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스타 연기자들의 함정, 성장 시기를 놓치지 마라

Shain 2012. 2.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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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연기란 '감정의 재현'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연륜이 높고 경험이 다양한 배우들이 훨씬 더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출연 경험이 배우로서 한 연기자의 얼굴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기 훈련은 일정 나이를 지나면 두 번 다시 습득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기에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단역이라도 자주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대의 풋풋한 감정이나 미숙함을 연습하고 싶다면 30대가 아니라 10대일 때 10대 연기를 해보는 것이 제일 좋겠죠. 그때 연습을 해보았다면 30대가 되어서도 10대의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방송국의 전속 탤렌트 제도는 연기 연습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되곤 했습니다. MBC나 KBS는 매년 신인 연기자를 공채나 특채로 채용하곤 했고 그들은 방송국에서 선배들에게 연기 훈련을 받거나 단역을 얻어 연습하곤 했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엔 별로 좋지 않은 입김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 선배들은 기본기, 즉 발성이 좋지 못한 후배들은 '얼굴만 믿고 배우가 되었다'며 출연을 자제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선배의 영향력이 크던 시대다 보니 선배 연기자들의 권력이 지나치다는 점은 어느 면에서 문제지만 일단 '연기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너는 내 운명'과 '신데렐라 맨' 등으로 연기활동을 했던 윤아.


탤렌트 공채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최근엔 드라마 출연자의 범위를 딱히 한정짓지 않습니다. 영화배우나 가수, 개그맨으로 활약하던 사람들도 배우가 되어 드라마 출연을 할 수 있는 시대고 때로는 '스타'의 유명세에 기대 드라마 제작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전까지도 이런 '낙하산' 출연자들이 과연 연기자로서 자질이 있느냐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엔 소속사에서 기본적인 연기 교육을 받고 오기 때문에 썩 잘한다고는 못해도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된 셈이죠.

'소녀시대'의 윤아가 '너는 내 운명(2008)'에서 주연급으로 발탁되었을 때 생각 보다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함께 출연한 남성 연기자가 불분명한 발음과 한결같은 표정으로 지적당하는 동안에도 윤아는 나름 자신이 맡은 '새벽'의 역할을 어린 나이에도 잘 소화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방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부 시청자들은 예쁜 얼굴이고 매력은 있지만 윤아의 연기에 질린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정이 격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미숙함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배우도 실전에서는 이런 단점을 드러낸 셈입니다.








한가인 보다 연기 경험이 많은 김유정

8, 90년대 스타들은 이미 기본을 익히고 스타 대열에 오른 사람들이 많아 공백을 갖더라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는 꽤 오랜만에 TV 출연을 했음에도(거의 15년이죠) 영화 덕분인지 TV 화면에 잘 적응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도 최근 은근슬쩍 자신의 작품을 시청률 1위 드라마 대열에 올려놓으며 3년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일의 약속' 정준도 그렇고 대부분 연기자로 출발한 배우들은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연기를 훌륭히 해냅니다.

문제는 어설픈 '스타 시스템' 때문에 공백기를 갖는 배우들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CF모델인지 배우인지 헷갈린다는 평을 받았던 '전지현'입니다. 그녀는 1997년 데뷰해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 반열에 들어섰지만 그 뒤로는 단 8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스타'가 되기전 출연한 작품은 4편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기자로서 연기를 학습할 시간과 때를 놓쳤고 이제는 유명세가 너무 커져 단역이나 하찮은 역으로 연습을 하고 싶어도 무리한 시기입니다. 스타일로 연기 생활을 연명할 수 있다 쳐도 곧 한계가 드러나겠죠.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과 '엄마의 바다' 고소영.


고소영 역시 대표적 CF 스타입니다. 1992년 데뷰한 그녀는 올해로 데뷰 20년 차지만 영화 출연작은 8편 정도, TV 드라마는 10편 정도입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역할과 연기 분야는 한정되는데 그녀는 연기자가 아닌 CF 모델에 머물게 됩니다. 그나마 전지현 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데뷰 시기가 일러 초반에 연기 훈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 정도인데 그나마 최근 출연작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년전엔 왜 출연료가 높은지 이해하기 힘든 배우에 꼽히기도 했으니 연기자로서 정말 관리를 못한 셈입니다.

이름값이 높고 공백이 긴 배우들 중에 그 진가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손예진이나 김선아는 몇년을 쉬어도 촬영에 들어가면 제 값을 하는 사람들이라 시청자들이나 제작자 모두가 환영합니다. 특히 김선아 경우는 '로맨틱 코미디'를 찍었다 하면 모두 대히트를 하는 바람에 그녀의 다음 일정이 방송국의 시청률을 장악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비싼 출연료가 아깝지 않은 배우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님을 지켜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해를 품은 달'에 출연 중인 한가인과 김유정.


최근 '해를 품은 달(해품달)에서 어린 허연우 역을 맡은 김유정은 말이 아역이지 12편이 넘는 TV 드라마 1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입니다. 출연 자체를 연기수업으로 친다면 웬만한 비싼 여배우들 보다 연기 경력이 오래된 셈입니다. 2002년 데뷰한 한가인의 출연작이 모두 10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연급들에겐 '다작'이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겠지만 김유정은 아역이란 장점을 발판으로 성인이 되기 전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받고 있는 셈입니다.

김유정은 앞으로 얼마나 풍부한 감정 연기를 보여줄지 보기만 해도 기대가 큽니다. 그녀가 성인이 된 후에 '스타급'으로 자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경력을 가진 '여진구'와 더불어 명연기를 펼칠 대표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가인도 등장 초반엔 분명 김유정처럼 가능성 괜찮은 배우였습니다. 너무 일찍 유명세를 타고 다양한 작품을 거치지 못한 것이 그녀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한참 발전할 시기에 너무 일찍 'CF 스타'로 나서 공백을 가진 것이 화근입니다. 외모나 화제성 때문에 남들이 떠받들어주는 '스타'는 연기 기본기를 다지고 난 후에도 늦지 않습니다.

'애정의 조건'과 '닥터깽' 출연 당시의 한가인.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았어야.


개인적으로 한가인도 지금이 아닌 4-5년 전이었다면 연기가 무르익을 시기였고 또 적절하게 트렌디 드라마를 추구하면서도 사극 기본기가 필요한 '해품달' 같은 드라마에 적합한 배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만 지금은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연기 성장의 시기를 놓친 대표적 배우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스타'를 키우고 보는 우리 나라 시스템에서 연기자 아닌 '스타'가 되고 싶은 유혹은 벗어나기 힘듭니다. 때문에 얼굴은 예쁘지만 연기가 부족하다던가 부족한 연기 때문에 몰입이 안된다는 평을 듣는, 소위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는 스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마흔살이 다 되도록 단역으로 출연하다 늦게서야 빛을 보는 배우들, 김윤석이나 조성하같은 배우들이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는 연기자들입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명품 연기를 선보여줄 배우들도 그런 사람들일테구요.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연기경력이 단절된 CF 모델로 남을 것이냐. 연기자로 남으려면 그만한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봅니다. 시청자들은 일년에 한번씩 출연하며 미적미적 연기수업을 받는, 출연료 비싼 배우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연기 수업은 신인 시절에 혹은 비싼 CF 스타가 되기전에 마치고 왔어야하는게 아닐까요. 이제는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힘든 주연급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팬들의 옹호와 언론의 칭찬이 요즘처럼 껄끄럽기는 또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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