 점입니다. 살인을 지시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침착하게 살인을 실행합니다. 발가락에 주사를 놓고 자동차 키에다 키를 묶어 자연스럽게 교통사고를 유발합니다. 그 사이에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머리칼 탄다'는 경고까지 해주죠. 대체 김 부장은 뭐하는 사람일까요. 돈 많고 재력이 충분하다고 해서 저렇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담이라는 인간도 대체 뭐하는 놈일까 싶을 정도의 범죄자지만 김부장은 더 만만치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김부장 보다는 용숙입니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용숙은 쓰레기차에 타고 있던 김 부장을 목욕탕까지 태우고 온 인물입니다. 남들 앞에서 서슴없이 탈의하고 옷을 갈아입던 용숙은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죠. 목욕탕에서 '말 새 나가면가 자기까지 죽일 수 있다'는 용숙의 말은 누굴 대상으로 한 걸까요. 애초에 뜬금없이 찾아와 띠와 궁합을 맞춰보던 이 사람이 가장 수상한 인물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용숙은 범행 대상에 대한 조사를 해놓고 찾아왔던 것은 아닐까요.
K가 구경이를 처음 만난(살인 사건 수사 때문에 만났죠) 건 한참 전이지만 그들이 서로 알아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짠다고 했던 김 부장의 말이 떠오르죠. 구경이를 첨부터 찍어놓고 작전을 짠 것은 아닐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현태(박지빈)의 '토깽이'라는 별명은 대체 왜 생긴 걸까요. 허성태(최대철), 허현태 형제가 나타나자 두 형제의 표정이 매우 수상해졌습니다. 특히 한참만에 만난듯한 형제와 그 형제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물 뜨러 간다고 하던 김부장의 표정이 이상했죠. '무탈하다'는 표현도 이상하고 - 마치 사고 친 형제들을 마주친 표정 같달까요.
총 쏘는 용숙, 결국 최후의 적인가
결국 이런류 드라마는 답을 절대로 알려주자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청 완료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산타의 정체가 궁금해도 한동안은 놀리듯이 한 개 두 개 털어놓을 거고 어쩌면 다음 주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부분까지 추론하다가 김부장(정석용)이 죽이고 자살로 꾸민 게(죽이는 거 연출하는 게 너무 능숙했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자살이라'라고 자살에 의문을 표현했으니 K가 죽인 건 아니란 말이거든요.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이것 역시 결론 없는 주제가 되겠네요. 이러다 한꺼번에 모든 게 결론이 나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예요.
'구경이'는 늘 술에 취해 세상을 제대로 못 보는 사람이지만 사람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기완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문제도 잘 살펴주죠. 물론 남의 돈으로 사긴 했지만 만두도 사고 다른 사람들이 죽을까 봐 비키라며 소란도 피웁니다. 용숙은 아무리 봐도 그런 사람들과 다른 타입의 악인이란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를 보면 중간에 총 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용숙이 늘 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도 총을 든 부대는 생각도 못했죠. 마지막엔 사냥이라도 단체로 토끼 사냥이라도(혹시 진짜 토끼 사냥인가) 하려는 건지 최종 보스는 어쨌든 용숙이라는 거겠죠.
현재까지의 상황은 산타(백성철)는 구경이 눈치만 보면서 여기저기 살피고 있고 나머지 인물들은 K의 협박을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그 용숙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죠. 명색이 무슨 재단 이사면서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 가두고 움직이고(혼자만 빨리 쓰려고) 화장실 갈 때도 화장실 물은 내리지 않고 돌아다닙니다. 웃으면서 당황함을 감추는 김이사의 표정이 좀 안쓰럽죠.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K가 하고 있다면 김이사는 뒤처리하는 역할을 맡은 거 같아요. 이쪽도 K 못지않은 살인범 커플 같습니다. 아무튼 토깽이의 정체와 김이사의 정체기 빨리 밝혀지면 좋겠네요. 그래야 재미있는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될 테니.
그리고 시간(비슷한 시기에 택배로 책을 보냈죠) 순서상 똑같은 책을 전달받은 K는 구경이게 의문을 표시했고 그 책을 살펴보면서 구경이 팀이 고담을 목표로 삼았다는 걸 알아 냅 니니다. 원래 성격이 의뭉스러워서 표현은 안 했지만 용숙은 고담이 목표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고담이 목표고 다른 사람들은 관심에 없다는 걸 전혀 말을 죽든 말든 관심도 없다는 말을 안 한 거죠. 대체 두 아들들이 저지른 잘못은 무엇이고(이상한 파일을 갖고 있나) 드라마는 어떻게 풀릴까. 참고로 그 못생긴 인형의 이름은 '괴물'이라고 합니다. 산타가 그 인형을 만들 때 차분한 기분이 들더라고 표현했는데 한정판으로 풀렸다는 그 인형에 대해서도 알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