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와 백이진은 10대를 위한 드라마를 만드는 중이다
원래 젊은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 유서를 쓰게 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앞날이 창창하게 남은 상대에겐 보통 그러지 않죠. 오늘도 나희도와 백이진의 출생의 비밀에 꽂힌 저는 대체 어떤 경우의 수가 있어야 '나'씨 성인 자녀에게서 '김'씨 성인 딸이 태어나는지 고민 중입니다. 일단 김민재와 이름이 백씨라면 성이 그대로라면 민채는 그대로 민채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입양해서 성이 달라졌다면 모를까 지금 호주제에서는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죠. 두 사람은 이대로 헤어져야 하는 건가요.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으로 봐서 백이진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 그런데 '우리 엄마는 할머니 한테서 나왔다'는 대체 무슨 뜻일까요. 뭐 이 말은 내가 지금은 엄마와 냉전 중이지만 누가 뭐래도 난 할머니 딸이다 뭐 이런 뜻이겠죠.
일단 확실한 것은 첫째, 백이진은 2022년 현재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이진은 1999년에 출연했고 그 방송이 증거로 남아있죠. 두 번째, 백이진의 엄마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알단 민채(최명빈)는 백이진의 자녀가 아닌 것 같습니다(안돼!!). 어쨌든 민채가 백이진의 자식이라면 어떻게든 자녀의 얼굴을 알아보겠죠. 더군다나 추어탕 사건 때 이미 백이진은 아빠의 얼굴을 보았으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셋째 백이진의 자녀는 백이진과 거의 따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어쨌든 백이진 관련으로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어 보였죠.
그 상황에서 백이진이 나희도와 우리의 소원대로 같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첫 번째 방법은 이혼(?)하고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틱하게 만나서 같이 사는 것입니다. 911 테러가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났습니다. 뭐 매우 사건이 적절치 않긴 하지만 그런 류 테러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실종된다면 나희도는 백이진을 영원히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심각하게 사귀지 않았으니 잠깐 기억하는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드라마 초반에 보게 된 하얀 국화가 흩날리는 장면은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유서'라는 항목은 뭔가 매우 불길한 징조네요. 초반에 등장인물들은 생뚱맞게 유서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두 번째는 백이진과의 이야기가 한때 스쳐 지나가는 설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이진(남주혁)은 알고 보니 남자 친구가 꽤 여럿 있었고 그 남자 친구들과 만나서 모종의 '섬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3일 만에 헤어진 남자 친구처럼 백이진도 나희도(김태리)의 특별한 사람처럼 기억하는 건 아닐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실제보다 더 과장된 감정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곤 하죠. 백이진이 고유림(김지연/보나)과의 관계를 오해한 것처럼 나희도는 이해 못 할 짝사랑을 했고 그 감정으로 상황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요. 세 사람 모두 당시 PC통신을 하고 있었고 나희도만 혼자서 그 상황을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었던 거죠.
어쩌면 그들의 일은 모두 10대의 사정
김민채(최명빈)는 거의 처음으로 엄마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냥 유명해진 스포츠 스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나희도의 영광도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15살의 나희도는 어린 나희도가 아시안 게임에서 유명해진 엄마 나희도(김소현)를 질투했자만 니희도가 '펜싱 고유림 도둑맞은 금메달'이란 비난을 받았던 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희도게도 펜싱 금메달은 이루고 싶은 꿈이었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지만 당시의 '팬심'은 그런 상황보다 상대방의 억울한 사정만 보려고 했습니다. 나희도에게도 밥 먹으러 온 어르신들에게 사이다 얻어마시며 눈물 훔치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보는 사람들도 가슴이 찡하더군요.
놀랍게도 백이진은 나희도가 필요할 때나 쪽팔릴(?)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곤 하죠. 특히 화장실에 갇혀서 오도 가지도 못하는 나타나 구해주기도 하고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 위기가 닥쳤을 때도 도움을 줍니다. 사실 사고를 안친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긴 한데 어쨌든 상대는 천방지축 나희도니까요. 이번 화에서 나희도의 가슴이 남모르게 계속 두근두근했죠. 그 때문에 나희도(김태리) 역시 눈치를 보면서 도대체 백이진이 왜 이러나 하면서 설레었습니다. 도대체 백이진(남주혁)의 본심은 무엇일까요. 얼핏 보면 꼭 놀리는 사람 같습니다.
능수능란하게 백이도를 다루는 것 같다가도 순진하게 '좋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는 나희도는 살짝 화가 납니다. 이 사람이 날 놀리는 건가 싶어지는 거죠. 그 감정적 동요를 백이진이 이용해 먹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기자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가까이 지내지 말라' 하면서 경고할 때 백이진은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과거 양찬미(김혜은)는 풋내기 기자였던 신재경(서재희)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습니다. 취재원의 거리 유지는 기자의 철칙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 문제에 UBS 방송국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개입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태라면 나희도는 틀림없이 동요할 것입니다.
종종 생각합니다. 어쩌면 보이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나희도와 백이진의 사랑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요. 안타깝지만 그 두근거리는 감정은 우리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우리는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중이지요. 그것도 정확히 10대의 드라마를 만드는 중입니다. 아이 낳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는 가족 드라마를 만드는 게 아닌(그렇다면 정말 안타깝겠지만) 거죠. 아무리 안타깝고 두 사람이 보기 좋은 연인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안타깝지만 확실한 건 드라마의 다음 편이 무척 기다려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번 더 말하는데 제발 저는 백이진, 나희도 커플의 결합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