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의생 백광현의 눈으로 본 현종 임금의 사생활

Shain 2012. 11.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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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보는 또다른 재미 중 하는 역사와 드라마의 차이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 방영되는 사극 중에서 각종 시대 고증이 완벽한 사극이 없습니다만 의외로 다른 어떤 사극 보다 '마의'가 가장 고증이 잘된 편에 속합니다. 분명 무교탕반의 시대적 설정이나 백광현(조승우)과 숙휘공주(김소은)의 나이 차이같은 건 기록과 달리 설정했지만 각종 질병이나 의학적 응급 상황은 현직 한의사의 고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현대적인 설정 아니냐며 지적받았던 서은서(조보아)의 심폐소생술도 실제 각종 의서에 기록이 전하는 부분입니다.

백광현의 기록 중 가장 자세한 것은 정래교가 지은 '백태의전(白太醫傳)'입니다. '마의'의 한의학 자문진이라는 방성혜 한의사는 백태의전을 근거로 백광현에 관한 실화 소설을 썼습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의 기록을 찾으려 여기저기 서적을 뒤져도 조선왕조실록의 짧은 기록 외에는 백태의전이 전부입니다. 그나마 백태의전은 한글로 번역된 책은 커녕 한자본도 구할 수 힘드니 방성혜 한의사의 실화소설이 찾을 수 있는 자료의 전부인 셈입니다. 마의 백광현이 어떻게 어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궁금해서라도 그 소설을 꼭 찾아읽을 생각입니다.

의관 취재 시험에서 백광현이 마주친 현종. 왕족의 생활이 낯선 백광현.

어쨌든 '의외로' 고증이 잘 된 '마의'에서 어제는 임금의 사생활을 상세하게 보여줬습니다. 현대의 레지던트라 할 수 있는 의생들은 의관취재를 위해 실제 환자를 다루게 되었고 인선왕후(김혜선)와 명성왕후(이가현)를 비롯한 왕족들이 그 대상자가 됩니다. 정성조(김창완) 세력을 견제하는 현종(한상진)이 무슨 목적으로 수의 고주만(이순재)과 그런 일을 꾸몄는지 알 수 없으나 마의의 입장에서 인간의 질병을 궁리한 백광현은 감히 미천한 동물과 임금의 몸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단 이유로 쫓겨나고 맙니다.

임금의 식사를 수라,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의 눈물을 옥루라 부르던 당시의 궁중예법은 양반 출신이 아닌 백광현에게 생소했을 것입니다. 현종의 용포를 알아보고 단박에 머리를 조아린 윤태주(장희웅)와 달리 백광현에게 그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왕의 지근에서 궁중 사람들이 예를 지켜 올리는 음식과 바쁜 일상생활을 초보 의원의 눈으로 지켜보고 병을 알아보려 하지만 현종은 감히 일개 백성이나 짐승과 병증을 비교할 수 없는 한차원 위의 존재였던 것입니다. 백광현이 동물의 경우를 들어 병을 진단한 것은 쫓겨나기 알맞은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담낭은 의서에 통달한 윤태주로서는 알 수 없는 질병이었다?

어찌 되었든 극중 현종의 진단은 백광현의 판단이 맞을 것입니다. 당시 한의학의 한계라면 한계랄까 해부학에 익숙치 않던 한의사들은 인간의 장기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유학 사상 때문에 사람 몸에 칼을 대는 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신을 해부하는 일 조차 해괴망측한 일로 여겨졌으니 산 사람에게 칼을 댄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죠. 또 일부 양반가의 여성들 경우 남성인 의원이 신체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죽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있다지만 그런 한계를 지닌 사람들에 비해 동물을 직접 다뤄보고 해부해본 백광현의 의학 지식이 의서에 쓰인 내용보다 정확한게 당연합니다. 조선 시대 한의학 서적엔 요로 결석과 같은 눈에 보이는 증세는 언급을 하지만 담 즉 쓸개에 돌이 생기는 경우는 눈으로 볼 수 없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간의 쓸개에 통증이 있다는 걸 알아 '담심통'이란 질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만 그걸 담석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서에서 답을 찾지 못한 백광현은 백지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궁중용어까지 외워가며 지켜본 임금의 사생활. 기름진 식단에 고된 일상이 엿보인다.

백광현은 왕의 어수를 잡고 벌벌 떨면서도 현종의 일상생활을 윤태주와 함께 지켜봅니다. 대부분의 조선 왕들은 오전 5시부터 일어나 업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왕은 태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해가 뜨기전에 일어나야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두번 수라상을 받고 세 번의 간식을 먹는 왕의 하루는 웬만한 공무원 보다 고단하고 힘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산책을 하고 오수를 취하며 사냥도 나가지만 오전 다섯시에 시작한 일과는 밤이 늦어서야 공식 일정이 끝납니다. 아무리 음식을 잘 먹어도 몸이 아프지 않을래야 아프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특히 현종 임금이 세수와 양치질을 하는 장면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궁녀의 시중을 받는 현종은 세수라기 보다는 물묻히는 시늉만 합니다. 당시 양반들의 법도가 세수를 해도 옷에 물이 묻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임금도 똑같이 점잖은(?) 세수를 한 것입니다. 또 나뭇잎에 소금을 묻혀 양치질을 합니다. 조선에 돼지목털로 만든 칫솔이 들어온 건 1500년대라 임금은 이미 칫솔을 쓰지 않았을까 했는데 나뭇잎으로 설정했더군요. 일부 왕족은 금가루나 말린 벚꽃가루를 섞은 소금을 쓴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단 것을 많이 먹지 않는 시대였으 저 정도만 관리해줘도 이가 썩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왕의 질병을 동물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일까?

백광현이 눈여겨 본대로 조선의 왕들은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운동량은 적고 업무가 과다해 늘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의원들은 의서에 적히지 않은 진단으로 시술했다간 의원들의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고 숙휘공주의 심사를 거스른 의관처럼 자칫 눈밖에 난 의원들은 쫓겨나기도 합니다. 의서를 근거로 안전하게 주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은 임상실험과 진단 기준이 있을 법도 한데 왕이라서 안되는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죠. 반대로 이런 의서의 기록을 핑계로 독살당하기 쉬운 사람들도 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부분입니다.

백광현이 사암도인(주진모)을 만나 의학적 성장을 하게 되는 시놉시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현종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도 한번은 궁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짐작은 됩니다만 이번 기회로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백광현의 능력이 다시 한번 명성을 떨치게 될지 두고볼 일입니다. 백광현과 왕가의 인연은 꽤나 질겨 숙종대까지 이어졌으니 전체적으로 꽤 중요한 사건일 수도 있구요. 퀘스트를 성공해내는 알피지 타입 성장드라마라 백광현이 어떻게든 성공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궁금한게 역시 이 드라마의 끊을 수 없는 매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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