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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극 30

짝패, 아쉽지만 아기장수의 새드엔딩은 예정된 결말

어제 마지막회를 맞은 드라마 '짝패'의 김운경 작가는 제가 오랫동안 팬이었던 거의 유일한 분입니다. 스토리텔링 실력이나 사회적 메시지, 혹은 맛갈나는 대사 때문에 좋아하던 방송작가들은 있어도 대부분은 금방 질리는 느낌인데 '노숙자를 묘사하려면 직접 노숙자가 되어보라'는 작가론을 가진 그는 매번 즐거움을 줍니다. 한국전쟁 이후 거지의 변천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은 '형'이나 시대극의 재미를 보여줬던 '옥이이모' 등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감있게 그려내는 존경받을 만한 작가입니다. '짝패'는 제작 후반부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김운경 작가가 모친상을 당하는가 하면 천둥 역의 연기자 천정명이 두 번의 낙마사고로 부상을 입고 연기하다 촬영 종료 후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직행하기도 했습니다. 초반부엔 아주 ..

짝패, 아래적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일전에 80년대 의적 '조세형'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아래적 두령은 전설이 되어야 한다'를 참고하세요), 의적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부패하고 정의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총, 칼같은 위험한 흉기를 쓰지 않고 드라이버같은 기기로 부정하게 모은 보석들을 탈취한 조세형, 그 돈의 일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기행을 했다는 그의 모습을 사람들이 '의적'이라 부른 건 그가 의로워서가 아니라 썩은 나라를 풍자하는 가장 적절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언론이 '국민이 어리석다'며 훈계를 했다는 건 안 봐도 뻔한 일이지요. 의적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 역사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탐관오리들이 설치고 백성들의 수탈이 심해질수록 그들 '부자'의 돈을 털어가는 도둑들은 의적이 되었습니다...

짝패, 아래적 천둥의 최후와 분노하는 백성의 힘

돌봐줄 사람 없는 거지패의 고아가 동냥하는 어린아이로 살아간다는 것, 재물은 부족할 것 없지만 어미 잃은 양반가의 자제가 새어머니와 유모의 손에 길러진다는 것. 삶은 각자의 무게가 있기에 저울로 달아보는게 아니라지만 그 둘의 인생을 한눈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귀동(이상윤)이 양반으로서 아래적을 바라보는 눈과 천둥(천정명)이 거지 출신 자수성가한 인물로 아래적을 바라보는 눈은 접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릅니다. 귀동은 도둑이란 집단에 '의로울 의(義)'라는 글자를 붙일 수 없다 생각하고 천둥은 지금까지 조선 사회에서 성실히 살아오는 동안 내린 결론, 편법이 아니고서는 경종을 울릴 방법 따윈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귀동이 도둑이란 '편법'을 싫어하는 이유는 김진사(최종환)를 비롯한 안동김씨 일문, ..

짝패, 백성을 염려하는 호판이 우스운 이유

종종 MBC 홈페이지를 비롯한 드라마 '짝패' 관련 게시판에 접속해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주연배우나 캐릭터에 대한 반감, 분석이나 비난도 자주 올라오지만 조선 후기 사회에 대한 정보를 토론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민중사극'임에도 주인공들이 어째서 '영웅'답지 못하냐 하시는 분들도 있고 왜 도적패인 '아래적(我來賊)'이 사람을 죽여야만 하느냐 즉 악행을 저질러야 하느냐 묻는 분도 있습니다. '옳은 일'을 하는 의적이란 설정이니 현대인들에게는 충분히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KBS 추노'의 송태하(오지호)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며 그 부분과 아래적의 행동을 비교하시는 분도 보았는데 아무리 '짝패'가 현대 사회의 여러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드라마라 하지만 그 ..

짝패, 동녀 천둥의 운명을 바꿀 변수 되나

예전에 한참 온라인에서 '세대 간 이념 대립' 현상이 극화되었을 때(따지고 보면 이념의 대립이라기 보단 입장 차이랄 수 있겠지만) '한겨례21'에 흥미로운 풍자 카툰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게시판에서 '수구꼴통'이라며 죽어라 갈등하던 네티즌이 알고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웃지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 아버지는 자신을 두고 '빨갱이'라고 불렀다는 것, 생각 안해봐도 뻔히 알 수 있겠지요. 천둥(천정명)신분이 뒤바뀌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극적인 갈등은 없었을 지 몰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일부분 운명적인 것입니다. 민중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짝패'의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 부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썩고 부패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조선 사회에서 신음하던 민중, 그중에서도 아래적의..

문성근이 말하는 짝패 '김운경 작가의 힘'

트위터를 가입해놓고도 자주 하지 못하다 보니 유명인사들의 트위터는 더욱 잘 못 읽게 됩니다. 종종 들러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지만 확실히 은근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트위터의 재미를 톡톡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간만에 들리면 재미있는 글귀 때문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하네요.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란 게 때로는 부정적이고 때로는 긍정적입니다만 열심히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옮겨둔 것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 아침 영화배우 '문성근'의 트위터를 보다보니 뜻밖에 '짝패'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최근 '백만민란'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문성근은 안그래도 종종 일상 생활을 전하는 중간중간 TV 매체와 김연아 등에 대한 트위팅을 올리곤 합니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1..

짝패, 천둥과 귀동이 짝패여야 하는 이유

남부러울 것 없는 양반집 자제로 태어난 귀동(이상윤), 손발가락 동상같은 건 예사로 걸리는 거지패에서 자라난 천둥(천정명). 현대인의 관점으로도 두 사람의 우정은 어찌 보면 별스러운 것이라 언제 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듯합니다. 과거 사람들 보다 더 배우고 많은 걸 경험했다는 현대인들도 별것 아닌 이유로 친구와 척을 지곤 하는데 두 사람은 자라면서 습득해온 생각과 철학이 너무나 다릅니다. 돈, 사랑, 가치관 등 때로는 세속적이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로 평생의 지기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친구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 쉽사리 상대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양반이면 양반인대로 귀동처럼 포도청의 물을 깨끗해야한다고 믿음을 가진 이유가 있고 천민이면 천민인대로 이 세상을 아..

짝패, 아래적 두령은 전설이 되어야 한다

80년대 초반,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 중 하나가 '조세형'이란 인물입니다. 82년 검거될 때 부자들, 고위층 인사의 집을 전문으로 털어 보석만 마대로 2자루 이상이었다는 엄청난 도둑, 끌이나 드라이버같은 '연장' 만 사용하고 칼같은 흉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신출귀몰한 이 도둑 보다 화제가 된건 '5캐럿 다이아'의 주인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 다이아의 주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몰래 몰래 소유한 커다란 다이아들은 부정한 돈으로 사들인 밀수입품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형이 저지른 일은 아닙니다만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복부인 장영자의 '물방울 다이아'에 얽힌 수사관 이야기, 경찰을 아랫 사람 다루듯 하고 도난 현장인 자신의 집에는 함부로 발도 못 들여놓게..

짝패, 현대인을 닮은 속물 동녀의 진심

최근에 읽은 신문 기사들 중 가장 황당하면서도 뒷목이 뻐끈해지는 기사가 두 건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맷값 폭행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야구방망이 재벌 최철원, 그에게 맞은 피해자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기사입니다. 두번째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중 4일 동안 4명이 죽고 올해 들어서는 11명이 사망했다는데도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일부러 목숨을 끊어 화제가 됐는데 공사 현장에서는 '속도전'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간 것입니다.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사업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로 인해 세금이 증가하고 현대사회의 양반이 사람을 팬 것도 모자라서 피해자를 고소하는 이 현실이 드라마 '짝패'에서 분노하는 백성들의 슬픔과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집행유예는 사실상 무죄와 마찬가..

짝패, 평양감사는 왜 호조에 뇌물을 보냈을까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제도에 반발한다는 건 생각 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남들은 모두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이 불합리에 반발하는 건 아닐까 내가 반발하는 행동 하나가 내 가족들과 친구들의 안전을 위협한 거 아닐까 딱히 소심한 사람도 아니고 법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두려운 생각이 드는게 당연합니다. 최근 포털이나 블로그에 이런 저런 글을 올렸다가 원칙도 없이 삭제당했노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 걸로 보아 아직도 글이나 말로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썩어빠진 조선 후기 사회의 백성들, 의적들이 돌린 엽전 한두냥에 생계가 달려 있고 뇌물과 비리에 점철된 포도청과 관료들에 숨이 막히는 그들의 숨통을 틔워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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