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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 중산층 풍자에서 육각관계의 치정극으로

Shain 2013. 7. 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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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른을 위한 드라마라지만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이 유괴되는 장면은 영 보기가 거북합니다. 주말드라마 '스캔들'에서도 아이가 유괴되는 장면이 연출되더니 '금나와라 뚝딱'에서는 나이어린 친딸을 빼돌리는 장면이 등장하는군요. 그만큼 박순상(한진희)의 둘째 며느리 성은(이수경)이 못되고 집요하다는 뜻인가 봅니다. 남편 현준(이태성)이 계속 옛날 애인 진상철(김다현)을 회사로 데려오겠다며 성은을 협박하고 정몽희(한지혜)와 시아주머니 박현수(연정훈)까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 마음이 다급해진 성은은 아람(박민하)를 데려갑니다.

본격적인 육각관계를 형성한 박현수 부부와 박현준 부부. 머리아프게 복잡해졌다.


드라마 '금나와라 뚝닥'의 최고 매력은 누가 뭐래도 화끈하고 박력있는 이야기 전개와 짜증나면서도 동시에 공감가는 중산층의 갈등 그리고 아기자기한 연인들의 로맨스입니다. 박현수의 아내 유나(한지혜)가 자신의 쌍둥이 언니인줄도 모르고 대역을 해준 몽희의 엄마 윤심덕(최명길)은 일찍 은퇴해 집에서 노는 남편 정병후(길용우) 대신 돈을 벌지만 자식들에게는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고생과 차별을 절대 겪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빚까지 감수하며 몽현(백진희)을 음대에 몽규(김형준)를 대학원에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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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취업 잘 되는 학과에 진학시키고 부자집에 시집보낼 때 분에 넘치는 혼수를 해보내기 보다 형편껏 해보내는게 도리에 맞을 듯하지만 윤심덕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해 평생 고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는 윤심덕이 돈을 버는데 친정엄마를 혼수로 달고 온 며느리라며 윤심덕을 가끔씩 볶습니다. 귀한 아들을 고졸에 가난한 며느리가 차지했다는 게 못마땅하고 사돈 최광순(김지영)이 손주들을 다 길렀는데도 고마워하기는 커녕 아들이 눈치본다며 쫓아내고 싶어합니다.

대학원 다니는 아들에게 노점상을 시킬 수 없다며 펄쩍 뛰는 어제 장면은 솔직히 좀 짜증이 나더군요. 큰 딸 몽희는 무리한 빚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노점상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퉁퉁 불은 라면을 먹고 먼지바람 비바람 맞으며 식사를 합니다. 입양한 딸은 고생하면서 빚갚아도 되고 친자식은 고생하면 안된다는 말인지 아니면 이미 고생한 애는 계속 고생해도 되지만 귀하게 키우던 애는 계속 귀하게 키우겠다는 말인지 몰라도 윤심덕의 고집은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몽희가 친딸이 아닌 걸 알게되면 어쩌려고 저러나 몰라요.

딸은 노점상하게 뒀으면서 아들은 길에서 밥먹는 걸 못보겠다는 윤심덕. 그림이 나온다.


그렇게 힘겹게 뒷바라지 해줘도 어차피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 없는 법인지 어렵게 음대를 나온 딸 몽현은 몽현대로 부자집 친구들 틈에서 세상 눈치를 봤고 몽규는 몽규대로 취업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신을 자책합니다. 윤심덕이 보여주는 이런 '허세'가 어쩌면 오늘날 문제가 되는 교육열풍과 자식사랑의 정체인지도 모르죠. 그리고 김필녀의 말대로 아무래도 몽규는 일도 못한다며 몽규를 훈련시키던 아르바이트 매장 직원 민정(김예원) 즉 젊은 윤심덕처럼 학벌은 낮아도 생활력은 강한 여자와 맺어질 거 같습니다. 윤심덕이 자기가 당한 건 까맣게 잊고 민정을 구박할 거 같네요.

그런데 어제 방송분으로 이런 중산층 풍자같은 건 까맣게 잊어도 좋을 법한 육각관계가 완성됐죠. 알고 보니 재벌 딸인 미나(한보름)와 아내 몽현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던 현태(박서준)가 몽현 쪽으로 마음을 정했는데 엄마 민영애(금보라)와 현준엄마 장덕희(이혜숙)은 재벌 딸이 더 좋댑니다. 몽현을 타겟으로 한 웃기는 시집살이가 장난 아닌 상태라 이쪽 동네는 당분간 제쳐둬야할 거 같고 첫째 아들 현수 부부와 둘째 아들 현준 부부 사이에 몽희와 진상철이 끼어들어 완벽한 육각관계가 완성됐습니다.

삼각관계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단촐한 연인관계가 될 줄이야. 이쪽은 부모가 제일 복잡하다.


박현수는 아내 유나를 두고 정몽희에게 마음을 주는 상황이고 정몽희는 박현수에게 호감이 가지만 갑자기 나타난 진상철 때문에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에 힘들었던 기억이 생각나서 마음이 조금 약해진 상태죠. 진상철은 몽희에게 모르는 척 해달라 부탁하면서 딸 아람이를 찾기 위해 세공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과거 진상철과 아이를 낳은 성은 남편과 친상철 사이에서 눈치를 봅니다. 현준은 아내가 예전에 진상철과 사귀고 아이까지 낳은 걸 알면서도 질투에 찬 눈으로 언제까지 성은이 거짓말을 하는지 두고 보는 중이죠.

개인적으로 멜로 드라마 중에서도 지독한 치정극을 싫어하는 이유가 삼각관계가 넘어가면 슬슬 그 유기체적인 복잡한 관계에 멀미가 나는 까닭입니다. 슬슬 '금나와라 뚝딱'의 관계도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삼형제의 아부지 박순상이 사각관계로 엄마다른 삼형제를 낳더니 첫째, 둘째는 본의아니게 육각관계의 한 파트로 끈끈하게 얽혀있습니다. 평소 가장 문제아 취급을 받던 막내 현태는 그나마 하나만 떼어내면 되는 삼각관계니까 양호한 건가요. 이 육각관계의 한쪽끝인 유나가 파장을 일으키면 현준에게까지 영향이 끼칩니다.

육각관계를 질질 끌면 점점 더 지지부진해질텐데.


성은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하던 몽희는 박현수를 위해 이미 성은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돌입했고 성은은 몽희를 구질구질하다며 상처를 주고 깔봤지만 이제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몽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유나를 아내로 둔 현수와 유나의 쌍둥이 자매인 정몽희의 관계 만으로도 위험한데 진상철이 나타남으로 인해 그들의 멜로가 훨씬 더 위험해졌습니다. 아내의 숨겨진 쌍둥이 자매라는 것도 시한폭탄인데 하필이면 몽희는 박현수의 제수씨와 얽힌 여자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겠죠.

그렇게 끔찍한 치정극이 되면 이 드라마 특유의 매력은 사라지고 흔하디 흔한 아침드라마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 육각관계가 길어지면 길수록 '금나와라 뚝딱'에는 타격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아이까지 사라지게 한 건 너무 심했다 싶기도 하구요. 유부남 박현수에게 흔들리더니 자신을 그렇게 잔인하게 버린 남의 아이아빠 진상철 때문에 옛날 생각하는 몽희도 갑갑하네요. 그런 눈물 바람은 짧게 끝내고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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