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비담의 난 5

미실, 이제 그녀의 최후 평가를 남겨두다

기존 사극에서 후궁의 정치 참여는 궁중 암투 정도로 부각되던 게 사실이다. 달콤한 말과 눈물로 왕의 마음을 뺐고 권력을 농락하던 후궁이 여성 영웅의 부각과 더불어 왕을 공포에 떨게 하는 후궁으로 발전했다. 미실 새주의 출연 회수가 8회 연장되었다는데 앞으로는 서서히 몰락해가는 일만 남은 그녀의 앞날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녀는 과연 소설과 같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것인가? 선덕여왕의 재미 중 하나는 기존 사극(주로 환상의 인물을 활용한 판타지 사극이지만)이 활용하던 한가지 틀을 벗어났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을 정점으로 펼쳐지는 영웅의 대의와 모험담, 그리고 성장이 기존 사극의 내용이었다면 선덕여왕은 주인공 이외의 인물도 꼼꼼하게 설정하고 다섯명 이상의 중심인물을 활용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가..

드라마와 문화 2009.10.14

철가면을 쓴 검은 화랑 비담, 그리고 비형랑

사서에 등장한 비담(毗曇)의 기록은 몇 줄 되지 않는다. 골품과 관등제도가 유지된 신라 시대니 높은 골품의 왕족이었다 추측할 뿐이다. 비담은 선덕여왕이 죽을 때 쯤 갑자기 사서에 등장해 진덕여왕이 즉위하자 마자 9족을 멸하는 처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반역자의 정보를 상세히 적는 나라는 흔치 않으니 선덕여왕 제작진은 그의 캐릭터를 설정함에 자유로움을 느낀 동시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암흑 속의 인물이다. 최고의 상대등 비담이 반역을 일으키기 위해선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있어야 한다. MBC 선덕여왕에서 셋팅한 비담의 어두움은 '출생의 비밀'에서 출발한다. 태어나자 마자 쓸모가 없다며 버린 어머니, 자신을 친자식 보다 사랑했고 모든 걸 주겠다고 했..

미실의 죽음과 내분으로 약해진 신라 왕조

왕까지 갈아치운 무소불위의 권력자, 미실에게 뱉는 마야 부인의 저주는 섬뜩하다. "네 이년. 네 년도 죽을 것이다. 네 년이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빼앗기고 짓밟히고 혼자서 외로움에 떨다 죽을 것이다. 잠을 자도 잘 수 없고, 먹어도 먹을 수 없고 살아도 살 수 없고, 송장처럼 썩어가다가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나지 않은 채로 죽을 것이다. 비석도 없이, 무덤도 없이, 흔적도 없이 죽으리라. 하여 역사에 네 년의 이름은 단 한글자도 남지 않으리라." 윤유선씨의 열연으로 표현된 이 대사처럼 미실이란 이름은 현존하는 정식 사서엔 단 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화랑세기 조차 필사본으로 진위 여부에 시달리고 있으니 미실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김부식이란 인물은 유교적 사관의 소유자로 사서에 '암탉이 울면....

대원신통의 두 악녀, 미실과 사도왕후

미실이 저지른 여러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화랑세기를 읽다 보면 미실이 그리 치밀하거나 냉정한 인물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색을 즐기고 만사에 호탕한 유쾌한 인물에 가깝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악녀라는 표현을 쓰긴 했으나 신라왕조에서 승리한 건 누가 뭐래도 진골정통이다. 그러니 김알지, 석탈해, 박혁거세가 삼분하던 신라 세력의 군형을 맞추기 위해 경쟁하던 여인들에게 '악녀'란 타이틀은 불공정하다. 미실의 색사는 공정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두 인통은 힘이 약해진 것 같으면 서로 견제하고 인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성씨(性氏)라는 문화가 생기기전까진 모계를 중심으로 두 인통을 구분했다. 대원신통이 미실을 내세워 세력을 확장했을 땐 진골정통 역시 그만한 맞대응이 있었다고 보는게 맞다. 드라마에서 묘사하듯..

미실(대원신통)을 끝장낸 건 진짜 김유신이다?

드디어 화랑 김유신은 낭도들을 이끌고 전쟁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남달리 끈기있고 독한 김유신과 각 정치 세력의 사병 역할을 하는 화랑의 갈등은 드라마 상에서 일개 잉첩의 세력인 '대원신통'과 '왕족' 간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가야계의 김유신은 이 다툼에서 왕족인 천명공주와 진평왕의 측으로 돌아섰다(같은 진골정통이라서 그렇다고는 표현하지 않는다). 김서현은 대원신통이긴 하지만 그의 처지를 고려할 때 진평왕과 가장 가까운 측근이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묘사하는 군사훈련 장면(6월 23일 방송분)은 어쩐지 로마의 훈련법과 비슷해보인다. 군장을 갖춰 팀을 이루고 함께 방어하고 구령에 맞춰 호위하는 연습은 백부장(센추리온)의 호루라기에 맞춰 진퇴를 반복하는 로마 병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랑도를 비롯한 여..

드라마와 문화 2009.06.23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