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진지희 흡연연기 논란 원칙적으론 안되는 일

Shain 2013. 4. 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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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흡연'이란 키워드로 두가지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연기파 배우 김해숙이 자신의 연기 약점이던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흡연을 했다는 뉴스와 아동 연기자인 진지희가 '고령화가족'이란 영화에서 흡연 연기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한 사람의 배우이고 연기를 위한 열정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만 1999년생인 진지희까지 흡연 연기를 해야하는 것인지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배우 김해숙은 젊은 시절 목소리가 하이톤에 가는 목소리였습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 연기자로서는 약점이라면 약점이었죠. 특히 무게있고 카리스마있는 역할을 하는데는 방해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갖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산전수전 다 겪은 역할이나 재벌 사모님 역을 할 때 가느다란 목소리가 나오면 어울리지 않는게 당연하겠죠. 배우 김해숙이 연기를 위해 흡연했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기에 딱히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화 '고령화가족'에 출연중인 아역배우 진지희.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그러나 연기자 진지희는 아직까지 중학생입니다. 연기에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이고 열정적인 연기자라는 점을 백분 이해하더라도 아역연기자들이 흡연 연기는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요즘 일부 청소년들은 흡연과 음주를 하고 웬만한 성인 보다 훨씬 더 거칠고  과격한(?)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만 그런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이 꼭 흡연이어야 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입니다.

대체 진지희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식으로 흡연 연기를 촬영했을까 하는 부분이 궁금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영화 '고령화가족'의 간단한 시놉시스는 찾아볼 수 있었으나 흡연 연기를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기사가 전혀 없더군요. 담배 드는 시늉만 하고 연기는 CG처리했다거나 대역을 썼다거나 아니면 불붙은 담배를 잡고만 있었다던가 인체에 무해한 어떤 가짜 담배를 썼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했는데 오로지 '흡연'에 대한 기사만 있을 뿐입니다.

개념상실 역할에는 흡연과 욕설이 제격이긴 한데 과연?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유럽의 리트비아에서는 특이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동이 있는 곳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아동폭력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금연법의 일부인 이 조항은 구체적인 처벌 수위와 벌금 내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공공장소 흡연 행위를 강력처벌한다는 뜻이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아동에게 간접흡연이 훨씬 위험하다는 경고성 조치로 생각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애들 앞에서 담배피우지 말라고 항의하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죠.

전에도 언급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역배우 보호법'으로 흡연 행위를 촬영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배우들의 누드, 위증, 흡연, 음주 장면 참여를 금지하고 각종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이 법은 일부 영화제작자들의 불만 대상이 되긴 했으나 아동과 어른의 경계를 깨트리는 여러 미디어의 무분별한 연출을 제재하는 방안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촬영 시간을 제약하고 촬영현장에 아동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와 전문가들이 배치되는게 원칙이 되었습니다.

이번 진지희의 흡연연기 논란도 찬반 양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종종 아동 학대 수준의 촬영이 이뤄지곤 하지만 매번 '연기인데 어떠냐' 내지는 '어차피 저 아이는 배우다'같은 말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배우이니까 배우로서의 능력을 존중하자는 말이 얼핏 맞는 것도 같지만 '연기를 위해서'라는 말이 모든 걸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4월 29일 '고령화가족' 언론시사회에 참여한 진지희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아동 폭행이나 흡연 장면이 그 아동을 위한 장면이냐 아니면 어른들의 오락거리를 위해서냐는 부분을 살펴보면 명확해집니다. 이 영화는 욕설과 흡연 때문에 19금 판정을 받을 뻔 했으나 진지희의 욕설 장면을 순화시켜 15세 관람 등급으로 조정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배우 진지희 또래의 아동들은 이 영화를 관람하기 힘든 셈입니다.

아동들이 고통이나 위험을 감수하며 촬영된 컨텐츠는 대부분 아동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컨텐츠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안전하게 촬영하고 아역 배우에게 해가 없다고 한들 어른들을 위해 어린이 배우들을 이용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리얼리티를 살리는 드라마와 영화가 좋아도 흡연이나 고된 감정연기까지 감수하는 한 아이의 노력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역배우로서도 지금 얼마나 연기를 잘 하냐 보다 나중에 얼마나 더 큰 배우가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격한 연기를 많이하면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연기자가 얼마나 감정 소모적인 직업인지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촬영되었는지 후속 기사가 나오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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