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진하경이 이시우에게 모든 걸 털어놓길,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법
드라마 속 인물들 중에 한기준(윤박)을 보고 있으면 없는 짜증까지 다 긁어모으고 싶죠. 무책임함에 지질함, 보는 사람 숨 막히게 하는 답답한 성격까지 - 완전히 종합 선물세트 짜증 같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의 채유진(유라)은 그런 지질함을 다 받아주고 용케 잘 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해서일까요 아나면 급하게 결혼하느냐 그런 잘잘못을 따질 여유가 없던 걸까요. 특히 진하경(박민영) 앞에서 '아직도 나 때문에 힘든 거니'라며 자뻑(?)에 겨운 멘트를 날릴 땐 용서가 안된다 싶죠. 헤어진 직장동료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든데 매일 시빗거리를 찾아 헤매는 찾아헤매는 한기준은 그냥 힘들고 용서가 안되죠.
그런가 하면 이시우(송강)의 아버지는 어쩌면 그렇게 철이 없는지 기상청 다니는 아버지 믿고 여기저기 돈 꾸러 다닐 땐 양심은 어디 저당 잡혔나 싶죠. 돈 없어서 돈 꾸러 다니는 처지를 뻔히 알 텐데 뭘 믿고 그렇게 양심 없고 뻔뻔할까요. 이시우의 살림살이가 빈약하다 했더니 임시 거주하는 곳이라 그런 거였거였습니다. 이곳 날씨도 흐리거나 궂은 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네요. 진하경네 집처럼 어디 시원하고 편안한 거주지는 없는 것일까요. 그런데 진하경의 어머니는 갑자기 어디론가 실려나갑니다. 상황으로 봐선 이럴 땐 급한 일인데.
아침에 폭우가 내렸다 멀쩡해지고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고 그게 일상이지만 진하경의 집은 그게 당장 자신에게 닥친 일상이네요. 그 사이 진하경은 뭘 알겠다는 건지 엄마가 죽어간다는 말에도 진태경(정운선)에게 괜찮다고만 합니다. 급한 상황에 엄동한(임성욱)이 나섭니다. 내일 교대 시간까지 이 상황이 계속될 거 같으니 병원부터 가라는 엄동한. 그제야 진하경은 자리를 뜹니다. 어머니는 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걸까요. 날은 여전히 찌는 듯이 덮고 - 엄동한은 인수인계받아 업무를 봅니다.
한편 얄미운 한기준은 입구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이 바쁜 시간에 한기준이 누굴 찾는다면 보나 마나 진하경일테고 어떤 사이인 줄 뻔히 아니까 이시우는 고운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한기준이 툭하면 찾아온다는 험담에 오명주(윤사봉)는 '지가 아쉬워서 그렇지'라며 한마디 합니다. 여태까지 잘난척하며 써준 칼럼이 진하경 과장이 손봐준 것이었군요. 한기준이 칼럼 하나를 못 써서 모든 직원이 다 알도록 절절 매고 밤새 진하경을 기다리고 있었군요. 아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무능함까지 갖춘(?) 직원이 한기준이었군요. 뻔뻔함도 넘쳤는데 진하경은 저 골칫덩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리 해도 자기 재주로 글을 쓸 수 없는 한가준은 화장실에서 딱 한 번만 자신을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조릅니다. 한기준은 급한 불은 껐지만 다른 문제기 한기준을 기다리고 있네요. 그렇게 죽고 못살던 채유진(유라)이 갑자기 결혼을 미루면 안 되겠냐고 묻는 것입니다. 다음 주 예고를 보니 이시우와 채유진이 동거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은데 그 일이랑 그들의 결혼을 미루는 일은 무슨 상관이길래 결혼을 미루는 게 좋겠다며 난리인 것일까요. 이거 뭔가 살림 합치는 문제로 난리 친 것도 한기준과 유라였는데 남의 집 사정이지만 이시우 집안과도 무관하지 않은 거 같아 불안합니다.
한편 흰머리기 희끗희끗하게 난 배우 손상규는 무슨 사연으로 시험을 다시 본다는 것일까요. 보통 그 정도 연령이면 대부분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는 보통인데 실제 기상청 사무관들의 사연은 어쩐지 궁금하네요. 집안일이란 건 그렇습니다. 묵을 쑤었으면 정리하는 게 더 힘들고 죽어버린 아버지를 수습하는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그런 딸이라서 배여사(김미경)가 아버지에게 더 신경 쓰나 봐요. 아버지 돌아가신 날의 기억을 '나는 그런 아버지도 겪었다'며 아무렇지 않게 되새기지만 그 일들은 비가 오고 바람 부는 일처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런 크고 작은 비밀들을 진하경이 듣는 곳에서 이시우는 차곡차곡 꺼내놓습니다.
같은 상처를 가진 걸 알게 되었는데
진하경은 이시우의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이 마땅치 않긴 했지만 진하경의 아버지가 내뱉은 말들은 경우가 없아도 너무 없는 말들이었죠. '우리 시우랑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다'는 모텔도 같이 다니는 거 안다는 말부터 회사에선 비밀이라는 말까지 그 다음에 꺼내놓는 말은 '돈 좀 있느냐'네요. 이게 그 흔한 협잡이군요. 그 말을 듣고 진하경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일단 비밀입니다. 다만 그 말을 듣고 난 진하경의 반응은 좀 의외네요. 바로 반격을 하지도 않고 일단 입을 다뭅니다. 그 정도의 비밀이면 버럭 화를 내거나 난리를 쳐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사실 지금으로선 진하경이 모든 걸 털어놓았으면 싶어요. 아버지에게 당하는 부당한 모든 일들 그리고 고기압과 비가 오락가락하는 그 날씨 같은 일상은 언젠가 먹구름이 될 것입니다. 뭐 지금은 사내 연애를 비밀로 숨기고 모른척하지만 아마 신석호(문태유)가 가장 먼저 터트리지 않을까 싶은데 눈치를 보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거든요. 송하경이 옆집에 산가는 걸 모르는 것 같지만, 또 남의 알에 간섭하지 않는 덕분에 당분간 드러나지 않겠죠. 그리고 아슬아슬 눈치를 보고 있지만 그들의 옆집 남자는 곧 진태경(정운선)의 비밀도 알아낼 것 같아요. 이거 사건 전개가 재미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