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집요한 민준국 그 살인의 동기가 무엇일까

Shain 2013. 7. 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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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 중 하나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번주 방송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설마 방송 내용이 미리 공개가 되겠어 하며 대충 읽었는데 지금 보니 스포일러가 맞긴 맞네요. 장혜성(이보영)을 위협하던 민준국(정웅인)을 죽이려던 박수하(이종석)가 실수로 장혜성을 찌르고 그대로 사라졌다 나타난 박수하는 기억상실증 증세를 보입니다. 함께 사라졌던 민준국의 절단된 손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박수하는 민준국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입니다. 민준국의 생사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알고 보면 법이란 얼마나 허술한가. 법을 이용해 무죄로 빠져나간 민준국.


여러 시청자들이 짐작하는대로 민준국은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장혜성 살인미수로 수배 전단지가 붙고 이목이 집중되자 자신의 뒤를 쫓는 박수하를 살인범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손목을 절단하고 수하의 지문이 남은 증거를 낙시터에 넣어두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시신이 썩거나 물고기밥이 되지 않은 상태로 하필 낚시에 걸렸다는 건 뭔가 수상한 일입니다. 반면 그에 대한 응수로 박수하는 기억상실증을 위장했다는게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줄거리입니다. 10여년이 넘게 대립해온 그들이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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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아버지를 잃은 박수하와 자신의 증언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목숨이 위험해진 국선변호사 장혜성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이 민준국에게 살해당한 것이 확실한데도 증거가 없어 무죄로 풀려나는 모습을 봐야하는 장혜성과 그런 장혜성을 지켜주겠다고 마음먹은 박수하에게 민준국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잔인한 살인마일 뿐입니다. 특히 박수하는 법을 비웃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민준국의 속마음을 모두 읽었기 때문에 더욱 민준국을 경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여름밤에 보는 공포영화처럼, 장혜성과 박수하를 해치고 말겠다는 민준국의 집요한 집착은 정말 끔찍합니다. 지난번 혜성의 방안에서 'I'll be there'란 핸드폰 벨소리가 들릴 땐 어두운 방에서 민준국이 나타나진 않을까 섬뜩할 정도더군요. 민준국은 서대석(정동환) 판사의 딸인 서도연(이다희)의 핸드폰에도 혜성과 똑같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수하 아버지의 살인을 증언한 이후 민준국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심과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이 살해당한 슬픔으로 장혜성의 인생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변호사이자 피해자이면서도 민준국의 무죄 판결을 바라봐야하는 장혜성.


그렇다면 민준국의 입장에서 살인의 동기는 무엇일까요. 민준국은 막연히 살인에 집착하는 사이코패스같기도 하지만 문득문득 자신이 살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내비치는 캐릭터입니다.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장혜성이나 어춘심을 죽일 정도로 악한 사람이고 그 점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 삐뚤어진 가치관을 스위치온 시킨 계기는 분명 있다는 뜻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번도 민준국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언급된 몇가지 키워드로 그 부분을 예측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 키워드는 확실히 복수입니다. 민준국은 박수하에게 네 아버지가 입을 잘못 놀렸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민준국은 트럭을 운전했고 수하 아버지 박준혁(조덕현)의 직업은 기자였습니다. 사건을 파헤치고 진실을 폭로하는 기자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민준국에게 피해입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춘심에게 가족이 하나도 없다고 했으니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었을 지도 모릅니다. 쌍둥이 살인 사건에서 본 것처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죄를 응징하기 위해 살인을 교통사고로 위장했을 수도 있습니다.

법을 믿을 수 없는 박수하는 민준국을 직접 죽이려 했으나 장혜성이 상처입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 키워드는 법에 대한 불신과 조롱입니다. 민준국은 어춘심 살인의 무죄판결을 받을 때도 차관우(윤상현)와 증거중심의 법제도를 이용했습니다. 또 수하 아버지를 죽였을 때도 목격자가 없다는 걸 이용해 무죄판결을 받으려 했습니다. 법관을 비롯한 변호사 등을 '먹물 먹은 등신'으로 언급하는 걸로 봐선 법이 죄를 처벌한다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합니다. 성폭행한 편의점 주인을 죽인 쌍둥이들처럼 법을 불신하면서도 법을 이용해먹기로 마음먹었단 뜻입니다. 법제도에 대한 불신은 감옥에 수감중인 황달중(김병옥)과 다연의 아버지 서대석과도 묘하게 연결됩니다.


황달중은 유죄로 판결된 자신의 죄를 무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선변호사 신상덕(윤주상)도 뭔가 억울한 면이 있다는 걸 알기에 계속 황달중을 찾아가는 거겠죠. 서대석 역시 그런 죄책감 때문에 황달중의 딸 서다연을 입양했는지도 모릅니다. 무료신문을 줏어가던 할아버지가 그게 왜 죄가 되냐며 항변하던 것처럼 민준국이나 황달중이나 현행법에 억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의 법감정으론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판결이나 처분이 그들을 억울하게 했다는 것이죠.

기억상실증 증세를 보이는 박수하. 민준국이 살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세번째 키워드는 목격자입니다. 민준국은 박수하 보다 장혜성을 증오한 경향이 있습니다. 출감 이후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도 장혜성입니다. 판결을 받을 때도 장혜성을 때려죽일 듯 분노하고 폭발했던 것처럼 민준국은 이상하게 목격자를 더 증오하는 것 같습니다. 장혜성이 국선이 되고 처음 맡은 사건인 고성빈(김가은) 사건처럼 뜬소문이나 '억측' 때문에 피해입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성빈은 날나리라는 주변의 편견과 쌍코(김수연)를 평소 괴롭혀 왔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단 오해를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장혜성 네가 뭘 안다고 증언을 하느냐 이런 심리가 목격자를 더욱 증오하게 했다는 말이죠.

아무튼 그 어떤 동기가 있다고 해도 민준국의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계속 묘사해온 것처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죄가 있고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죄를 제단하는 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준국을 잡아야하는 장혜성과 박수하, 차관우가 처한 어려움도 바로 그것일지 모릅니다. 법과 사람에 대해 이 드라마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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