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빛과 그림자

빛과그림자, 색소폰부는 문간방 유성준의 정체 혹시 천재 작곡가 아냐?

Shain 2012. 2. 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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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거이야기로 물의를 빚은 배우 신성일의 회고 '청춘은 맨발이다'는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의 비하인드 스토리, 연예계 뒷사정 등을 기록한 그 글에는 자료사진도 함께 실려 시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묘사되는 극중 상황과 유사한 장면들도 다수 있어 60, 70년대 연예계 분위기를 알려면 꼭 읽고 싶은 글이기도 합니다. 신성일은 다른 배우나 기타 연예계 종사자들에 비하면 딱히 어려운 시기 없이 계속 승승장구한 편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등장인물들처럼 등락이 심하지 않았죠.

'청춘은 맨발이다'에서도 힘좀 쓰는 주먹들과 친분을 나누던 연예계의 풍경, 또 밤무대에서 취객들에게 조롱당하는 당시 연예인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초반부에 최성원(이세창)이 밤무대에서 노래하다 겪던 모습은 신성일이 최무룡을 찾아갔을 때 보았다는 모습과 유사하더군요. 최무룡도 한때 출연만 했다 하면 히트하는 영화 주인공이었지만 이혼 이후 인기가 급감하고 생계가 어려워져 밤무대에 섰다고 합니다. 70년대 초반은 가수들 뿐 아니라 배우들도 자주 무대에 섰고 당황스런 관객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입니다.

노상택의 꼬임에 넘어가 강기태를 배신하는 신정구.

어제 방영분에서 강기태(안재욱)는 빛나라 쇼단 단장이던 신정구(성지루)에게 배신을 당합니다. 잠시 쇼단 생활에 회의를 느꼈던 신정구는 강기태에게 도움을 주며 쇼단을 아예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단장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노상택(안길강)과 손을 잡고 맙니다. 그 시대를 사는 방식이 원래 그랬는지 아니면 연예계가 인기와 돈에 좌우되는 곳이라 그런지 '의리'를 지키기 보다 더 큰 무대를 따라 떠났단 이야기는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소심하다고 욕하기엔 생존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구요.

어떤 면에서는 연예계에 종사한다는 자체가 망하고 성공하는데 달관해야하는 일입니다. 하루아침에 성공하고 하루 아침에 망하는 곳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자동차 몰고 한껏 뽐을 내다가도 다음 날 아침엔 추레한 몰골로 얻어맞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 먹을 밥값이 없어 신정구처럼 홍수봉(손진영)네에 얹혀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강기태에게 찾아온 고난은 어찌 보면 익숙해져야할 일상인지도 모릅니다.

테너 색소폰 연주자이자 악단 단장, 작곡가로 유명했던 이봉조와 가수 현미.

김부장(김병기)의 계략으로 장철환(전광렬)이 그분에게 밀려납니다. 빅토리아 나이트를 영업정지시키고 송미진(이휘향)을 압박해 강기태까지 몰아부치려 했는데 오히려 뒷통수를 맞고 말았습니다. 하나의 권력이 '절대 지존'이던 시절이니 장철환이야 다시 재기할 수 있고 권력층에서 잠시 추춤하면 그만이지만 믿을 곳없고 돈도 없는 강기태는 앞으로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까요. 그 때문에 등장한 인물이 문간방 유성준(김용건)인가 봅니다. 신정구와 노상택의 선배 단장이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는 있습니다. 유성준을 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국민 작곡가란 별명이 아깝지않았던 색소폰 연주자 이봉조입니다. 가수 현미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이 사람은 당시 최고 히트곡과 영화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맨발의 청춘' 신성일과는 그런 인연으로 가깝게 지낸 것이구요. 잘 생긴 외모에 천재적 작곡 실력으로 잘 나가던 이봉조는 한때 도박 문제로 경제적 곤란에 겪기도 했습니다.



강기태에게 미8군 무대를 소개해줄 수도

강기태가 중정 김부장을 만나고 송미진과 빅토리아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며 굳이 미8군까지 갈 필요없이 이대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끝이 아닌가 봅니다. 신정구, 송미진, 최성원, 마도로스박(박준규)같은 연예계 스승 외에 강기태에게 또다른 조력자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한양구락부 한지평(권태원)를 찾아가 공연 무대를 계약하고 올 정도로 배짱좋은 강기태가 한번 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문간방에 살며 연탄가스를 핑계로 밥얻어먹는 유성준이라면 그 정도 구원투수 역할은 해줄 수 있겠죠.

극중 유성준은 기태 어머니 박경자(박원숙)에게 법조계 인연을 내세워 밥을 얻어먹고 월세도 내지 않으며 문간방 살이를 합니다. 그 어렵던 그 시절에 구두는 10켤레가 넘는답니다. 기본적인 생활비도 없는 사람이 색소폰을 불고 멋을 내다니 아무래도 한차원 위의 문화를 즐기는 이 사람은 연예계에서 한가닥 하던 사람인가 봅니다. 신정구와 노상택을 두들겨 패며 거느리고 있던 사람이라니 이해가 갑니다. 이 사람의 모델이 '이봉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정훈희의 '꽃밭에서', 현미의 '보고싶은 얼굴'같은 히트곡을 만들고 윤복희도 키워낸 이봉조에게 닿지 않는 인맥이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순양댁, 기태엄마를 홀린 윤성준 진짜 해결사 노릇할까?

아내 현미와 함께 미8군 무대를 주름잡으며 가수들을 발굴하던 이봉조 악단의 쇼는 꽤 유명했습니다. 문간방 앞에서 인맥을 자랑하는 그 말들이 전부 헛소리는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극중 유성준도 다방에 앉아 순양댁(김미경)과 커피를 마시며 길옥균, 이봉조가 전부 내 후배들이라며 자랑합니다. 그 정도 인맥이라면 당연히 강기태에게 도움될만한 인맥을 조달해줄 수 있습니다. 당장 위험해진 한양구락부 무대는 어떻게 못할지 몰라도 재기의 발판은 될만한 사람이죠.

70년대 연예계 사업을 이야기하자면 궁정동을 빼놓을 수 없고 미8군 무대를 비롯한 쇼무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 내심 강기태가 미8군까지 흘러가지 않길 바랐는데(이런 저런 당시 국내 상황도 그렇고 미군과 정치를 한꺼번에 거론하려면 부담이니) 이봉조를 모델로 한 듯한 유성준이 등장하니 강기태와 미군 무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유명 연예인이면서 궁정동까지 가서 힘을 쥐어보겠다는 유채영, 아직까지 사랑의 단꿈에 빠져 차수혁(이필모)의 위험한 선택을 알지 못하는 이정혜(남상미)까지 다시 한번 험난한 운명에 휘말릴 모양이지요.

구두만 닦는 수상한 문간방 남자 유성준, 정말 천재 작곡가?

세대가 다르고 취향이 달라 이봉조의 모든 노래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닙니다. 마음을 울리는 테너 색소폰 연주도 요즘 세대에게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정훈희의 '꽃밭에서' 같은 곡은 조관우같은 가수가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부인과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현미와 부부생활을 했지만 현미와 헤어지고 13년을 홀로 살았단 이야기, 우리 나라 최초의 국제 가요제 참가자란 기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혹은 타고난 로비스트로 법조계, 정치계 등 각종 인맥을 활용해 연예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었단 이야기 등등.

강기태와 유성준이 함께라면 그 모든 에피소드가 더욱 풍부해지겠지요. 유성준도 혹시나 멋진 공연 모습을 선보여주게 될까요 아니면 조력자 역할만 하게 될까요. 연예 사업에 뛰어든 초보 강기태에겐 쇼를 즐길 줄 아는 또다른 스승이 생긴 셈입니다. 늘 기대 이상의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다음주에는 어떤 방법으로 강기태가 다시 일어설지 그 반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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