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천명

천명, 주인공 커플 보다 설레는 우영 홍역귀의 로맨스

Shain 2013. 5. 30. 13:19
728x90
반응형
확실히 요즘 사극은 예전처럼 시대성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드라마로 만든다는 점에 사극의 묘미와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선 시대 사극에서 '조선'이 느껴지지 않다 보니 확실히 보는 재미가 덜합니다. '천명'같은 퓨전사극은 그 시대 실존인물들의 특징을 정확히 캡처하면서도 중종 시대극이라기 보단 현대극같다는 느낌이 강하죠. 이 드라마의 묘미는 시대성 보다는 미스터리와 추격전을 보는 재미입니다. 최원(이동욱)이 번번이 위기에 처하는 내용이 약간 답답하기도 하네요.

거기다 최원의 정인이 될 것같은 홍다인(송지효)과 최원의 절절함은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를 사극이 아닌 현대극 관점에서 보고 있는 입장이라 딸 밖에 모르는 홀아비의 로맨스 보다는 아파서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는 랑이(김유빈)가 어떻게 될지 그 부분만 눈길이 가더란 말이죠. 다인이 어릴 적에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첫사랑처럼 여겨왔다는 사연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최원이 다인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설레이기 보다는 위기 상황에 처한 남녀가 어쩌다 보니 친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최우영, 이정환 커플 주인공 커플 보다 설레인다.

거기다 문정왕후(박지영)가 다인을 세자 이호(임슬옹)의 새로운 여인으로 점찍은 듯합니다. 안 그래도 궁중에 믿을 사람없는 세자 이호는 다인에게 특별히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친구인 최원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덕팔(조달환)을 치료하기 위해 믿을 사람이 다인 밖에 없다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세자는 다인의 겁없는 솔직함이 마음에 든 듯합니다. 지금 다인에게 심술을 부리는 이유도 일종의 테스트인 셈이구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원을 마음에 둔 화적패 소백(윤진)의 저돌적인 짝사랑이나 소백을 지켜주는 임꺽정(권현상)의 우직함 보다도 최원을 걱정하는 다인의 애틋한 마음 보다도 홍역귀 이정환(송종호)과 최우영(강별) 커플에 더 눈길이 갑니다. 최우영에게 그리 냉랭하게 굴던 이정환이 어쩌다 이렇게 사람이 변했는지 참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홍역귀는 최원 주변의 여자들 그러니까 홍다인, 최우영, 최랑, 소백을 모두 질투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녀들이 모두 최원에게 죄가 없다 강변할 때 마다 그 놈은 죄인이라며 윽박지르던게 홍역귀였습니다.

첫회부터 이 커플이 수상하기는 많이 수상했죠. 첫만남부터 일본에서 온 첩자를 잡겠다고 뛰어다니던 열혈 의금부 도사 홍역귀는 최우영이 일본 첩자가 여인으로 변장한 줄 알고 붙잡았습니다. 평소에 화장과 미용에 관심이 많아 변장하고 밀수품을 구하러 온 최우영은 첫만남부터 무례했던 이 남자에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따졌습니다. 평소 냉정하고 독하기가 역귀같다는 이정환이 유독 최우영에게만은 이성을 잃고 못되게 구는 것이 딱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남녀주인공같았습니다. 홍다인과 최원이 비극적인 커플이라면 이 두 사람은 로코물 주인공들이었죠.

첫만남부터 수상하기는 정말 수상했던 두 사람. 로코물 주인공 같았다.

최우영은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쓴 오빠 때문에 홍역귀와 악을 쓰고 다투기는 해도 홍역귀가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건 믿고 있습니다. 특히 길거리에서 왈짜패와 마주친 최우영이 '임자있는 몸'이라며 저항하다 갑자기 나타난 이정환에게 '내 임자'라며 달려간 장면은 그 만큼 무의식중에 이정환을 믿고 있다는 뜻이었겠죠. 지금은 증거가 없어서 오빠를 뒤쫓고 있으나 똑바른 증거만 생기면 언젠가는 오빠를 도와줄 거란 믿음이 최우영의 무의식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중간중간 최원이 도망갈 때 마다 최우영에게 최원의 행방을 추궁하면서도 홍역귀는 우영과 랑이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험하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랑이도 나중에는 그런 홍역귀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며 방긋방긋 웃었습니다. 최우영도 지금은 홍역귀가 최원을 도망가게 도와주고 오빠 때문에 파직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정환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비치고 있습니다. 이러다 이정환이 최원의 매부가 되겠습니다. 민도생(최필립)의 자술서와 김치용(전국환)의 필적을 숨긴 노비안을 두 사람이 빼돌리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홍역귀에게 '내 임자'라고했던 최우영. 두 사람은 이런 장면이 더 어울린다.

물론 이 '로코 커플'에게도 위기는 있습니다. 사기꾼 막봉(윤기원)이 가진 증거를 뒤쫓는 두 사람은 한동안 이별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홍역귀는 더 이상 의금부 도사가 아니고 노비가 된 최우영은 관비이니 앞으로 관기가 될 팔자입니다. 기생이 되어 의금부 관아를 떠나면 아무리 홍역귀가 구해주고 싶어도 도와줄 방법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벌써부터 연상되는 걸 보니 주인공 커플 보다 이 커플이 더 설레입니다. 평소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뒤쫓던 홍역귀가 최우영을 구해낼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최우영이 첫등장할 때는 조선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뱅헤어와 홍역귀에게 악악대며 대거리를 하는 모습이 많이 어색해서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시대성도 시대성이지만 아직 연기가 부족했던 거죠. 그러나 배우 송종호가 그런 과장된 부분을 잘 받쳐주었고 냉랭한 의금부도사 홍역귀에서 최우영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정환으로 변화하면서 두 사람의 커플 호흡도 보기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천명의 유일한 로코 커플인 이정환, 최우영 커플 기대해봐도 될 것같네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