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천명

천명, 거북 구(龜)에 얽힌 비밀과 최원의 세가지 숙제

Shain 2013. 5. 2. 15:53
728x90
반응형
맛도 향도 색도 없다는 '짐독'의 정체가 무엇인지 현대인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암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던 왕족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짐독에 대비해 코뿔소 뿔을 가까이 두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짐독을 해독하는 성분이 코뿔소 뿔에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천명'에서는 가상의 새인 짐새로 세자 이호(임슬옹)의 암살을 도모하는 것으로 설정합니다. 민도생(최필립)은 김치용(전국환)이 보는 앞에서 이호에게 짐독을 먹인 동시에 연인인 월하(정윤선)를 시켜 코뿔소 뿔을 뿌린 생각편을 먹게 했습니다.

민도생 역시 최원(이동욱), 세자와 친밀한 사이였고 세자를 위해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연인이자 수랏간 궁녀인 월선이 민도생의 최대 약점입니다. 세자 암살을 거부했다간 자기 한 목숨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월선까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최원이 세자 이호의 전담 의원이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민도생의 원망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죠. 그러나 최원은 랑이(김유빈)를 구하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민도생을 죽인 범인은 김치용이지만 최원은 꼼짝없이 누명을 쓰고 처벌될 위기에 처한다.

민도생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김치용은 분노하여 민도생을 죽입니다. 민도생은 죽임을 당한 그 순간 일종의 '다잉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거북 구(龜)라는 글자를 죽기전에 남겨둔 것입니다. 피로 쓴 그 글자는 곧장 의금부 곤오(김윤성)에게 지워졌고 최원 말고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나 민도생 살해 누명을 쓰고 있는 최원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줄 글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거북 구'가 뜻하는 것은 많은 시청자들이 짐작하는대로 덕팔(조달환)입니다.

내의원에서 여러 잔심부름을 하는 도약사령 덕팔은 등이 굽은 특이한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잆는 '곱추'라는 증상이죠. 옛말로는 곱사등이, 구배(龜背)라고 불렀던 이런 병증을 민도생은 '거북 구'라는 한 단어로 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약사령 덕팔은 평소에도 행동이 느려 내의원에서 '거북'이란 별명으로 불리웠다고 합니다. 덕팔이야 말로 김치용에게 민도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하고 최원을 거짓말로 불러낸 당사자이자 최원의 칼침을 김치용에게 갖다준 바로 그 인물입니다.

민도생이 쓴 '거북 구'자의 비밀은 도약사령 덕팔을 뜻하는 말이다. 비밀을 알고 있는 덕팔.

최원은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내의원 약재를 훔치다 들켜 민도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썼습니다. 살해현장에서 최원의 피묻은 칼침이 나왔고 내의원 약재가 사라졌으며 최원의 집에서 같은 약재가 발견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민도생이 죽은 금서고에서 최원이 가진 반쪽 노리개와 짝이 맞는 다른 노리개 반쪽이 나와 이정환(송종호)은 최원을 범인으로 간주했습니다. 빼도박도 못하는 결정적 증거앞에서 도망자가 된 최원은 이 누명을 벗기 위해서 최소한 세가지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민도생은 수랏간 궁녀와의 연분이 밝혀져도 사형이지만 이호에게 짐독을 올린 것이 밝혀져도 죽습니다. 또 쓸모가 다한 민도생을 김치용이 살려둘 리도 없습니다. 어차피 죽을 각오로 저지른 일이니 세자는 살리고 월하의 안전을 도모한 후 김치용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최원이 사건 당일의 일을 재구성해보고 싶어도 이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북 구'가 가르치는 증거, 도약사령 덕팔과 궁녀 월하는 최원이 누명을 벗으려면 꼭 필요한 첫번째 증거입니다.

문정왕후의 상징인 모란꽃이 그려진 편지와 다인이 갖고 있던 반쪽자리 노리개.

한편 최원의 아버지 최형구(고인범)는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장홍달(이희도)을 찾아갔가다 보아서는 안되는 글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후인 김치용, 윤원형(김정균)과 한무리인 장홍달은 집 깊숙히 문정왕후(박지영)의 상징인 모란꽃이 그려진 편지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내의원 약재를 훔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민도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최원에게 밀거래로 장홍달에게 약재를 샀다는 거래 내역은 꼭 필요한 증거입니다. 두번째 증거인 이 거래 내역은 구할 수가 없게 되었고 최형구는 장홍달의 양자인 도문(성웅)에게 죽습니다.

최형구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모란꽃 그림을 랑이가 발견했고 그 그림이 문정왕후와 민도생 사건의 관련성을 밝힐 기본 단서가 되겠으나 직접 전해줄 최형구가 죽은 이상 랑이와 최원이 만나 이 그림과 사건 배후를 추측하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일 것입니다. 세번째 증거는 홍다인(송지효)이 노리개의 주인이 자신임을 밝히고 시신 부검 결과를 근거로 그날밤 금서고에서 최원과 함께 있을 시간에 이미 민도생이 죽었노라 증언하면 되지만 이미 최원은 거칠(이원종)과 함께 탈옥을 감행했습니다.

차기 왕권을 둘러싼 문정왕후와 이호의 팽팽한 힘겨루기. 최원의 무죄를 밝히느냐에 걸려있다.

물론 장금(김미경)의 말대로 지금 다인이 이 증거를 밝힌다면 오히려 다인의 목숨만 위험해질 뿐 달라질 것이 없겠으나 세가지 증거가 한꺼번에 드러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증인인 '거북 구'라는 글자가 가르치는 인물, 도약사령 덕팔이 최원의 편에 서기는 지금 당장은 힘든 일입니다. 두번째 증거인 모란꽃 그림을 들이대며 이 이일을 문정왕후가 지시했노라 밝히는 것도 불가능하구요. 흥미로운 것은 최원의 무죄 밝히기가 세자 이호와 문정왕후의 차기 대권(?)을 둔 힘겨루기가 될 것이란 점입니다.

랑이는 무슨 어린아이가 그리 연기를 잘하는지 볼 때 마다 눈물 바람이라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배우 이동욱이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아무리 아이 한번 낳아보지 않은 총각이라도 저렇게 예쁘게 연기하는 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아빠 마음이 될 것같단 생각이 듭니다. 최원이 도망자 신세가 된 이상 랑이도 함께 길을 떠나게 될 듯한데 최원이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네요.  이 정도면 도망자가 된 사연과 미스터리는 첫테이프를 충분이 잘 끊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