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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란 무엇일까. 사람 마다 '드라마'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본질은 남에게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보는 사람을 울고 웃고 슬프고 분노하게 하고 남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못 견디게 하는 것이 진짜 드라마입니다. 밤늦은 시간 드라마를 보고 잠잘 시간을 쪼개어 '이 드라마 좋다'며 글을 올리고, 바쁜 출근길에 '그 드라마 봤냐'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게 만드는 이야기. 좋은 드라마는 많지만 같이 나누고픈 전설같은 드라마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법한 구미호 이야기. 대체 이순신은 어떻게 이들을 알았을까.
처음에는 구미호를 받아들이지 못한 서화가 밉다가도 생각해보면 현대인들은 잘 모르는 옛 사람들의 무서움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서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열살 때 마주친 호랑이가 평생 제일 무서웠다는 증조 할머니에게 열 살도 안된 손자가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가 왜 무섭냐고 묻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짧은 생의 한계를 지닌 인간과 무한히 살 수있는 신수의 사랑은 비극일 수 밖에 없구나 싶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배신당해 서글픈 눈물을 흘린 구미호 이야기가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나레이터의 이야기에서 이야기꾼의 미담으로. 이 드라마는 전설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스무살이 된 최강치 이야기도 장터이야기꾼(김익태)이 퍼트리는 구전에서 시작됩니다. 소정법사(김희원)의 부추김으로 아기 강치를 업둥이로 받아들인 박무솔(엄효섭)의 백년객관이 번창하고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며 인정도 베풀었다는 미담을 아이들은 재미있게 듣습니다. 그러나 강치가 소정법사가 준 팔찌를 끼고 있는 한 자신에게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박무솔은 팔찌를 빼면 모습이 달라지는 강치의 비밀을 알면서 거두고 있습니다. 아내 윤씨(김희정)가 강치를 못마땅해 해도 스무살까지만 데리고 살자 맘먹은 것입니다.
구미호였던 아버지처럼 늑대인간의 전설처럼 인간을 사랑하게 된 최강치.
스무살이 얼마 남지 않은 강치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되고 달이 뜨지 않은 밤에는 평범한 인간이 되는 서양 전설속 반인반수처럼 그 역시 인간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소정법사의 팔찌로도 반인반수의 힘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그 어떤 인간 보다도 힘이 쎄고 민첩했습니다. 강치가 그 집안에 있는 동안 박무솔의 재물이 모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부터 여우는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머물고 있는 집안에 복을 가져다준다고 했습니다.
초승달이 달린 도화나무를 피해가라 했건만. 여우의 피를 물려받은 강치와 운명적으로 만난 여울.
여우는 본래 잘해줄 때는 복을 가져다주지만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면 복을 빼앗는 존재라고 합니다. 강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솔의 아내 윤씨가 강치를 해하면 소정법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솔에게 변고가 생길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는 성공적이었던 '구가의 서'. 이제부터는 눈과 귀를 쫑긋세우고 마치 미담을 듣던 아이들처럼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 이 드라마 정말 드라마의 본질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의 재미를 아주 잘 꿰뚫고 있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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