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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적당한 때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권력으로 인해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수하(이종석)는 아빠와 단둘이 살다가 아빠가 죽은 후에는 고모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고모도 없이 아이 셋을 키우는 고모부는 처음에는 수하가 부담스러워 했지만 나중에는 보험금을 반색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수하가 마음의 소리를 듣는 걸 알게 되곤 수하를 떠나버렸죠. 수하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돌봐줄 가족이나 피붙이가 없는 고아인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무조건 수하를 믿어준 장혜성(이보영)이 아니었으면 수하는 민준국(정웅인)이나 황달중(김병옥)과 똑같은 처지가 됐을 것입니다.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서 진실을 선택하기로 한 장혜성. 서도연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각자 인정해야하는 '진실'을 앞에 두고 주인공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장혜성은 민준국의 범행을 목격하고도 증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후회하던 서도연(이다희)을 찾아가 서도연이 황달중의 친딸이란 사실을 폭로하며 황달중을 도와달라 했습니다. 차관우(윤상현)는 수하에게 세상엔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진실이란 것도 있다며 수하아버지와 민준국 사이의 사연을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수하는 수하대로 두 장의 사진이 담겨있는 로켓(펜던트)을 덮으며 진실 앞에서 눈을 감기로 합니다. 

'너목들'의 팬들은 마지막회가 얼마 남지 않은 이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많은 의견을 쏟아냅니다. 민준국의 사연이 어떤 것이든 위험한 살인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피해망상이기에 '공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고 살인죄 그리고 그 살인죄에 대한 처분과는 별개로 억울한 사연이 있다면 들어주는 것이 맞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법'에 대해 가지는 다양한 생각 만큼이나 민준국과 박수하에 대한 의견도 갈립니다. 박수하는 민준국과 다르게 분노의 상황에서 살인하지 않았으나 법정 앞에서 살인자로 처분받을 뻔했습니다. 법은 진실과 다른, 잘못된 처분을 내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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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개인의 억울함을 보복해주기 위한 수단이냐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법학자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실제 사건에 대해 느끼는 법감정과 집행되는 법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고 느끼곤 하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자력구제는 불허하면서도 법이 가해자에게 만족스러운 처분을 해주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박수하, 장혜성, 민준국, 차관우 사이에 일어난 많은 일들은 법원 앞에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게 만듭니다. 신상덕(윤주상) 변호사가 바라보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있었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법정 장면이 촬영되는 장소는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라고 합니다. 국선전담 장혜성과 검사 서도연, 판사 김공숙(김광규)이 열띤 법정 싸움을 벌이는 그곳에는 신상덕 변호사가 바라보던 정의의 여신상이 실제로 서 있습니다. 현직에서 일하는 국선전담 변호사가 자문하고 있다는 이 드라마는 연상연하 커플의 로맨틱 코미디도 화제지만 '법'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쪽에는 칼을 든채 눈을 가리고 법원 안에 서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었음에도 공평하지 않았다. 무자비한 법의 칼날에 휘둘린 황달중.


한때 우리 나라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이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 출입문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은 '천칭저울'을 높이 들었으나 나머지 한손에는 법전을 끼고 있습니다. 다른 여신상들처럼 눈을 가린 것이 아니라 뜨고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상'의 저울은 판결의 형평성을 칼은 법의 엄격한 집행을 눈을 가린 것은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한 공평함을 뜻하는 것인데 대법원 여신상은 눈을 부릎뜨고 법전을 들었다며 법의 상징성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대법원 측은 이를 두고 정의를 올곧이 바라볼 수 있는 눈과 한국적인 정의의 여신을 표현한 것이라며 '예술'의 표현차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법은 그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인간들이 합의한 원칙과 처벌을 적어넣은 그 법은 판결을 받는 가해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처벌을 지켜보는 피해자가 그 처분에 만족하는지 아닌지 조차 모릅니다. 아무리 법의 공평함과 형평성을 강조하더라도 여전히 '정의'는 인간의 몫이고 인간이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는 그 법을 잘못 이용하거나 법 앞에서 진실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또 법을 이용하는 과정이 잘못되면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위험함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범죄자를 성악설 만으로 다루는게 얼마나 위험한가.


고성빈(김가은)의 학교 친구들은 평소 고성빈이 쌍코 문동희(김수연)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성빈이 동희를 밀어서 떨어트리는 걸 봤다며 거짓말했습니다.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성빈의 모습을 본게 전부인데 고성빈이 범인이라 단정하고 위증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상황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릅니다. 마찬가지로 황달중은 아내 정영자(김미경)의 왼팔만 발견된 상태로 확실한 물증이 없었음에도 사람들에게 여론재판을 당했고 현장 검증 당시에도 얼굴을 공개당하는 등 범인 취급을 당했습니다. 민준국 살인 혐의로 체포된, 기억잃은 박수하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또 장혜성이 법원 안에서 배심원들에게 보여준대로 사람들은 이웃집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릴 때는 '시끄럽다'며 소리를 지르며 항의해도 '살려달라', '신고해달라' 울부짖는 여인의 목소리에는 문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장혜성이 위험하다는 걸 눈치채고 증인 보호를 요청하는 박수하에게 경찰들은 귀찮다는 듯 무관심하게 대응했으며 쌍둥이의 여자친구가 편의점주인에게 성폭행당했는데도 처벌을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살해당한 편의점 주인을 동정하는 시선이 더 강했죠. 이런 경우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도 법은 똑같이 냉정하고 인정이 없습니다. '악마가 옷을 바꿔 입는다고 천사가 될 순 없다'는 서도연의 대사는 그런 뜻이죠.

어쩐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듯한 민준국. 세상에 들을 가치가 없는 목소리가 있긴 있는걸까?


서도연이 범죄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성악설'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고성빈이든 쌍둥이들이든 박수하든 똑같이 범죄의 증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서도연은 범죄자로 판단하고 법의 칼을 휘두르려 합니다. 장혜성은 박수하에게는 '수하가 그럴 리 없다'는 믿음을 관철하고 있습니다. 반면 법에서 강조하는 '정의의 여신상'은 성선설이나 성악설 그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줄곧 보여준 상황은 법이 봐야할 것은 편견이나 겉으로 드러난 조건이 아닌 인간 그 자체임을 역설하는 듯 합니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든 칼을 빼들거나 법전을 들건 간에 고성빈과 황달중을 구해내지 못합니다. 수하의 초능력이 아니었으면 고성빈은 여전히 수감중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건 민준국 역시 그런 법의 피해자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일테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그에 공감하느냐 하는 부분이겠죠. 동정할 수는 없어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연이 있고 아닌 사연이 있습니다. 민준국에게 복수해야하는 입장에서도 살인을 멈춘 박수하가 있기에 더욱 민준국에게 동정이 가지 않습니다만 민준국이 바란 '법'과 '정의'는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그 목소리는 들어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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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angjin2618.tistory.com BlogIcon 모르세
    2013.07.24 18:40 신고

    잘보고 갑니다.즐거운 오후 시간이 되세요.