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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포털 다음의 메인 기사 중 하나는 '존 F 케네디'의 내연녀가 회고록을 썼다는 내용입니다. 백악관 인턴이던 그녀는 고용된지 4일 만에 케네디의 애인이 되었고 18개월 동안 내연관계였다고 주장합니다. 내연녀가 남몰래 영부인 재클린의 침실에서 밀회를 즐겼다는 그 자극적인 내용은 '존 F 케네디'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을 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케네디에 대한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져 보면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그 가문의 힘이 막강하고 추문을 막고 있기에 퍼져나가지 않을 뿐이죠.

2011년 방영된 '케네디(The Kennedys, ReelzChannel)'는 케네디가의 저주를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였습니다. 왜 존 케네디의 아버지가 정계 진출을 희망하게 되었으며 케네디가의 남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존 케네디의 남성편력으로 인해 고민하는 재클린 케네디,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 축가를 부른 것으로 유명한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스캔들을 '사실'로 묘사했습니다. 덕분에 방영전 모종의 압력으로 방영중단되었다가 결국 ReelzChannel 이란 생소한 채널에서 전파를 타게 됩니다.

노상택과 조태수의 음모로 위기에 처한 기태를 채영이 구해낸다.

얼마전 'Mad Men(2007)'이란 드라마 때문에 60년대 미국 광고와 대통령 선거의 관계를 다시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닉슨의 라이벌이었던 케네디에게 TV는 너무도 훌륭한 광고매체였습니다. 퓰리처상 수상 지식인에 잘 생긴 외모, 그 당시 신사들과는 달리 모자도 쓰지 않는 파격적인 케네디, 거기에 우머나이저(womanizer)란 별명처럼 여자들에게 친절한 그의 이미지는 많은 미국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덧붙여 아름답고 지적인 아내 재클린, 여러 나라 언어로 케네디의 응원 CF를 찍는 그녀는 오히려 케네디 보다 훨씬 인기를 끌었습니다.

가끔 그녀의 인기를 의식한 존 케네디가 나는 '재클린 케네디의 남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을 정도라니 그녀가 케네디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여성이었는지 또 그런 자부심을 가진 여자가 남편의 여성편력을 얼마나 참기 힘들었을지 상상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웅이 된 케네디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많아도 오나시스로 성을 바꾼 그녀에겐 악평이 쏟아지곤 합니다. 세기가 바뀐 요즘에도 말입니다. 때로 특정인물은 지나치게 '성역화'되어 사실 조차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거품같은 권력, 채영에게 자유를 줄까

누군가는 '여자와 권력자'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스캔들이 나는 건 당연하다 옹호합니다. 혹자는 인간이 그만한 권력을 쥐고 그정도 '낙'도 없으면 어찌 사느냐 반문합니다. 궁정동 사람들은 알현, 승은, 천기누설이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씁니다. 왕이 총애하는 후궁이 바뀌면 내명부 질서가 바뀌듯 경호실장 장철환(전광렬)은 유채영(손담비)을 찾아가 자신을 봐달라 청탁합니다. 예전같으면 그냥 세븐스타의 인기가수였을 뿐이고 허리굽힐일 따윈 없었던 유채영이 권력을 쥔 것입니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평화시장에서 궁정동까지(2002, 인물과 사상사)'에는 '그분'과 관련된 몇가지 기록이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유채영의 표현처럼 '그분'과 관련된 일들을 언급하는 것은 친척 간에도 금지하는 일로 말 잘못했다간 남산으로 끌려간다고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그분'의 밤나들이 목격담이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습니다. J모씨의 고급 아파트에서 그 분을 보았다 또는 그분의 연회에는 K가수가 꼭 불려간다더라 어떤 탤렌트가 방송 펑크내고 그분에게 갔다더라 등등.

'그분'의 총애를 받는 유채영에게 청탁하러 온 장철환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70, 80년대에는 유난히 연예인 루머가 많았습니다. 70년대 탑스타였던 정소녀가 근거없는 '흑인 아이 출산설'로 고생했듯 유명 연예인들이 성접대를 한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고 퍼져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들은 간통죄로 고소당하기도 하고 진짜 몰래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국제적인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김모씨는 여고생이던 70년대에 유명 재벌 후계자와 동거했다는 내용을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유채영에게 추근거리던 재벌 후계자들의 '실화'인 셈입니다.

'여자'를 부르는 바로 그곳, 연회가 벌어지는 요정에서 조태수(김뢰하)에게 받은 해구신을 챙기는 최성원(이세창)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여수에서 밀수했다는 그 해구신이 바로 '뿌리깊은 나무'에서 강채윤이 동료들에게 뇌물로 바치던 올눌제입니다. 70년대에 불법으로 밀수되던 해구신은 80년대까지도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밀수품의 종류야 보석부터 명품시계까지 다양했지만 과연 '남성정력제' 해구신은 누가 그렇게 많이 찾아먹던 걸까요. '유언비어'로 일축되던 그 많은 소문들처럼 부적절한 관계가 만연했던 걸까요.

조태수가 건낸 해구신을 마도로스 박은 거절하지만 최성원은 받는다.

강준만의 책에 실린 사건들은 참고자료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관련자 증언이나 10. 26 당시 기록들, 육영수 여사 생존 당시 기자들이 목격했다는 멍자국 등 당시 자료들을 읽으면 우리가 아직 그 시대와 권력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하여튼 그런 시대를 무대로 아슬아슬하게 가수 활동을 하던 유채영, 노상택(안길강)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강기태(안재욱) 만을 바라보던 유채영이 권력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궁정동에 걸어들어갔습니다. 그녀의 권력은 곤란에 처한 기태를 자유롭게 했어도 이미 정혜(남상미)를 사랑하는 기태의 마음까진 얻진 못했죠.

신정구(성지루)가 순간적으로 노상택의 유혹에 흔들렸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편승하면 편하게 살거라 생각합니다. 노상택을 따라가면 조태수같은 깡패들이 더 이상 신정구를 괴롭히지 않을테고 덤으로 쇼단 단장도 할 수 있겠죠. 남산이냐 편한 삶이냐를 두고 선택하라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채영이 허섭스레기같은 재벌아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노래만 할 수 있으려면 차라리 '그분'에게 선택되어 권력을 누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듯 말입니다.

기태를 위해 위험한 거래를 했지만 기태는 빈틈을 주지 않는다.

잠깐 참으면 모두 행복하다, 뭐 그런 착각으로 그 시대를 버텨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유채영과 장철환의 위험한 거래는 결국 장철환을 다시 대통령 측근으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극중 김재욱(김병기) 부장은 박동선 사건(76년 코리아게이트)으로 곤란해진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다시 조율하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빛과 그림자'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실제 코리아게이트를 마무리한 것도 김재규였고 당시 박정희 암살도 김재규가 CIA였기 때문 아니냔 말까지 있었죠. 장철환이 그 상황을 빌미로 김재욱을 비난하고 각하의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듯하네요.

'부활'한 장철환은 다시 강기태를 괴롭힐 것이고 유채영은 그 때마다 더욱 강력한 무언가를 내줘야 합니다. 뭔가를 바라고 조폭이 바치는 뇌물처럼 목숨을 바쳐야했던 정인숙처럼 권력은 언제나 그 대가를 요구합니다. 현실과 창작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극중 배우들이 내뱉는 하나하나가 시대를 함축하고 있어 볼 때 마다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기를 연대기식으로 구분않고 70년초반에서 후반까지 뭉뚱그려 연출하는 건 불만이지만(아무래도 정치적인 사건이 개입되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 드라마 덕분에 우리 나라에도 시대극 고증의 기준이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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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ddymoo.tistory.com BlogIcon 아빠소
    2012.02.07 15:00 신고

    안보는 드라마라 생소합니다 ㅡㅡ;;

  2. BlogIcon 에이브
    2012.02.07 17:10

    글을 읽어 보니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런 자료들과 예리한 판단 필력이 있으신지.. 놀랍기만 하네요. 어쨌든 요즘 빛과 그림자 애청하고 있는데 간혹 비쳐지는 김재규와 차지철 사이에서 강기태와 유채영, 이정희.. 어떻게 될지.. 또 조미료 역할 하는 신정구, 유승준, 건달들.. 재밌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